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제20~21구간 (예재~곰치재~피재까지)
<첫째 날> 예재에서 곰치재까지 . ...............언 제 ; 2012년 10월20일 (13~20도, 맑음) ...............누구와 : 박찬익, 이정일, 조은상, 주성필, 홍사룡 (이상 5명) ...............산행시간 ; 8시간 ...............휴식, 식사, 알바 ;
<06;00> 합정역 출발 <06;20> 남부터미널 10;30~10;40 예재 도착/등산시작 11;07~11;12 시리산(삼각점) 11;20 봉화산(480m) 11;27 삼거리 이정표/진산재 쪽 12;18 묘/가위재 12;32~12;55 고비산(416m) 13;10 묘/좌 13;15 덕암산 13;45~13;50 휴식 13;55 방화선/붉은 흙길 14;07~14;10 큰덕골재 14;26 봉/장평,이양,청풍/좌 14;58~15;18 군치산(412m) 15;24 뗏재 15;48 암릉봉 16;12~16;32 폐농가/갈대밭/좌측으로 16;52~17;00 숫개봉(476m)/급좌 17;29 안부/공터 17;49 490봉/헬기장 18;05~18;10 봉미산 18;40 곰재(웅치)/우측100m쯤 곰치휴게소 <19;30~21;30> 명희네 집 061-862-3369, 장흥읍 토요시장/한우불고기, 매생이, 한우된장 물회 <22;10> 취침/청풍자연농원/한옥펜션,화순군 청풍면 신석리 639번지. 010-3131-2831
새벽 5시 50분, 엊저녁 퇴근길에 부탁해 놓은 떡집에 들려 이른 새벽에 새로 만든 따끈따끈 떡을 찾아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 10분이다. 모처럼만에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하리라 생각하고 의기양양하게 ‘김밥사랑’에 들어서니 부지런한 주성필 님이 먼저 와서 기다린다. 이어 박찬익 님, 조은상 님이 약속시간도 되기 전에 속속 도착, 여유롭게 남부터미널을 빠져 나와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오늘은 홍사룡 님을 더하여 단촐한 다섯명의 식구에 대절한 차도 새로운 ‘이스타나’승합차이고, 기사도 젊은 사람 (서명필.010-3933-4933)으로 교체하여 분위기까지 새롭다. 아침식사는 김밥과 떡으로 차내에서 해결하고, 중간 휴게소에 15분 정도 들린 후 ‘예제’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다. 지난달 태풍이 할퀴고 간 산마루엔 벌거숭이 나무들이 그대로 엉성하고 썰렁하다. 40여분 정도는 능선길에 넘어지고 쓰러진 나무들을 치우고 손질을 해 놓았기 때문에 걷기 편하다고 여겼는데, 이후부터는 그렇지 않아 걷는데 지장을 준다.
하기야 언제 우리가 편안한 길만 걸었다고 좋은길, 나쁜길을 탓하랴. 생긴 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고수하는 것이라면 길이 험한들 어떻고 돌아간들 어떠리. 전망 좋고 풍광 좋은 400여 미터가 조금 넘는 시리산, 봉화산, 고비산을 차례로 넘어 큰덕골재에 내려서니 오후 2시가 넘었다. 예상대로 순조로운 산행이다.
다시 오르막을 살짝 올라 군치산, 땟재를 지나고 암릉구간이 기어 정상을 넘어서서 30여분, 평원 중턱이 온통 억새밭으로 장관을 이룬다. 너도 나도 카메라를 꺼내서 셔터를 누르고, 스마트폰을 열어 터치를 한다. 진도가 날 리가 없다. 누군가 이곳에 무슨 농장을 하려다 실패하고 그만둔 것이 분명하다. 억새밭 중간쯤에 흐무러진 폐 농가, 폐가는 언제 보아도 흉가 같다. 이 폐가 왼쪽을 지나 476m의 숫개봉을 오르니 오후 5시, 급하게 좌측으로 내려서면서 어둠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실제 말은 하지 않아도 어둡기 전에 하산을 끝내려고 애를 쓰지만 시간은 벌써 6시, 어둡기 직전이다. 이제 마지막 490봉과 봉미산만 넘으면 되는데. 오늘은 후반기에 조은상 님이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써는 모습이고, 나머지 대원들은 괜찮아 보인다. 가파른 490봉을 지나 봉미산에 오르니 날씨는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길은 급하게 내려 앉는다. 굵은 모래길에 그간 비가 오지 않아 땅이 푸석푸석하고 참나무 낙엽까지 떨어져 미끄럽기 그지없다.
