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호남정맥 제18~19구간 (돗재~개기재~예재까지)

2012.09.22 Views 79


등록날짜   2012-09-28 오후 4:50:59
제 목   호남정맥 제18~19구간 (돗재~개기재~예재까지)
호남정맥 제18~19구간 (돗재~개기재~예재까지)


<첫째 날> 돗재에서 개기재까지
.
...............언 제 ; 2012년 9월15~16일 (23도의 흐림)
...............누구와 : 이정일, 조은상, 주성필, 최병식, 허영심 (이상 5명)
...............산행시간 ; 10시간 20분
...............휴식, 식사, 알바 ;


-6;20 서울 용산역(KTX) 출발
-9;20 광주역 도착/스타렉스
-09;50~10;15 광주 월산 로터리/별미 해장국 아침식사, 점심 도시락
11;20 돗재 출발
12;34~11;41 태악산(524m)/묘1기
12;55 돌탑봉
13;19~13;25 전망바위
13;34 암봉
13;45~14;25 노인봉(529.9m)/점심
14;49~14;55 성재봉(514m)
15;22 매봉
15;35~16;02 말머리재
17;04~17;44 촛대봉(522.4m)
18;49~18;54 두봉산(630.5m)/무인 산불감시탑
19;12~19;20 장재봉(598m)
21;40 개기재 도착
-22;13~23;40 넝쿨가든(전남 화순군 이양면 이양리 211~7. 전화 011~9065-9434)

용산역에서 새벽 6시 20분에 출발하는 KTX를 타고 보니 모처럼만에 먼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들뜬 기분이다. 특히 호남선 주변으로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들이 태양 빛을 받아 금빛물결을 이루는 걸 보면 그만큼 여유로워 진 걸까. 지금은 마음까지 풍요롭고 넉넉한 기분으로 황금벌판을 달리지만, 내일부터는 우리나라에 또 다시 중 대형 태풍 ‘산바’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니 적이 걱정이다.

그렇잖아도 지난 초대형 태풍인 ‘볼라벤’과 ‘텔빈’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될까 더욱 그러하다. 용산역 출발 3시간 후인 9시 20분에 광주역에 도착, 미리 예약한 스타렉스 운전기사가 반갑게 맞아 준다.

이번엔 운전기사를 현지인으로 채용했다. 광주의 운전기사 이일수(011~646-2926)씨의 안내로 월산동 로터리에 있는 ‘별미 해장국’집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점심도시락을 주문하여 각자의 배낭에 챙긴다. 모처럼만에 푸짐하게 점심도시락을 싸주면서 값을 3000원 밖에 받지 않는 걸 보니 오랜만에 사람 사는 곳에 온 것 같다.

오늘은 지난주에 비하면 한결 시원해진 날씨에 하늘도 쾌청하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IC에서 정체되는 걸 보면 서울이나 지방이나 다를 바가 없다.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돗재에 도착하니, 지난달에 알바하신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때의 짜증을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단다.

11시 20분이다. 돗재 출발지의 등산로 입구가 움퍽 패이고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처음엔 이게 웬일 일까 하고 의아해 했는데, 오르면 올라갈수록 더욱 더 심하다. 특히 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꺾이고, 뿌리 채 뽑혀서 넘어졌는가 하면, 길은 온통 나뭇가지와 잎이 부서져 아수라장이다. 며칠 전에 있었던 초대형 태풍 ‘볼라벤’과 ‘텔빈’의 영향으로 그렇게 되었다. 이쯤 되면 자연재해의 위력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무능한 미물임을 실감한다.

오늘 등산 예정시간은 처음부터 무리라는 직감이 든다. 넘어진 나무를 돌아서 풀 섶 길을 만들며 가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년병까지 함께하는 산행이다. 출발 한 시간 정도를 예상했던 태악산까지 오늘은 한 시간 반 가까이 걸리는 걸 보니 더욱 그렇다. 무성해야할 나무는 앙상한 모습이고, 그나마 온전하게 서 있는 나무들도 비바람에 나뭇잎은 골병이 들어 벌겋게 말린 모습이란 흉물스럽기 까지 하다.

이어진 돌탑봉, 전망바위, 암봉을 거쳐 530m의 노인봉에 올라 바람을 피해 늦은 점심을 먹는다. 광주‘별미 해장국’ 집에서 싸 준 주먹밥으로 식사를 하고, 먹고 남은 반찬은 구덩이를 파서 땅에 묻은 다음, 밥은 다독거려 바위위에 올려놓는다. 짐승들 먹이 감으로 고수레한 샘이다. 식사 후 훨씬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출발하는데, 오늘 처음 참석한 최병식 님은 벌써 몸이 무거워 보인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내 자신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 정맥 길이니 만큼 용기를 내어 완주하길 독려한다. 성재봉, 매봉을 지나 말머리재까지는 3시간 남짓 예상을 했었는데 4시간을 넘겨 도착하고도 또 30분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어둡기 전에 하산한다는 예상은 계산에 불과 한 걸까.
말머리재에서 최병식 님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하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탈출로도 없고 길도 없다고 만류하면서 완주를 유도하는데 워낙 체력이 좋아서 인지 보기에는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행이다. 촛대봉, 두봉산을 향해 쭉 뻗어나간 능선 좌우의 분위기는 완연 다르다.

