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호남정맥 제28~29구간 (접치~노고치~송치까지)

2013.03.23 Views 103 慶 雲

등록날짜   2013-03-26 오후 7:06:27
제 목   호남정맥 제28~29구간 (접치~노고치~송치까지)

호남정맥 제28~29구간 (접치~노고치~송치까지)


<첫째 날> 접치에서 노고치까지

...............언 제 ; 2013년 3월16일 (서울 영하 1도, 낮엔 영상 13도, 맑음)
...............누구와 :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전형기, 주성필, 허영심, 홍사룡 (7명)
...............산행시간 ; 5시간 20분(알바 없음)
...............휴식, 식사, 알바 ; 분

<06;30> 합정역
<06;50> 남부터미널
10;47~19;55 접치도착~접치출발(주암면-승주읍 간 22번국도)
11;40~11;50 오성산(606.2m)/산불감시탑/오성산 정상석(생강나무를 자르는 산불감시원)
12;15 안부/고개/좌측은 골프장
11;54 530.2m봉/삼각점
12;45~13;25 ?봉(점심식사)/우측으로 벌목을 하여 전망 좋음
14;07 유치고개(닭재), 안부사거리/곡성 닭재마을-순천 유치마을
14;38~14;58 유치산 정상석/뱃바위/암봉 휴식
15;10~15;15 희아산(744m)/헬기장/닭봉/우측으로 꺾임
15;52 634.0m봉
16;11 삼각점/봉
16;18~16;25 노고치 도착(월등면-승주읍 2차선 국도)
<17;20~17;46> 순천만 생태공원 갈대밭 탐방
<18;00~19;00> 순천, 욕보할매집(동백식당)저녁-쭈꾸미 볶음, 짱뚱어탕
<19;50~ ‘은하수 민박집’에서 주인장과 소맥에 담소, 다음 달엔 방목 토종닭 잡기 약속

<산행기>

여느 때와 같이 서울을 출발한 승합차는 8시 45분에 임실 ‘관촌휴게소’에 들려 약 15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따뜻한 베지밀을 사서 달리는 차내에서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황전IC를 내려서니 10시가 넘었다. 꼬불꼬불 국도변엔 벌써 과수원 농부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고, 개나리, 매화나무, 복숭아가지마다 연하고 연한 연록색 새싹이 움트고 있다.

지난달 잔설을 헤치며 내려왔던 접치고개에는 도로변 수리공사로 인해 포크레인 엔진소리가 적막한 골짜기를 시끄럽게 메운다. 10시 55분이다. 이제 막 양지바른 초입에 들어서려는데 허공주는 자그마케 돋아 오르는 땅 풀을 발견하고 따뜻한 손길로 보듬으며, 햇볕까지 감싸 안는다. 초장부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려니 힘도 들고 꾀도 난다. 원래 등산은 처음 1시간이 문제다. 그런데 오늘은 박찬익 총무가 선두에서 보란 듯이 내뺀다.

11시 40분, 땀방울이 온 몸에 송글송글 맺힐 즈음에야 606.2m의 오성산 정상석 깃대봉 앞에 오른다. 구래 309란 삼각점이 있고, 산불감시초소에 근무하는 아저씨는 한가로이 앉아 토막토막 생강나무를 열심히 자르고 있다. 달여서 차로 만들어 마신단다.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 따위는 아랑 곳 없나보다.

다시 내리막 길, 힘들여 올라 왔는데 또 내려가려니 억울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는 것이 정맥산행이고 인생 또한 그런 것을 탓하여 무슨 소용이랴. 그리고 목책 안부 내려서니 좌측으론 골프장이 빤하게 보이는데, 아마 두모재인 듯 하다. 널따란 고개를 다시 치고 올라 우측으로 벌목한 530m쯤 되는 산등성이에 오르니 배도 출출하고 시간도 오후 1시를 바라본다. 옹기종기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다.