랜턴을 켤까말까, 그대로 버텨볼까. 6시 30분이 넘었을 땐 완전 어둠 그 자체이다. 오늘도 결국은 앞뒤에서 랜턴이 하나 둘 켜지고, 10분후 대미의 곰치에 닿으니 6시 40분이다.
한북정맥의 새로운 주자이고, 장흥이 고향인 전형기 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은 장흥에 ‘토요시장’이 열리는 날로서 그곳에 가서 ‘명희네 집’을 찾으란다. 비록 사정으로 함께하지는 못하더라도 잊지 않고 고향에 온 손님(?)을 맞아주는 정성과 산행 동료애가 깊은 남다른 친구이다. 갖가지 ‘한우 불고기’에 ‘매생이국’, 생전 처음 먹어보는 ‘한우 된장 물회’, 푸짐한 반찬, 오늘 고생한 만큼 먹는 즐거움도 그만큼 각별하다. 그리고 한옥펜션 ‘청풍자연농원’ 독채를 얻어 대청마루에 들어서니 10시가 막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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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곰치재에서 피재까지 . ...............언 제 ; 2012년 10월21일 (12~20도, 맑음) ...............누구와 : 박찬익, 이정일, 조은상, 주성필, 홍사룡 (이상 5명) ...............산행시간 ; 6시간 ...............휴식, 식사, 알바 ;
<05;00> 기상 <06;00> 아침식사 06;40 곰치재 출발 07;27~07;30 476봉(?) 08;02~08;05 백토재/운곡마을 갈림길 08;14 폐헬기장 08;26 국사봉(499m) 08;38~08;45 깃대봉(448m)/삼각점 09;00~09;20 바람봉/노적봉(434m)-땅끝기맥 분기봉 09;40 삼계 3봉(503.9m) 09;47 삼계 2봉/삼각점 09;58 삼계 1봉 10;12 장고목재/임도 12;25~10;30 무명봉에서 후미 기다림 10;54 송전탑 11;03 가지산 북봉 11;10~11;30 가지산 삼거리/가지산(509.9m) 왕복/압봉으로 전망 좋음 11;50 장평우산/석수동마을 갈림길/이정표 12;36 묘4기(청주한씨)/가족묘 12;38 편백나무 숲/표고버섯 농장 12;40 피재 도착 <13;30~15;20> 바다하우스 (장흥군 안양면 수문리 150-1. 전화;061-862-1021) 식사 전어회, 전어구이, 전어조림, 막걸리 <16;40~17;15> 보림사 탐방
5시 기상, 6시 식사, 6시 40분에 곰치에 내려서니 아스라한 아스팔트위로 안개가 살짝 내려 앉았다. 조금은 날씨가 쌀쌀한 듯 하여 옷깃을 여미고 476봉에 오르면서 외투 하나 둘씩을 벗어 제친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나서 등 뒤를 돌아보니 붉은 아침 태양이 찬란한 빛을 품어내며 솟아오른다. 사방으로 흩어진 안개가 땅 아래로 스며들면서 백토재, 국사봉을 넘어 448미터의 깃대봉에 오르니, 기대와는 달리 깃대가 없다. 여기서 휴식을 취하느니 차라리 15분만 가면 이곳보다 의미를 더한 땅끝기맥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직진한다.
오전 9시, 434미터의 바람봉, 또는 노적봉이라고도 하는데, 이곳이 또 다른 산맥의 분기점이 되는 땅끝기맥이다. 이 땅끝기맥은 탐진강과 영산강을 좌우에 거느리고 월출산, 별매산,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 달마산 등의 명산을 따라 해남의 땅끝마을인 토말에 내려앉는다. 여기서 남해바다로 여맥을 다하는 118km의 산줄기를 말한다.
