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한북정맥
제2기,한북정맥 제11구간 (도봉산역~우이령~솔고개까지)
2013.04.09 Views 106 산나리
한북정맥,제11구간 (도봉산역~우이령~솔고개까지)
...............언 제 ; 2013년 4월 6일 (서울 최저기온 2도, 안개끼고 비)
...............누구와 : 부길만, 이병덕, 이정일, 전형기, 조은상, 천승배 (이상 6명)
...............산행시간 ; 정맥코스 5시간 10분(도봉산역에서 부터 실제 산행시간 8시간)
...............휴식, 식사 ; 시간 분
<09;30~09;50> 도봉산역 집결~출발
<10;20> 도봉산 매표소 통과
<11;18~11;30> 마당바위
12;15~12;40 자운봉 아래 동굴(우산바위?)밑에서 점심
13;00~13;05 오봉갈림길 삼거리
13;07 도봉산 칼바위 아래 사거리
13;24~13;27 오봉샘 갈림길
13;32 헬기장
13;40 우이암 0.3km지점 갈림길, 4~5m앞으로 가다가 우측 출입금지구역
13;48 542봉 내려오는 길과 닿은 곳에서 다시 우측 출입금지구역
14;20~14;25 폐 군 막사에서 휴식/계곡 쪽으로 직진(좌측으로도 길이 있음)
14;30~14;50 둘레길/큰 계곡 따라 내려가다가 좌측으로 희미한 오르막길
15;05 우이령 검문소 약 150m 앞두고 우측 작은 계곡 따라
15;13 검문초소 뒤 군 체력단련장? 깃대봉(棒)이 있음
15;20 상장능선 합류
15;24 삼각점봉 전망대 통과
15;45 암봉/우회
16;02~16;10 삼각봉에서 간식
16;20~16;38 암봉/선두그룹 암봉을 우회하다가 원위치
17;18 (?)작은봉/직진
17;24 Y갈림길/우
17;35 둘레길(충의길)
17;40 솔고개 도착
<17;55> 버스 승차 / 연신내까지 이동
<18;30~19;50> 연신내 ‘춘천 닭갈비 식당’에서 뒷풀이 후 귀가
잠에서 깨어보니 아직 새벽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앞마당에서는 비오는 소리가 추적추적 들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영상 19.9도까지 올라갔던 포근한 날씨가 오늘은 거칠게 비가 내리겠고 기온도 뚝 떨어져 영동지방에는 폭설 주의보까지 발령한다니 봄이 왔다고 법석이지만 봄 같지가 않다. 엎치락뒤치락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애꿎은 TV를 켜니 북한의 전쟁위협으로 7시 뉴스를 달군다.
8시 30분에 전철을 탄다면 도봉산역까지는 9시 30분에 충분히 도착하겠지, 하고 여유를 부리며 ‘오늘은 비도 오고 날씨도 좋지 않으니까 오히려 도봉산 지킴이는 출근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며 8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택시를 잡아타고 7호선 전철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도착하니 막 9시 30분, 겨우겨우 약속시간 체면을 유지한다.
오늘은 짙은 안개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꼴이 좀처럼 그칠 것 같지가 않다. 김밥을 점심으로 준비하고 배낭커버를 씌운 후 우의에 우산을 받쳐 들고 도봉산 매표소에서 ‘한국등산학교’를 지나 천축사와 마당바위를 차례로 거친 다음, 마지막 자운봉으로 힘겹게 올라 치니 싸늘한 날씨에 찬바람이 매섭게 분다. 우산속 같은 동굴로 들어가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옷을 겨울복으로 두툼하게 갈아입은 다음, 본격 정맥코스에 들어설때는 12시 30분이 넘었다.
아마 이곳은 영하의 날씨보다 더 내려 간 듯 체감온도는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바위틈으론 殘雪이 그대로 남아있고 간혹 빗줄기는 눈송이로 변하여 바람에 날리기도 한다. 오늘은 도봉산의 위용과 서울의 절경도 안개 속에 묻혀 모두가 허사이다. 요즘 도봉산의 난코스는 계단을 설치하여 우회하도록 유도하였다. 오늘은 궂은 날씨이지만 암벽코스도 생략하기 때문에 어쩌면 예정시간대에 맞출것 같은 생각도 미리 해 본다.
오봉삼거리를 지나고 오후 1시 30분이 못되어 오봉샘 갈림길에 도착한다. 잠시 이곳에서 우리들은 한 군데 모여‘이제 곧 헬기장이 나올 것이고, 이 헬기장을 지나면서는 출입금지구역이지만 상장능선 가는 길이 나올 테니 우리 모두 정신 차려 이 길을 놓치지 말자’고 다짐한다. 이어 헬기장을 지나고 우이암 표지목 0.3km지점을 거친다. 오르막이 시작되기 전이다. 오른쪽 경계 밧줄에 ‘출입금지’란 푯말이 걸려 있고 여기에 희미한 길들이 여러 갈래로 나타난다.
