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호남정맥
호남정맥 제15구간 (무등산장~억새평전~장불재~둔병재)
2012.07.21 Views 67 慶 雲
등록날짜 | 2012-07-27 오후 12:4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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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호남정맥 제15구간 (무등산장~억새평전~장불재~둔병재) |
호남정맥 제15구간 (무등산장~장불재~둔병재까지)
...............언 제 ; 2012년 7월21일 (33~34도 정도의 맑은 날씨에 폭염주의보)
...............누구와 : 김경희, 김유영, 김호중, 박찬익, 오상환, 이동준, 이병덕, 이정수, 이정일, 임승규,
............................장정화, 조은상, 주성필, 최병식, 홍사룡, 허영심(이상 16명)
...............산행시간 ; 6시간
...............휴식, 식사, 알바 ;
06;30 합정역 출발
06;50 남부터미널 (김밥 준비)
08;45~09;10 탄천휴게소
10;50 무등산공원 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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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숲 문화학교 출발
11;35~11;50 꼬막재
12;15 신선대 억새평전
13;00~13;35 점심, 규봉암
13;43 지공너덜
13;47 석불암
13;57 피안교
14;12 이서, 영평(3.5km)이정표
14;15~14;30 장불재
15;05~15;20 그늘 휴식
15;30~15;50 능선 삼거리/수만리 2구(1.2km)이정표
15;43~14;47 멋진 소나무
16;00~16;10 안양산 정상
16;15~16;20 전망 소나무
16;50~17;00 둔병재/구름다리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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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0~19;30 전남 화순 ‘제주 흙돼지삼겹살’
2012년 7월 21일 (토), 맑고 찜통더위
전국은 요즘 장마에 폭우까지 겹쳐 물난리를 겪고 있는데, 오늘은 햇볕도 강열하고 폭염주의보까지 발령한 상태이고 보면 그나마 비가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선다. 이른 아침 6시30분에 승합차(25인승)는 합정역을 출발하여 6시 55분에 남부 터미널을 거친다.
오늘 산행은 원래 호남정맥 제15~16구간 1박2일 코스로 계획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맥코스가 유명 산(무등산)이니 만큼, 전 회원들을 많이 참여시켜 단합강화를 위한 산행으로 만들자는 大義名分에 따라 당일코스로 변경된 테마산행이 되었다.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박총무는 운행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아침식사로 김밥 한 줄씩을 배당하며 차내에서 각자 해결하도록 안내하고, 점심으로 먹을 따끈따끈한 떡은 下車할 때 챙겨 가란다.
출발 두 시간쯤 지나 탄천휴게소에서 잠시 용변을 보게 하고는 곧바로 ‘무등산 관광관리사무소’에 도착하니 10시50분이 넘는다. 주섬주섬 산행 준비를 마치고 11시 정각에 ‘숲 문화학교’ 앞에서 본격 산행을 시작한다.
편백나무, 측백나무,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등산로는 햇볕이 들지 않아 음산하기 까지 하다. 그기에 이틀 전에 많은 폭우로 인하여 간혹 길도 패이고 바위는 미끄럽다. 출발 40분 만에 꼬막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날씨가 워낙 더워 온몸은 벌써 땀으로 범벅이 된다.
‘꼬막재’란 무등산장에서 의상봉을 돌아 규봉암을 향해 올라가노라면 꼬막처럼 엎드린 작은 고개에 이르는데, 옛 선조들이 이 길을 지름길로 이용하면서, 그렇게 크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나지막한 재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 근방에 작고 앙증맞은 꼬막처럼 생긴 자갈들이 많다는 데서 ‘꼬막재’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12시 15분에 호남정맥 본 코스인 ‘신선대 억새평전’에 닿는다. 이제부터는 울창한 나무 숲보다는 잡풀이 우거져 터널을 연상케 하는 길, 무등산장과 규봉암의 중간쯤 되는 위치이다. 우측 능선 오르막을 치고 오르는 길은 군부대에서 통제하는 바람에 천황봉쪽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좌측으로 우회하여 규봉암을 거치게 되어 있다.
출발 2시간만인 오후 1시쯤 되었을 때 규봉암 아래 그늘진 장소를 잡아 각자 배당받은 떡으로 점심을 먹는다. 그리곤 바로 규봉암 뜰로 올라서는데 순간, 와! 하는 감탄사 절로 나온다. 나는 이게 仙界일까 하고 착각을 하고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는 규봉암을 배경으로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 돌기둥들이 적당한 간격을 이루면서 장관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연이 이렇게도 기이한 秘境을 만들어 놓고, 인간들에게 감동을 주는 걸까. 그래서 어떤 기자는 하늘이 마지막으로 감추어 놓은 땅이라고 했던가. 모든 대원들이 이 비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염이 없다.