능선을 중심으로 한쪽은 강풍의 피해이고, 한쪽은 그렇지 않다. 세상만사 음양의 조화란 하나가 좋으면 하나가 나쁘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듯이 만물의 이치가 다 그렇지 않을까. 촛대봉에서 기다리기를 또 40분, 저 멀리 두봉산 산불 감시탑이 더욱 멀리 느껴진다.

두봉산 산불감시탑에 올랐을 때는 이미 날씨마저 저물기 시작한다. 이제부턴 서로들 멀리 떨어져서 가지 않고 가급적 동행을 원칙으로 하여 마지막 봉우리인 장재봉 갈림길에 도착한다. 길은 이미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어두워서 비상용 랜턴을 켠다. 내리막길이지만 1시간여를 예상하고 하산하는데 가도 가도 개기재가 나타나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었을까. 혹시 길을 지나치지는 않았을까. 밤 9시를 넘기고 보니 초조해지는 분위기가 역역하다. 그러나 조용한 시골 야산을 걸어 볼만도 한데 몇 사람은 겁쟁이가 되버린듯하다. 여기저기서 반디 불이가 반짝반짝 길가에 맴돈다. 주위는 온통 적막으로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시골길 국도는 차량조차 일찍 끊겨 더욱 적적하다.

비가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무척 다행이 아닌가. 밤이 깊어지니까 초면의 운전기사는 연신 전화통화를 시도하는데 여기는 전화 불통지역이어서 시원한 답변조차 해 주지 못했다고 공주는 걱정한다. 밤 9시 40분이 되어서야 급경사를 내려와 개기재에 도착하는데 사정을 모르는 운전기사는 자기의 입장만 내세우며 짜증을 낸다.

밤 10시가 넘은 넝쿨가든, 화순군 이양에 있는 작은 식당이다. 양탕에 삼겹살을 시키고 걸리에 소맥을 곁들이는데, 최병식 님은 전혀 음식을 못한다. 11시가 넘어 모텔에 투숙할 때에는 기어코 상경을 한다며 광주 운전기사를 따라 나선다.




<둘째 날> 개기재에서 예재까지

...............언 제 ; 2012년 9월15~16일 (20도, 비오는 날)
...............누구와 : 이정일, 조은상, 주성필, 허영심 (이상 4명)
...............산행시간 ; 4시간 40분
...............휴식, 식사, 알바 ;



-06;15~06;40 넝쿨가든 식사
07;20 개기재 출발
09;10~09.15 헬기장
09;20~09;30 계당산(580.2m)/좌
10;18~10;25 523m봉/급 우측
10;35~10;45 간식/누룽지
11;28~11;35 편백나무 숲
11;41 헬기장
11;43~11;56 이동통신 중계탑
12;00 예재 도착/운전기사가 도착하지 않아 30분 기다렸다가
-12;30~13;20 좌측 예재터널 IC까지 내려 와 주민에게 위치 부탁하여 운전기사 만남
-14;10~14;40 도곡온천에서 샤워
-15;00~16;20 유진정/청둥오리(전남 화순군 도곡면 원화리 341.전화 061~375-5245)
-16;50~17;40 운주사 탐방
-19;05~21;55 광주 송정역 출발~용산역 도착(KTX)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안개가 자욱하고 가느다란 빗줄기까지 부슬부슬 내린다. 우려했던 태풍 ‘산바’이다. 엊저녁에 예약된 넝쿨가든에서 청국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주인아주머니는 날된장 한 덩어리씩을 비닐봉지에 싸주며 집에 가져가서 맛이나 보란다. 전라도 지방의 넉넉한 시골 인심을 확인하며 개기재에 도착하니 7시 20분이다.