13시 25분, 희아산 분기봉까지는 북으로 뻗어 가야 한다. 오후 2시가 지나 유치고개 표지판이 있는 안부 사거리, 곡성의 닭재마을과 순천의 유치마을을 잇는 비포장도로이다. 여서 20여분, 가파른 길옆에 로프로 매어놓은 이 줄을 잡고 뱃바위에 오르니 유치산 정상석이다. 전망을 돌아보며 20분이 넘도록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로프가 오래되어 삭고 허름한 탓에 하얀 부스러기(거스름)가 온통 옷이나 장갑에서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아침부터, 오늘 산행은 빡빡한 5시간, 내일은 널널한 5시간쯤 걸릴 것이라고 큰소리는 쳐 놓았는데 벌써 4시간이 지난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괜히 허공주를 탓한다. ‘우리의 산행시간은 모두 허공주의 시간기록’이라고, 그러자 주성필 님도 한마디, ‘오늘은 나도 힘이 달려 후미에 서야 된다.’고 허공주를 편든다.

그럭저럭 오후 3시가 넘어 희아산 정상에 오른다. 744m의 정상인데 헬기장인 듯 하다. 이제 호남정맥에서의 북진은 여기서 끝나고, 우측으로 꺾어 남으로, 남동으로 여맥을 이어 가야 한다. 고도를 낮추어 634m봉, 413.2m봉을 지나 목적지 노고치에 이르니 오후 4시 18분, 서부장이 막걸리 2병을 준비해 놓고 반갑게 맞는다. 월등면과 승주면을 잇는 2차선 도로이다.

이른 시간에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도 그렇고, 긴급 숙의 끝에 ‘순천만 생태공원’ 탐방을 나서기로 한다. 그러나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순천만엔 입장하기도 또 어중간한 시간이어서 대강 주위만 살핀다. 진짜 탐방은 다음으로 미룬 뒤 향토 전통음식으로 식사 메뉴를 고른다. 그러나 역시 이 지방 먹거리 문화에 박식한 전형기 님 , 승합차는 벌써 ‘욕쟁이 할머니 식당’으로 달리고 있다.

오후 6시, 유명세를 탄 식당 ‘욕보할매집’이다. 식도락 주성필 님의 주도로 짱뚱어 탕를 시키고, 쭈꾸미 볶음을 주문한다. 머리까지 빨갛게 물들인 할매는 옷도 상하 모두 빨갛게 입어셨다. 특이하게 보이기 위한 상업적 전략인가. 몇 마디 말을 시켜보니 의도적으로 욕을 하는데, 자연스럽지는 않아 보인다. 올해 81살 되시는 할매는 이제 욕도 기운 없어 못하신단다. TV에도 29번 나왔다고 한다. 돈은 많이 벌었느냐고 물으니 못 벌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약간은 수줍어 하신다. 그런데 식도락 주성필 님의 왈, 진짜 짱뚱어 맛은 이게 아닌데?

오후 7시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은하수’민박집에 도착하여 배낭을 풀어 제친다. 한 달 만에 만나는 김정애 씨, 오전까지만 해도 감기가 잔뜩 들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남정네들이 온다니까 감기도 날아가 버렸다며 반갑게 맞아 준다. 훈훈한 거실에 상을 펴고 주인아저씨까지 불러내어 담소를 나누며 맥주와 소주를 번갈아 마신다. 주인아저씨도 훨출한 키에 시원시원해 보인다. 다음달에는 방목한 토종닭 3마리를 잡기로 약속 받고서야 밤 10시 30분에 취침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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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노고치에서 송치까지

...............언 제 ; 2013년 3월17일 (순천 영하 -1도, 낮엔 영상 14도, 맑음/오후 늦게 비)
...............누구와 :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전형기, 주성필, 허영심, 홍사룡 (7명)
...............산행시간 ; 4시간 30분(알바 없음)
...............휴식, 식사, 알바 ; 00분