나는 산사의 중앙에 위치한 관음전보다는 좌측 난간 틈에 신선이 만들어 놓을 법한 산신당으로 들어가서 모든 대원들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축원해 보기로 했다. 해발 820m 쯤에 위치한 무등산 규봉암의 돌기둥, 기묘한 柱狀節理를 벗어나는 데에는 모처럼만에 30여분이나 걸렸다.
다음으로 도착한곳은 지공너덜이다. 인도의 승려 指空大師에게 설법을 듣던 懶翁선사가 이곳에서 수행를 하면서 명명한 것인데, 지공대사는 한 수 더 나아가 이곳에 石室을 깔고 좌선 수도하면서 그 법력으로 억 만개의 돌을 깔았다고 하니 그 만큼 신비스럽다는 얘기일까. 여기서 몇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니 작은 寺刹이지만 지공대사가 좌선을 하였다는 ‘石佛庵’을 거치게 된다.
오후 2시가 가까워 올 무렵에 ‘피안교’를 거치고 이서 영평 3.5km지점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살짝 치고 오르니 오늘의 무등산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 장불(長佛)재에 도착한다. 오후 2시 15분이다.
장불(長佛)재는 무등산 정상인 천왕봉에서 남서쪽으로 서석대와 입석대를 거쳐 내려선 고개 마루이다. 또는 말 잔등처럼 생긴 능선이라 하여 `백마능선`이라고도 하는데, 오늘은 뙤약볕이 유난히도 이글거리고 있다. 도착하자마자 그늘을 찾아 한숨을 돌리고 무등산의 넉넉함을 마음껏 펼쳐본다. 그 옛날에는 생김새가 무덤 같다고 해서 `무덤산`, 암설(너덜 독 구댕이)이 많아 `무돌산`으로 불렀단다.
오늘의 `무등산(無等山)`은 한자와 불교에서 온 뜻으로서, 높이를 헤아리려고 해도 헤아릴 수가 없고, 등급을 매기려고 해도 매길 수가 없으며, 어디에 견주어도 견줄만한 곳이 없는 聖山이던가. 이 밖에도 武珍岳, 武岳山, 瑞石山, 武情山, 武堂山, 武德山으로 불리던 호남의 진산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4년도 여름, 강풍에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이곳 장불재를 오르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그때는 워낙 빗줄기가 굵고 강풍이어서, 피할 레야 피할 곳도 없고, 되 돌아 갈수도 없었다. 서로가 손에 손 잡고 정상에 올라 빗물에 도시락을 말아서 먹던 기억들이 눈에 선하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오늘은 정상에도 오르지 못하고 立石臺, 瑞石臺, 廣石臺의 3대 石景도 먼대서 바라보기만 한다. 몇몇 대원들에게 정상을 다녀오자고 제의를 해 보았으나 워낙 찜통더위인 터라 ‘나는 안 간다.’ 며 단호히 거절한다.
언제 보아고 모자람이 없고 사시사철 넉넉함을 자랑하는 무등산, 춘설 녹차와 무등산 수박의 맛도 허탕치고 억새 군락의 장관과 기암 입석의 절묘함도 오늘은 훗날로 미룬다. 다시 출발이다. 오후 3시의 폭염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안양산으로 향한다.
그러나 무등산 정상 왕복을 다녀오지 않은 대신 산행시간은 40~50분 여유가 생겼다. 큰 나무그늘도 없는 평전을 30~40분 걷노라니 강열한 햇볕에 지열까지 합하여 그야말로 찜통이다. 모자를 쓰고 있어도 정수리, 얼굴, 목까지 뜨겁게 달아오른다. 참다못한 자칭 마당쇠 임승규 대원은 이곳을 얼른 벗어나려는지 선두에서 달아나 사라지고, 뒤이어 이병덕 님도 앞을 추월하여 보이지 않는다. 2% 뭔가 부족한 걸까
장불재를 출발하여 쉬엄쉬엄 철쭉나무 군락지를 거치면서 40여분 만에 고래 잔등처럼 생긴 853m의 안양산 정상석 앞에 서게 된다. 이제 둔병재까지는 30~40분 정도 걸릴 것을 예상하고 후미 대원들과 배낭에 든 간식을 나눠 먹으며, 무등산을 건너다 보는 경관 또한 妙味이다. 여기에 철쭉꽃이 만발하면 錦上添花가 아닐까.
전망 좋은 곳마다 설치된 쉼터 의자에 앉아 여유를 부려 보기도 한다. 그런데 마지막 20여분을 남겨 놓고 가파르게 내려가는 진흙길을 만날 줄이야. 그저께 내린 빗물까지 마르지 않아 얼마나 미끄러운지, 구르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엎어지며 둔병재 구름다리에 내려서니 온몸은 땀과 진흙 투성이다.
오후 5시, 총 6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처음 와보는 전남 화순에서의 제주 흑돼지 삼겹살에 푸짐한 소맥으로 단합을 과시한다. 오 회장님! 더 시켜 먹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