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한남정맥 마지막 제12구간 (가현치~칠장사까지) (작성자 : 산나그네)

2012.03.29 Views 94 피아트

한남정맥 마지막 제12구간 (가현치~칠장사까지) 


............같이한 사람들 ; 김호중, 박찬익, 오상환, 이정일, 정민영,
..................................주성필, 채호기, 천승배, 홍사룡 (이상 9명)
............산행 날짜 ; 2012년 3월 24일 (서울 3~4도, 낮 최고 기온 6~7도)
............총 산행시간 ; 6시간 중 00시간 00분
............휴식, 알바, 식사시간 ; 00시간 00분

08;00 합정역, 08;30 남부터미널 출발
09;40 가현치 출발
09;55 상봉(340m)
10;05~10;52 헬기장
10;34 갈림 길
10;46 송전탑
10;52~10;55 헬기장
10;56 갈림길(허브마을 방향표시 반대방향으로, 좌측)
11;04 시멘트도로
11;05 대성사 노인복지원 입구
11;05 2차선 도로 좌측 산으로
11;13 우측으로 시멘트도로의 가드레인 끝 지점
11;30~11;35 우측 가족 묘(잃었던 카메라 찾음)
11;36 도로, 뜨락음식점 앞
11;40 삼죽면 월곡삼거리(삼죽면 노인복지회관 앞)
11;48~11;52 삼죽면사무소 내 오른쪽 복지회관 뒤
12;05~12;35 38번국도 ‘죽산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점심
12;35~12;45 국도따라(우) 10분 걸어서 지하통로로 횡단
13;10 비포장, 녹배고개?
13;43~13;58 도덕산 정상에서 휴식, 삼각점
14;40~14;45 관해봉
14;58 칠장산 정상 표지석
15;00~15;10 칠장산 헬기장
15;12~15;17 3정맥 분기점
15;30 칠장사 산신각
15;35~14;50 칠장사 관람
17;30~19;10 본가‘장수촌’(안성시 죽산면 두현리 305~3. 전화031-676-9285)에서 순 찹쌀로 빚은 전통막걸리와 오리백숙을 곁들여 호남정맥 마지막 뒤풀이

엊저녁부터 밤새 비가 내리더니, 아침이 되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데도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낮부터는 갠 날씨에 나들이하기에 별 지장 없을 거라는 일기 예보를 듣고 우의도 챙기지 않은 채 집을 나선다.

송기사 차량 윈도우브러시를 작동시키며 한 시간쯤 지났을까, 어느새 날씨가 점점 개이기 시작한다. 봄 날씨는 영상 3~4도가 되더라도, 바람 불고 구름 잔뜩끼면 겨울보다 어설프고 더 춥게 느껴진다. 이런 날씨를 옛날 사람들도 봄은 분명 온 것 같은 데 봄을 느끼지 못한다고 (春來不似春)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대자연은 분명히 봄을 잉태하고 있다. 도로변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소리가 유난히 쫄쫄거리고, 개울가 버드나무 가지에는 연녹색이 연연하다. 간밤엔 강원도지방으로만 폭설 주의보가 발효된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보이는 먼 산봉우리에는 눈이 뽀 하얗게 내려 겨울을 연상하게 한다.

9시 40분에 가현치를 출발하여 능선길에 올라서면서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을 걷는다. 빽빽하게 들어선 바람맞이 나무숲엔 세찬 바람으로 눈발이 달라붙어 하얀 눈기둥을 이루지만, 이따금 양지바른 언덕 아래로 내려오면 언 땅에 눈까지 녹아 미끄러지면서 바지가랭이는 온통 흙 범벅으로 엉망이 된다. 봉우리 서 너 개의 능선 길을 지나면서 지난 일 년 동안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년 4월 2일, 이름조차 생소한 ‘보구곶리’에서 한남정맥을 처음 출발할 때의 감회도 그렇지만, 김포의 진산에 문수산의 절경이 으뜸이라는 것도 처음이고, 정상의 흐무러진 산성을 밟으면서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많은 외세에 항거했던가 하는 아픔을 되새겨 보기도 했다.

5월 11일, 제2구간에서는 세조 빈의 소생인 왕자로 태어나 혁혁한 공을 새우고도 모함을 받았던 덕원군의 초라한 능에서 권력의 흥망과 쇄락을 느끼기도 했고, 또 수안산 하산 길에서 엄나무 군락을 거치다가 작은 뿌리를 캐어 배낭에 숨기던 일도 생각난다.

6월 4일에는 김포의 양촌과 인천시 검단과의 경계에 215m의 자그마한 산. 서해바다의 노을이 비껴 보이고, 오가는 고깃배와 돛대가 어울리는 조망에 솟대까지 만들어 놓고 가무를 즐기던 선비들은 이곳을 가현산이라 이름짓고 세월을 낚으며 풍류를 즐겼던 곳이라 했다.

출발 두 시간이 지나면서 삼죽휴게소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다. 노부부가 경영하는 한 식당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주문하여 김밥과 함께 식사를 한다. 그리고는 인도도 없는 국도변 우측으로 10분을 걸어 지하통로를 횡단한 다음, 좀 얕은 수작이지만 366.4m의 도덕산을 바로 올라 치려고 노린다. 그러나 편안한 평지를 무심코 걷다보니 너무 많이 걸어와 막바지에서 길도 없는 정상을 치려고 하니 여간 힘 더는 게 아니다. 차라리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정상 코스를 밟았더라면 하는 후회도 든다.

