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2008년 7월 금북정맥 11구간 (차동고개~각흘고개 ) 산행기

2008.07.23 Views 111 허영심

일시: 2008년 7월 19일(토요일)
대원: 대장이정일, 조은상, 천승배, 박찬익, 임순재, 김성옥, 허영심(7명)
구간: 차동고개 - 극정봉 - 천방산갈림길 - 봉수산갈림길 - 각흘고개
     (17Km / 8시간)

 

어젯밤에도 아침일기예보에도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공주지역의 예상 강수량이
60mm ∼ 150mm라고 한다. 이번 구간이 예산, 공주지역이라 걱정스럽긴 했지만 언제 태풍이 온다고 해서 산행을 포기했던 적이 있었던가?
산에서 마시려고 준비했던 음료들은 냉동실에 다시 넣고 삶은 감자와 얼음을 넣은 물 한 병을 배낭에 챙겨 집을 나섰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잠시나마 모자란 잠을 보충할까 싶어 버스 안에서 눈을 감고 앉았는데 자유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차바퀴에 물이 휙휙 휘감기는 소리가 난다. 눈을 떠보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합정역에 도착하니 손목에 압박붕대를 감은 이프로 이병덕총무와 조은상회장님이 우산을 쓰고 서있고 나머지 대원들은 차안에 앉아있다. 곧이어 대장님이 도착하셨다.
부상을 입은 이프로를 비롯해 마당쇠 임승규, 임춘환, 진학범, 김경희 등 5명의 대원이 불참하여 7명이 탄 승합차가 합정역을 출발했다(07:00)
송기사가 집안 일로 운행을 못하게 되어 다른 기사의 승합차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에어콘이 고장나서 창문을 열고 달리니 차안으로 비가 사정없이 들이쳤다.
임시총무를 맡아 조수석에 앉은 깔끔이 임순재대원은 운전석 창문에 서린 김을 수건으로 연신 닦았다.
기흥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육개장, 올갱이해장국, 뚝배기 김치찌개 등 음식들이 맛있고 깔끔했다.(08:00-08:45)
차동고개의 차동휴게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김성옥이 움푹 들어간 보도 블럭을 잘못 디뎌 넘어지며 손가락에 상처를 입었다. 상비약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오면서 전화로 주문했던 점심 도시락을 찾아 각자 나눠 넣고 산행준비를 했다.
















 

10:40
차동고개 출발.
기사가 길을 잘 못 찾는 바람에 출발이 예정보다 45분 늦게되었다.
공주방향으로 고갯길을 조금 내려서다가 이내 왼쪽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었다.
나무에 맺힌 빗물을 털어 내며 길을 찾기 위해 대장님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바지를 입고 선두에 섰다.


294.2봉을 지났다.
선두는 앞에 가고 이왕 땀으로 젖나 비에 젖나 마찬가지라며 비옷을 집어넣으려고 잠시 멈췄는데 김성옥이 배낭 속에서 소주를 꺼낸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사방에 뿌리며 고시레를 했다. 휴게소에서 넘어졌다고 친정엄마가 시키셨단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털어 내자 조회장님이 못내 아쉬움을 나타내신다. 덕분에 자두를 먹으며 잠시 쉬었다.
각흘고개에서 출발하여 차동고개로 산행하는 한 무리의 금북정맥팀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 비껴 가는데 공주에서 많은 비를 만났다고 일러준다.



큰비를 만나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볶음밥으로 만든 주먹밥에 김치와 풋고추를 곁들인 맛있는 점심도시락이었다(12;20-12:40)




 

12:45
명우산 도착.
나무사이로 운무가 이리저리 흐르고 키 작은 풀들 사이로 평탄하게 길이 뻗어있다.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린다.
오는 동안 우비를 꺼냈다 집어넣었다를 반복했으나 지금은 비를 맞을 상황이 못되었다.
후미에서 천승배 대원과 우비를 입고 출발하는데 앞에서 아이야야∼ 신호가 들린다.
리본이 달려있는 곳은 직진코스인데 오른쪽에서 구호가 들리니 잠시 갈등하다가 앞의 대원들을 따라 갔다.
무명봉을 오르고 내려가고, 또 오르고 내려갔는데 앞에서 길이 없어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길을 찾느라 정신이 없고 대장님의 동물적 감각이 오늘은 휴업인가보다.
1시간 이상 알바를 했다.
하산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쉬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14:20
극정봉(424m) 도착.
빗물이 스며들어 신발 속에 물이 하나 가득하다.
걸을 때마다 신발이 뿡뿡 방귀소리를 낸다.
물을 담은 신발이 무게가 더해져 걷는 게 배로 힘들다.


14:50
오지재 도착.
오늘 산행예정시간이 7시간이어서 간식을 잘 갖추지 않은 대원들이 많고 비가 내리니 물 또한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물병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앞으로 4시간은 더 가야하는데 샘도 없고 물이 조금밖에 없으니 갈증이 더 느껴진다. 빗물이라도 받아 마시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천승배 대원이 얼려온 수박을 꺼냈다. 수박 한 조각이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기쁘다.






15:50
천방산 갈림길 도착.
천방산 정상을 좌측으로 비껴서 정맥길이 나 있다.
정상을 오르지 않고 걷게 되는 길이 고맙게 느껴진다.
목이 마르니 관심은 온통 물에 쏠려있어서 다리가 무거운 것은 어느새 잊으며 걷고있다.
송전탑을 지났다. 이제 20여분후면 봉수산 갈림길에 도착할 것이다.





17:42
봉수산 갈림길(520m) 도착.
대리석에 금속판을 붙여 만든 표지석 위에 조회장님이 깔판을 깔아주신다.
김성옥이 비를 가리며 간식보따리를 펼쳐놓았다.
찰떡파이, 과자, 초콜릿, 사탕.... 모두들 배가 고팠던 터라 간식을 집는 손들이 바쁘다.
초콜릿을 몇 알 입에 넣었는데 어찌나 목이 말랐던지 목에 턱 걸려 넘어가질 않는다.
남은 한 모금의 물을 입에 털어 넣고 간신히 넘겼다.
대장님과 박찬익 대원의 조금 남은 물을 대원들이 나눠 마셨다.
17:57
봉수산 갈림길 출발.
조회장님이 마지막 물 한 모금을 병째 내미신다.
미안함과 배려에 감사하며 다 마셨다.
빗속에서도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는 천승배 대원께 `박사` 라고 별칭을 지어 주었다.



목적지인 각흘고개가 가까워지니 비는 그치고 산봉우리를 감싼 운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18:57
각흘고개 도착.
4차선 도로 옆 `백제의 고도 공주입니다` 표지판이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
빗속에서의 긴 산행이 끝났다.
차에 두고 갔던, 이 프로가 아침에 가져다준 칡즙으로 갈증을 해소했다.





아산역 부근에서 목욕을 하고 목욕탕 맞은편의 마포 최대포에서 천박사님이 저녁을 내셨다.
입에서 살살 녹는 갈비살과 된장찌개가 무척 맛있었다.
주인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이 그 맛에 맛을 더했다.
깔끔이는 KTX를 타고 처가인 대구로, 우리는 서울로 떠났다.
남부터미널부근에 잠깐 세워달라는 대장님의 부탁을 기사가 단 한마디로 거절한다.
양재에서 몇 분이 내리고 합정역에 도착했다(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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