이 프로 총무님은 ‘이곳에서 알바를 숱하게들 한다’고 재차 주의를 환기시킨다. 오후 1시 40분, 드디어 ‘출입금지선’을 넘는다. 점잖치 않은 산행이지만 이 길만이 오직 한북정맥 정코스인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완주를 하지 못하니까, 죄송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특히 담배도 일체 피우지 않으니까 산불걱정도 없습니다.’
실은 오늘 천승배 명예 회장님이 감기가 심하여 중간에서 하산하려는 참이다. 그래서 이왕 하산 하려면 이곳 갈림길에서 헤어지자고 권유하여 이곳까지 오셨는데, 다시 이곳에서 마지막 솔고개까지 함께하자고 권유하여 허락을 받는다. 모두가 환영하며 기분 좋은 분위기이다.
떡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건가. 사람 발길이 뜸해서 인지 숨겨 놓은 능선길이 더욱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오후 2시 20분, 내리막에 폐 군사용 막사 앞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직진하니 오른쪽에 큰 계곡이 나타난다. 안개는 잔뜩 끼고 비는 후드득후드득 굵어지는데, 왼쪽에 나타나리라 예상했던 계곡이 오른쪽에서 나타나니 길도 방향감각도 어지럽기만 하다. 잠시 우왕좌왕 이럴 땐 의례 의견도 많아지는 법이다. 더구나 계곡이 왼쪽에 있으면 느낌으로 라도 방향감각을 잡을 텐데,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아마 이 계곡은 오봉쪽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짐작한다.
그렇다면 우측이 아니고 왼쪽으로 내려 가야할 듯하여 조심조심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어 산비탈 희미한 길을 치고 오르니, 새로 난 우이령 둘레길이다. 이젠 한숨 돌리고, 삐죽삐죽 우이령고개 쪽으로 오르다가 검문초소 120~130m 남겨두고 전망대(‘노변 사방사업개요’란 표지석)에서 잠시 사방을 살펴본다.
이곳 우이령은 소귀를 닮았다고 하여 소귀고개라고도 하는데 1968년 북한 김신조 일당이 침투했던 사건 때문으로 40여 년 간이나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2009년부터 민간인의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둘레길이다.
이어 상장능선 쪽에서 내려오는 좁은 계곡이 있기에 이 계곡 옆길을 타고 오른쪽으로 휘어 7~8분정도 오르니 깃대봉(棒)이 있는 군용 체력단련장(?)이 나타난다. 그런데 바로 아래에 우이령 검문초소가 있고 우린 그 뒤편에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이 검문초소를 따돌리려고 온갖 머리를 짜가며 이곳까지 왔는데 자칫 검문은 당하지 않을까, 조바심이다. ‘쉿! 조용조용!’ 모두가 숨을 죽이고 번개처럼 걸음을 재촉하여 상장능선 본 코스에 합류하고 보니 오후 3시 20분이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 쯤 되었을까. 그때 처음으로 와 보았던 상장능선이었다. 정말 멋진 곳으로 기억되어 많은 기대도 하였는데, 오늘은 그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크다. 온통 안개와 비바람에 날씨마저 쌀쌀하여 사방을 분간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나 산세가 뛰어났으면 將帥와 같은 기세라 칭하고 상장봉(上將峰)이라 하였을까.
암봉 서 너 군데를 우회하고, 마지막 전망봉인 듯한 곳에서 다시 일행들은 우회로 내려가는데 나 혼자만 능선을 치고 올라 본 코스를 따라 열심히 가고 있을 즈음, 갑자기 부교수 님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무래도 우회하여 내려가지만 정코스에 자신이 없는 눈치 같다. 할수없이 다시 일행을 정상으로 유도하여 함께 합류한다. 그리고 잠시 몇 발자국 내려가는 데, 조금 전에 전화 걸었던 샛길 합류지점으로 다시 돌아 왔다며 모두가 무릎을 친다. 억울해서 이다. 여기서 빙 돌아 다시 올라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15분 이상은 헛걸음을 친 셈이다. 앞조차 분간 못할 안개와 비바람 덕택으로 이렇게 좋은 추억거리를 얻었다며 한바탕 웃는다. 조은상 님의 위로이다.
폐 타이어가 왼쪽에 비치된 대머리 같은 마지막 작은봉에서 직진한다. 이어 7~8분 후 우이동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넘어서니 충의길이라는 표지목이다. 오후 5시 40분, 솔고개에 도착하는데 비는 더욱 추적거리고 바람불며 체감온도는 영하의 날씨처럼 춥기만하다. 본 정맥 코스인 자운봉에서 부터 5시간 10분, 전형기 님은 실제 만나면서부터 걸었으니까 산행시간을 8시간으로 계산하여 기록하잖다.
버스를 타고 연신내 ‘춘천 닭갈비 집’, 오늘은 금주한 대원들이 많아 이 총무님과 전형기 님만 소맥을 말고, 다른 네 분들은 안주만 축내고, 식사를 한다.
이 총무 님, 전형기 님! 금주한다고 너무 염장만 지르지 마세요. 때론 금주하는 것이 마시는 것 보다 더욱 괴롭다는 것도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