<05;00> 기상
<05;40~06;40> ‘은하수’아침식사(흑미 섞인 밥에 라면, 김치, 총각무 반찬, 찐 계란)
06;55 노고치 출발
07;25~07;28 611m 점토봉
07;37 봉화대(?)
07;56 문유산 이정목 0.5km 지점
08;10 문유산 삼거리 갈림길/표지판
08;16~08;19 문유산(687.6m) 정상석/전망좋음
08.21~08.25 문유산 갈림길 복귀, 후미와 잠시 휴식
08;47~08;50 비포장(문유산 방향)임도/표시목
09;21 과수원
09;27 500m봉
09;32 임도/좌측 과수원에 독립가옥
10;05~10;35 바랑산(618m)정상석/산불감시초소/급 우측으로 내리막
11;10 큰 묘가 있고 앞에 축대
11;17~11;25 송치 도착/월등면-서면 2차선 도로/야망연수원(종교단체?)
<12;10~12;55> 전남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마을 탐방(산수유 꽃이 활짝 핀 축제 마을)
<13;10~14;20> 마산지리산식당/연잎 정식(반찬 48가지)에 토종 닭 백숙
<14;25~15;00> 화엄사 탐방
<20;25> 서울 양재동 도착, 해산

<산행기>

황토 한옥 방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 5시 알람이 막 울린다. 전형기 님이 라면을 끓이고, 주인아주머니는 엊저녁에 지어 놓은 밥통을 꺼내 밥상에 올려 준다.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싹뚝싹뚝’ 잘라 쟁반에 차려놓으니 한 상 가득하다. 김치 맛이나 젓갈 맛도 모두가 제 맛이다. 라면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두 어 그릇씩 비우고 나니, 식당에서 먹는 식사보다 100배는 나은 듯 하다. 그기에 산행을 하다가 출출할 때 먹으라며 방목 계란 8개 또 서비스한다. 사람냄새가 묻어나는 인심 좋은 부부를 만났다. 6시 30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드는데, 우리가 떠날 때까지 그 자리에서 배웅까지 해준다.

바깥 기온은 영하 1도, 857번 국도의 ‘노고치’아침은 6시 55분이다. 농장 임도를 따라 5~6분 후, 본격 정맥 길에 들어서니 역시 가파른 오르막부터 시작한다. 오늘도 박찬익 님이 선두를 놓치지 않고, 부교수 님이 그 다음, 전형기 님, 제가 중간에서 조절을 한답시고 그 다음에 서고, 주성필 님, 허공주, 홍사룡 님이 후미를 자처한다. 어제와 거의 비슷하다.

태산이 높다하되 올라 보지도 않고 미리 겁먹는 것처럼 눈앞에 우뚝 가린 높은 산이 가위를 눌리게 한다. 그러나 30분 만에 611m의 점토봉에 올라선다. 멀리서 보았을 때 너무 가파르다 보니 이제 죽는구나 하고 우려를 했단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어 봉화대인 듯 한 봉우리를 넘고, 오전 8시가 못되어 문유산 0.5km표지목이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오늘 코스는 널널하게 5시간을 예상하는데, 지금 같은 속도라면 4시간이면 충분할 것도 같다. 그리고 10여분 후 문유산 삼거리이다. 문유산 정상까지는 200m, 문유산 정상은 정맥코스에서 살짝 비켜 앉았다. 그러나 후미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도 정상을 다녀오는 것이 좋을듯하여 선두 4명은 문유산 정상으로 달린다.

오전 8시 16분 문유산(文遊山:688m) 정상에서 바라본 호남 들녘은 왠지 풍요롭고 정겹다. 오늘 우리가 가야할 좌측 정맥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613봉~590봉~500봉~바랑산, 지나온 유치산과 희아산(戱娥山:768m)의 조망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문유산 정상에 갔다가 삼거리로 다시 돌아오니 후미대원들도 도착하여 목을 축인다. 이어 임도의 표지목을 지나고 숲을 빠져나와 과수원을 경유하며, 500m봉에 올라오니 좌측 바랑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과수원 독립가옥을 지나 힘차게 30여분을 숨 가쁘게 올라오는데 산불감시초소에서 개 2마리가 마구 짓는다. 618m의 마지막 정상 바랑산이다. 시간도 아직 10시 반 밖에 되지 않아서 인지 마음도 느긋하다. 지고 온 바랑(배낭)도 비울 겸 마지막 간식을 즐기면서, 호남의 명산들과 한없이 호흡한다.