땅끝기맥 분기점인 이곳 바람봉에서 20분 동안이나 여유를 갖고 기념사진도 찍어가며 간식을 취하였는데, 그래도 출발할 생각은 않고 남자들만의 수다가 경계선을 넘나든다. 오늘은 여성대원들이 없어서 그런 건가. 여기서 삼계 3봉을 넘으면서 능선길 좌측으로 전망을 바라보는것도 일품이다. 삼계 2봉, 삼계 1봉을 거치고 나니 비포장 임도인 장고목재에 닿는다.
오전 11시쯤, 능선길에 우뚝 솟은 송전탑을 지나, 가지산 북봉을 넘으니 오늘의 메인봉인 가지산 삼거리이다. 가지산은 신라 말 원표대사(元表大師)께서 산세가 인도의 가지산이나 중국의 가지산과 같아서 가지산이라 명하였다는데, 이는 신비한 기운이 삼한의 밖 아득한 곳으로부터 비쳐오기에 그 기운만을 바라보고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오묘한 곳을 따라 찾아간 곳에 자리를 잡고 터를 잡으니 여기가 바로 ‘보림사’이다. 가지산은 암봉으로 되어있는 전망 좋은 산이고, 작지만 산세가 좋아 정상에서 둘러보면 금방 명산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삼거리에서 빗겨나간 가지산은 20분이면 충분히 왕복으로 다녀올 수 있다. 한낮의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 쬐이고, 아래 녘 저수지에 비친 햇빛은 반사되어 반짝인다. 나뭇잎은 철따라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여기서 이제 목적지까진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하산길을 재촉하려는데, 양지쪽 잡나무들 사이에 진달래꽃이 활짝 폈다. 자연조차 이젠 제정신이 아니고 돌았나 보다.
마지막 후미는 언제나 호락호락하게 얼른 내어주는 법이 없다. 380~390m의 봉을 두서너 개 더 넘고서야 장평우산, 석수동 마을 입구 이정표 앞에 서는데, 목적지는 아직 또 다시 뻗어나간 봉우리 하나를 또 넘는다. 지루하고 힘겨운 시간, 꼭 6시간을 채우고서야 피재에 내려선다.
피재 터널위로 큰 공사가 한창인데, 운전기사는 용케도 이곳을 찾아왔다. 주성필 님은 금지된 담배를 숨어 피우고는 빨리 슈퍼나 가자며 재촉한다. 왼쪽으로 300m쯤 떨어진 곳에 새로 놓은 다리를 건너 적당한 곳을 찾아 스틱을 숨기고, 다음 달 코스를 확인한 뒤 슈퍼를 찾아 맥주를 마신다.
한 잔을 마시니 죽여주는데, 두 잔째는 끝내준다. 그러나 세 잔째부터 그저 그래서 목만 축이고 승합차에 올라 수문포로 향한다. 뒷풀이 식단의 전권을 위임받은 주성필 님은 ‘바다하우스’란 집에 자리를 틀고 제철에 만난 전어요리가 일미라며, 전어요리를 골고루 시켜 막걸리를 겸한다. 대부분의 대원들은 장흥에 바다가 접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왔다는데, 실은 나도 장흥엔 산과 바다가 조화롭게 펼쳐진 살기 좋은 고장인 줄을 몰랐다.
오후 4시 반이 넘은 시간이다. 우리나라 유명사찰의 하나인 보림사에 들어서니 가지산에 둘러싸인 시골이다. 스님 한 분을 만나 보림사의 특징을 물어보니 한 마디로 禪의 본부란다. 얼른 삼성당(산신당)을 찾아 신고하고, 본당에 들린다. 그런데 부처상이 인도에서 오셨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까만 모습이다.
특히 이곳에는 산 전체가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그 아름다움이 극치에 달하고, 정상부의 바위들은 마치 깎아 세운 돌 같다. 이곳 보림사 봉덕 계곡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많은 탐방객들이 찾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최고의 가족 휴양지로 꼽힌단다. 서산에 해가 떨어지기 직전인 오후 5시 20분에 아쉬운 탐방을 뒤로 하고 귀경을 서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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