국외산행기록
후지산(부사산) 정상에서 「해발 3,776m」 (작성자 : 김형재)
2007.10.29 Views 81 imsuy
후지산(부사산) 정상에서 「해발 3,776m」
3박 4일째는 북알프스에서 후지산 정복을 위해 이동하면서 준비하는 시간으로 낮시간을 소비하고 저녁 식사 후 다시 안개비를 뚫고 5부능선(5合目) 2,600m까지 차량으로 이동하여 차내에서 비와 추위에 대한 무장을 하는 동안 초조 속에서 무언의 행동은 전쟁터에서 작전에 임하는 용감한 병사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낮에 이곳에 오는 동안 2명의 낙오자를 도쿄로 안내하고 11명은 하나같이 야간에 추위를 대비를 경험하지 못한 탓으로 허술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준비한 것만으로 무장을 하고 밤 10시에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비를 맞고 칠흙 같은 밤길을 다음날 일출시간 7시 20분에 맞추어 산행이 시작되었다.
3,000m 지점에 오르자 일행 중에 1명이 고소증세가 나타나 준비한 산소 통을 마시면서 산행을 강행하는데 밑에는 다른 일행들의 해드랜턴 불빛이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무리가 옛날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 도깨비불이 저런 것들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오직 일출만을 상상하면서 한발 한발을 내딛고 다른 생각은 할 틈이 없었다.
3,500m 지점에 이르러서 희한한 광경이 나타났다. 해드랜턴 불빛에 땅만 보고 걷다가 일행 중 한 사람이 ‘별이다’고 외치는 광경을 듣고 동시에 하늘을 바라보니 과연 가장 가까이서 보는 청명한 하늘에 별은 유난히 커 보였다. 생각해보니 3,000m 상공에 비구름대를 뚫고 올라오니 청명한 하늘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8부 능선에 이르러서는 이곳 산장에서 자고 일출을 보려는 각국의 산악인들이 합류하여 산행길이 복잡하였다. 우리 일행 중에 체력이 약한 사람에 페이스를 맞추다보니 미리 와있던 외국인들이 하나 둘 앞질러 가고 있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그토록 갈망했던 일출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가이드에 양해를 구하고 스피드를 내어 앞에 가는 외국인들을 하나 둘 추월하면서 정상 50여m 앞두고 선두에 진입했다.
93년 7월 20일 새벽 7시 15분 후지산의 정상은 아직 어둠이 깔린채 고요한 적막이 짙게 깔린 밤공기를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미친 듯이 외쳐댔다. 대한민국 만세를 연발하면서 코리언이 1등이다고 하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고 메아리도 없었다....... 이어서 2, 3위도 우리 일행이었다.
후지산 정상에서 느낀 점은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기대한 광경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한라산, 백두산은 분화구가 호수인데 후지산은 크기만 하고 용암 폭발이 백두산보다 늦어서인지 아직 시커멓거나 붉은 화석으로 뒤덮였고, 음지에는 눈이 쌓여 있는 정경이 전쟁 중에 포화에 타버린 잿더미를 연상케 하였다.
7시 20분에 그토록 갈망했던 태양이 붉게 떠오르는데 발밑에는 하얀 운해가 잔잔한 호수처럼 은빛 찬란하고 식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흉물스런 천연색의 암석을 비추어주는 아침 햇빛을 이용하여 후지산 분화구를 종주하면서 완전 분해 촬영을 마치고 나니 갑자기 안개구름이 뒤덮여 태양도 분화구도 사라져 버렸다.
첫 번 도전하여 일출을 성공적으로 체험한 우리는 행운아였다. 만약 늦게 올라온 사람은 일출을 보지 못하고 안개구름만 보게 되어 헛고생만 하고 실망할 것이다. 경험으로는 동쪽편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하고 오르는 도중에라도 일출은 날씨만 맑으면 볼 수 있어 동쪽 코스를 권하고 싶다.
정상에서 7부 능선까지는 식물이 살수 없는 화석지대이고, 그 밑으로 5부 능선에는 이름 모를 풀이 배추재배 농장을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옹기종기 광활하게 펼쳐 있고, 5부 능선이하로 빽빽한 수목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게 후지산이었다.
산행 중에 나는 마주치는 외국인들에게 인사말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로 답례하면서 한국인의 긍지를 보여 주면서 일제 36년의 선조들의 핍박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등산화로 일본 최고봉을 차례로 짓밟아 주고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귀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