우측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능성이를 거닐 때면 마치 가을을 연상케 한다. 서어나무, 참나무, 소나무 숲길에 싸인 낙엽들이 겨울을 견뎌온 것 답지 않게 바스락 거린다. 11시 10분이 넘어 송치재에 내려서니 2차선 도로변에 ‘야망연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웬 연수원일까 하고 호기심이 발동되어 관계 직원쯤 되는 듯한 분께 물어보니 어딘지 모르게 우물쭈물 망설인다. 무슨 종교단체이듯 하여 다시 다그쳐 물어보니 ‘그렇다’라고 한다. 끝내 무슨 종교라고는 알려주지 않고 말끝을 흐린다.

오후부터 비 예보가 있었는데, 아직은 비가 올 것 같지가 않아 상경하는 길에 구례 산동면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릴 마을을 탐방하기로 한다.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위안리 마을이다. 약 1,000여 년 전 중국 산동성(山東省)의 처녀가 구례군 산동면(山東面)으로 시집올 때 처음 가져다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벌써부터 자가용, 승합차, 관광버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봄의 전령, 산수유꽃이 노랗게 막 돋아 난 노란 전경이 산촌 마을과 조화를 이룬다. 흐르는 도랑물과 돌담길을 걸으며 옛날 고향 시골마을을 연상해 본다.

이곳 처녀들은 산수유 열매를 입에 넣고 앞니로 씨와 육질을 반복하여 분리하는 바람에 앞니가 많이 닳아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산동처녀를 쉽게 알아보았다고 한다. 총각 놈들은 산동 처녀와 입을 맞추면 그 자체가 보약을 먹는 것보다 더 이롭다고 한다는 속설 때문인지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이 치열하였다고 한다. 사내놈들이란 예나 지금이나 몸에 좋다면 사족을 못 쓰나보다.

오후 1시가 넘었다. ‘연잎 정식’을 주문한 구례 ‘마산 지리산 식당’에 들어서니 차려놓은 밥상에 48가지의 반찬이 예술이다. 얼른 사진으로 한 컷 ‘찰가닥’ 실례한다. 토종 닭백숙과 함께 늦은 점심을 해결하는데 그래도 앞 가슴살만큼은 전형기 님 몫으로 내민다. 봄이 오면서 첫 외부 손님을 치르는데, 재료가 다 떨어져 손님을 받지 못할 정도로 붐빈다.

이왕 이곳에 왔으니 승용차로 5분 거리의 천년고찰 화엄사(華嚴寺)를 지나칠 수 있으랴. 누구는 죽기 전에 꼭 가 봐야할 곳이라고 하였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화엄사는 백제 성왕 22년(544년), 인도에서 온 연기대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나 자장율사와 도선국사에 의한 중건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번성하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전부 소실된 것을 인조 14년(1636년)에 중건한 당시의 건물들이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최대의 규모란다. 국보와 천년기념물이 많아서 인지 더욱 중후하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 호남지방의 사찰로서는 많은 인파들로 북적된다.

그런데 호기심이 많은 구층암을 가려다가 되돌아선다. 이젠 모두가 한 발자국도 띄기 싫어서이다. 그 유명한 구층암자의 모과나무 기둥은 다음 기회에 보기로 남겨두어야 또 찾아 온다는 것이다. 이 기둥은 천년보전과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있는 나무기둥으로 그 수령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무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짐작할 수 있단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는 순간, 흐르는 계곡물소리에 귀가 쫑긋해진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물이 어느새 녹았는지 너무도 힘차게 ‘쫄쫄’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 계곡물소리에 놀란 암자의 벚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화사하게 틔어 나올 듯하다. 산사의 봄은 여기서 시작되나보다. 오후 3시이다. 상경 승합차 안에서 두 어 시간 달리고 있는데, 예보되었던 빗방울이 ‘후드득’ 거리기 시작한다.
  
허영심산행기를 읽으니 지나온 발걸음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집니다. 다음달이면 벚꽃은 이미 지고 없겠지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3-03-29 오후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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