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산행기록
백두산(장백산) 정상에서「해발 2,744m」 (작성자 : 김형재)
2007.10.22 Views 76 imsuy
백두산(장백산) 정상에서「해발 2,744m」
본인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중의 일원으로 직접 체험한 느낌을 감히 글로 옮겨 산을 좋아하는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 경험을 소개합니다.
성현들의 말씀에 자연을 보는 시각이 다음 3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어느 항목에 해당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면서 그 의미를 깊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仁者 樂山 → 어진 사람은 산을 즐기고,
2. 德者 愛山 → 덕 있는 사람은 산을 사랑하며,
3. 勇者 護山 → 용기 있는 사람은 산을 보호한다.
대자연의 신비롭고 웅장함과 인간사를 비교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감정은 자연을 지키면서 사랑하고 즐기는 산악인만의 특권이 아닐진데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사람만이 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좀더 넓고 높은 정상을 정복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마련인데 산을 오르다 보면 비지땀을 흘리면서 숨이 턱에 차오르는 과정을 수만 번 반복하면서 정상에 올랐을 때 그 감정은 작가일지라도 정확하게 글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산은 인내를 배우는 인간사 삶의 실습장이고, 자기의 건강을 병마로부터 지켜주면서 자기 자신과 싸움의 훈련장을 대가 없이 제공하며, 산행하는 모든 이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고마운 삶의 현장인 것이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중국인이나 교포들은 장백산이라고 하는데, 이 백두산을 등정하는 코스는 현재 중국 쪽에서 2코스가 있는데 하나는 9부 능선까지 차량을 이용한 후 약 200m 정도 도보로 정상에 오르는 코스와 두 번째는 노천 온천장에서 천지(장백) 폭포를 좌측에 끼고 등정하여 천지수면 쪽에서 정상을 오르는 데, 후자의 코스가 등산이 목적이라면 바람직하다.
1991년 7월 6일 오후 2시 해발 2,744m의 백두산 정상에서 그 넓은 천지를 바라본 느낌은 저절로 와! 하는 감탄사 외에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고 입만 벌려진 채 한참 후에야 그 광경을 비디오카메라에 경비원 몰래 숨어서 촬영하였다. 당시에는 백두산 정상에서 촬영금지라 숨겨 가지고 올라가 모험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일정 관계로 차량을 이용하여 백두산 정상을 밟은 후에 노천 온천에서 목욕을 하는데 위생시설이 엉망이 되어 다시 천지에서 흐르는 계곡 물로 몸을 헹구고 나오니 현지인들이 계란을 흐르는 온천물에 익혀 팔고 있었다.
온천욕을 하고 10여분 정도 걸어서 책에서 본 천지(장백) 폭포 밑에 도달하여 나는 휴대한 비디오카메라 앵글을 들이대고 구석구석 줌을 이용하여 촬영을 하는데 그 웅장함이란 높이가 수직으로 80m인데 위에서는 두 줄기로 10여m 정도 흐르다가 한줄기가 되어 떨어지는 광경이 장관이었다.
백두산 정상에서 중국 쪽은 푸석 푸석한 화석으로 식물이 없고 밑으로 7부 능선에는 고랭지라서 키가 작은 이름 모를 잡초들이 무성하고 5부 능선 밑으로는 수목이 울창한 원시림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의 말을 빌리면 천지(호수) 건너편 북한 쪽은 남쪽이 되어 울창한 숲과 원시림 속에 생태계가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하였다.
백두산 정상에서 다시 한번 분단의 아픔을 실감하고,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 쪽에서 오염되지 않은 원시림을 지나 정상을 밟고 싶은 욕망을 간직하고 아쉬움만을 남긴 채 하산하는 발걸음이 왠지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