잔뜩 낀 안개에 비가 점점 굵어진다. 배낭커버와 우의를 단단히 하고 첫발을 내딛는데 아침 빗방울이 더욱 차갑다. 아직은 많은 비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바람이 강해지고 빗줄기도 굵어진다니 오전 중으로 산행을 끝내야 좋을듯하다. 그러나 한 시간 반 정도이면 충분히 도착하리라는 여겼던 헬기장까지를 2시간이나 걸리는 걸 보면 오늘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전망이 뛰어난 등산로이다. ‘초대형 태풍 ‘볼라벤’이 아니었으면 더욱 아름다운 곳일 텐 데‘ 하고 아쉽게 생각하며, 뿌리 채 넘어진 나무 옆을 지나는데 고라니 한마리가 놀라 틔어 나간다. 나도 놀라고, 풀 섶에 은신했던 꿩 두 마리도 함께 놀라 ‘푸드덕’ 도망친다.

헬기장 정상에서의 전경도 잠시, 580m의 계당산에 오르니 ‘이곳은 전망 좋은 곳’ 이라는 푯말이 우리들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반긴다.

비오는 날에 내려다보는 멋진 전경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러나 시간에 쫒기다 보니 충분한 휴식취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좌측 길, 깔끔하게 정리한 방향으로 내려서는데, 지금까지 아수라장이었던 쑥대밭 길이 여기서부터는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마음도 상쾌하고 발걸음도 가벼워서 살 것만 같다. 더구나 12시 전에 산행시간을 마칠 것 같아 더욱 홀가분하다. 아마 화순군청에서 방화선으로 길을 정리한 것으로 짐작한다. 그리고 한참을 신나게 걷고 있는데 야생 개 복숭아(까털 복숭아)가 주렁주렁, 한 입 물어뜯으니 새콤 달콤 입안을 감친다.

잘 닦아 놓은 능선 길도 30여분, 다시 타작마당 같은 험로이다. 523m의 삽화치 능선 길 분기점에서는 코스를 급하게 우측으로 틀어야 된다. 10여분 정도 엉성하고 붉게 변한 숲을 지나 무명봉(?)에 도착하니 10시 10분 정도. 배도 출출하고 지루하여 잠시 넝쿨가든에서 가지고 온 누룽지로 간식으로 대신한다. 비는 점점 강해지고 바람도 심하다. 출발 3분도 되지 않았는데 능선 길은 또 깔끔히 정리하였다.

기분이 좋아 단숨에 막바지 편백나무 숲을 지나 헬기장을 거치고 이동통신탑 앞에서 기다렸다가 모두가 합류한 다음, 목적지인 예재에 내려서니 12시 정각이다. 오늘의 산행의 마무리하고 5분정도 지나니까 본격적으로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기다려야 할 운전기사가 길을 헤매며 오지 못하고 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약속 장소에 기다려야 할 운전기사는 없는, 이 무슨 꼴인가. 예재터널 위의 구 29번 국도인데 차량통행이 거의 없다. 30분을 기다리는데 날씨마저 추워진다.

이젠 할 수 없이 좌측 국도를 따라 예재터널 IC까지 걷는 수 밖에 없다. 아스팔트 도로를 걷노라니 비바람에 짜증까지 겹친다. 요즘 새로 난 도로가 너무 복잡하여 입구 찾기가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건 너무한 것이 아닌가. 어찌하랴 그래도 주민에게 길 안내 도움을 요청하여 기사와 만난다.

그리곤 40~50분을 도곡온천으로 달려 샤워를 하고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 신문지를 얻어 등산화 안의 물을 훔쳐낸 다음, 청둥오리 전문 식당인 ‘유진정’에 자리를 틀고 앉으니 그래도 1박 2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라는 생각에 만사 오케이! 여기에 친절한 주인장은 마른 누룽지와 직접 담은 막걸리 한 주전자는 더불어 제공 한다.

오후 4시 50분에 화순 운주사 탐방이다. 운주사는 온 골짜기가 전부 절터인가보다. 좌우 야산에 넓은 잔디밭, 운주사의 천불천탑은 도선이 우리나라 국토의 지형을 배에 비유할 때, 배의 중간 허리에 해당된단다. 그래서 이곳 호남이 영남보다 산이 적어 배가 기울 것을 염려한 나머지 이곳에 1,000개의 불상과 불탑을 하룻밤 사이에 조성하였다니 믿거나 말거나.

운주사는 임진왜란 때 훼손되어 폐사로 있다가 1918년에 중건되었고, 천불천탑은 1942년까지는 석불 213기와 석탑 30기가 있었는데, 현재는 석불 70여기와 삭탑 12기가 남아 있다.

특히, 부부 와불은 천불천탑 중 길이 12m, 너비 10m의 바위에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의 조각상이다. 이 불상을 일으켜 세우면 세상이 바뀌면서 1,000년 동안은 태평성대가 계속된다고 하니 언제 일으켜 세우나.

오후 5시 40분 경에 이곳을 출발하여 한 시간 후인 오후 6시 40분경에 송정역에 도착, 이어 7시 5분발 KTX를 타고 북상하는 ‘산바’를 헤치며 서울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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