도덕산 정상의 바람은 또한 보통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바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정도의 돌풍이다.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눈발도 펄펄날린다. 지난여름 땀을 줄줄 흘리면서 무더위에 걸었던 산행이 오히려 부럽기도 하다.

작년 7월 2일 한여름, 매 사냥터인 장매이고개를 출발하여 호랑이 울음소리의 호명산을 지나 6.25전쟁이후 소금과 생선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봇짐 장사꾼들이 숱하게 넘어지고 구르던 ‘구루지고개’를 넘어, 만월정까지는 좋았는데, 송기사의 작란은 용서할 수 없었다.

8월 6일, 복 더위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여우고개에 도착하니 부천 ‘여우’가 마중 나와 금일봉을 준다. ‘피정의 집’을 지날때 짜증스러움을 막걸리로 푼 후, 계획된 코스를 다 하고 보니 10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덕분에 우린 장정화 님 댁에서 샤워까지 했었다.

9월 3일, 군부대를 돌고 헛걸음치면서, 말 벌집을 건드렸다가 줄 행낭을 친다. 겨우 길을 찾아 팔각정에 도착하니 오늘 처음 나온 권윤찬 님과 손남희 님은 귀가를 선언한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수암산을 종주한 후 군포 채호기 님의 친구 식당에서 뒷풀이를 했었다.

낡은 철조망이 좌측으로 쳐져있고, 마루금은 우측으로 꺾는데 이젠 마파람까지 받아 치며 걸어야 한다. 관해봉에 도착하여 마지막 숨을 고른 후, 하얀 눈이 살짝 덮인, 반쯤은 얼어붙은 가파른 오르막 길, 눈 녹은 물은 속으로 흐르는지 질퍽거리고 미끄럽다. 자빠질 듯 넘어질 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후 3시에 한남정맥 최종 목적지 492m의 칠장산에 선다.

작년 4월에 시작하여 12회 째, 꼭 1년 만에 마무리하는 감회이다. 작년 10월 8일 날, 당정역에 미리 도착한 몇몇 대원들은 전 달에 하산지점인 군포사거리에서 한세대학교까지의 구간을 빠트릴 수가 없단다. 택시를 이용하더라도 건너뛰지 않고 구간을 꼼꼼히 챙기던 일, 정조대왕의 효심이 서린 지지대고개를 지나 수원의 진산인 광교산이 경기 8경 중의 으뜸 산이라고 했다.

작년 11월 5일,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산을 넘고, 아스팔트길을 지루하게 빠져 나오니 朱肖爲王의 모함으로 화를 당한 급진 개혁가 조광조의 ‘심곡서원’에서 정치의 냉혹함을 느꼈다. 그리고 경부고속도로를 지하 통로로 횡단하여 아차지고개까지 왔을 때 ‘수상한 가게’의 막걸리 맛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12월 3일에는 억지개발로 인한 속세의 아스팔트가 너무도 걷기 싫어 택시를 타고 간다는 것이 너무 멀리 가는 바람에 법화산을 덤으로 오르기도 했다. 터키군 참전기념비를 지나 석성산 터널의 무자비한 훼손과 한겨울 진달래꽃을 보면서 환경의 양극함과 소중함을 느꼈다.

금년도 1월 17일, 난개발에 흉물강산, 짜증스러운 골프장의 경고문, 호화공원묘지, 망덕고개, 애덕고개, 신덕고개에 이어 천년 마애불까지 이 모두를 품어 안고 있는 문수산의 산신령이 훨씬 크고 깊다는 생각을 때론 해본다.

금년도 2월 11일, 영하 9도의 매서운 날씨에 여성 대원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날이다. 석술암산의 멋진 능선을 타고 구봉산을 내려와 어마어마한 규모의 안성추모공원을 거치고 ‘미리내마을’에서 천주교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 생사고락을 함께 해주신 동료 여러분과 성원해주신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100번을 드려도 모자란다. 우린 모두 3정맥 분기점에서 감회어린 사진을 함께 찍는다.

그동안 카메라맨을 자처하며 기쁘하시는 천승배 명예회장님, 원칙과 책임소재가 분명한 오상환 회장님, 120점 만점에 100점을 맞은 김호중 님, 늦게나마 등산의 진미를 알았다는 주성필 님, 몇 번 불참을 후회하는 박찬익 총무님, 후미 안전을 스스로 챙기신 홍사룡 님,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채호기 시인, 20년 후 꼭 우리산악회회장을 자신하는 차세대 정민영 님이 함께한 자리이다.

그리고 30분 후 경기도에서는 유물, 보물이 제일 많다는 칠장사의 산신각에 엎드려 고한다. ‘그간의 무고와 기를 주신 산신령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정맥이 마지막이 아니고 아직 진행’ 하고 있다고 축원하며 나오는데, 정민영 님께서도 함께 합장을 하고 있다.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칠장사를 관람하고 차에 올라 ‘본가 장수촌’에서 전통 특허 쌀 막걸리에 오리백숙을 주문한다. 금년도부터 더욱 잘 해보자는 신임 집행부의 산행 주문이 쏟아지면서 ‘한국출판인 산악회`의 발전을 위하여! 건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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