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한북정맥
제2기,한북정맥 제4구간 (불땅골~도성령,강씨봉,청계산~노채)
2012.09.14 Views 35 산나리
한북정맥 제4구간 (구담사~도성고개~강씨봉~청계산~노채고개까지)
............언 제 ; 2012년 9월 1일 (30도 정도의 더위)
............누구와 : 박종관, 부길만, 유광종, 이정일, 전형기, 조은상, 주성필, 천승배 (이상8명)
.............산행시간 ; 8시간 00분
.............휴식, 식사 ; 시간 분
07;00 합정역
07;20 잠수교 남단 U턴지점
08;48~09;18 아침식사 (제일유황오리)
0945 캠핑장 입구 출발
10;28~10;42 도성고개
11;01 백호봉
11;05 채석장 갈림길
11;10 강씨봉
11;18~11;31 헬기장
11;46 한마무골 갈림길
12;18 한나무봉
12;22~12;27 오뚜기고개
12;47 귀목봉 2.9km 전
12;55~13;37 무명(?)봉에서 점심
13;45~13;50 귀목봉 삼거리(890m)/우측/ 방화선은 귀목봉으로
14;20~14;28 의자에서 휴식
14;49~15;05 청계산
15;30 770m봉
15;98 길매재
15;15~15;25 돌탑봉/전형기 근육 경련
15;49 청계저수지 갈림길
16;10~16;20 휴식
16;25~16;35 길매봉(735m)/헬기장
16;47 봉우리(660m)
17;01~17;06 휴
17;45 노채고개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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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산행엔 또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릴까. 햇볕은 또 얼마나 뜨거울까, 바람은 얼마나 불까, 방화선 능선에 그늘은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제비울상회’에서 우회전하여 구담사, 불땅계곡을 지나 야영캠핑장 입구의 작은 시멘트 다리 앞에 하차하니 오늘따라 개울물소리가 유난히도 쫄쫄거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초특급 태풍인 ‘볼라벤’과 중형 ‘텔빈’이 전국을 강타한 뒤이다. 연이은 태풍의 위력 앞에 한없이 나약하기만 했던 자신들이 오늘은 날씨가 잠잠하다고 한북정맥 제4구간에 도전(?)하는걸 보면 그래도 인간이기에 자연을 이용할 줄 아는 영장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전국은 온통 강풍과 수해로 인하여 수많은 농작물을 할퀴고 상처를 남겼으니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은 마냥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걸까.
아침 9시 45분에 이곳 캠핑장을 출발하여 개울을 건너고 소나무, 전나무 숲속을 지나 가파른 산비탈을 50분정도 숨 가쁘게 올라선다. 궁예가 그의 부인 강씨를 유배하고 쌓았다던 도성고개이다.
지금의 도성고개는 삼림욕장으로 조성되어 있다. 가평쪽에서 이곳까지는 비포장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아래쪽 삼림욕장 출입구에서 차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단다. 굵직굵직한 소나무 전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데다 중간 중간에 쉼터도 조성되어있어 더욱 깔끔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이곳 첫 번째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많은 계단으로 이루어진 능선 길을 따라 깡씨봉을 향한다. 이번 산행에서는 지난 두 차례의 태풍으로 인하여 나무가 부러지고 가지가 꺾여 수라장이 된 구간이다. 채석장 갈림길을 지나 11시 10분에 강씨봉에 서게 되는 데, 기대했던 絶景과는 달리 별 특징이 없다. 곧바로 헬기장으로 내려 와 간식을 취하며 가쁜 숨을 고른다.
11시 30분이 지나면서 배도 출출하고, 그렇다고 지금 식사를 하기에도 때 이른 시간이어서 1시간쯤 후에 먹기로 하고 한나무봉을 오른 후 오뚜기령에 내려서는데, 이런 산중에 꾀나 넓은 사거리 고개 길을 만난다. 물론 비포장도로이기는 하지만 무슨 연유로 돌탑위에 근사한 표지석까지 만들어 자랑거리로 만들었을까.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인 이 고개를 중심으로 동쪽은 가평군 북면 논남기 쪽이고, 서쪽으로는 포천군 일동면 무리울로 이어지는 군 작전 도로이다. 한북정맥을 종주하는 산꾼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육군 오뚜기부대인 제8사단에서 이 길을 닦았기 때문에 부대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높이 약 2.5m 정도의 석축 단상에 자연석을 올려서 `오뚜기嶺`이라 새겼고, 부대마크도 그려져 있다.
또한 뒷면에는 "초전 3일, 돌격 결전 의지와 기백으로 폐허의 옛길을 뚫다. 1983. 6. 25. 군단장 오자복"이란 글귀와 함께 당시 이 고개를 닦는 데 기여했던 사단장과 소대장 이하 참여자들의 명단까지도 모두 적어 놓았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에는 앉을자리도 마땅찮고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간다는 것이 오후 1시가 가까워 올 무렵에야 이름 모를 무명봉에 오르는데, 온몸은 땀과 배고픔으로 지쳐가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처음 참석한 전형기 대원의 걸음걸이가 힘들어 보이더니 왼쪽 장단지에 근육경련을 호소한다. 아직 중간 정도밖에 오지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되면 힘 드는 데........ 그는 남에게 피해를 줄까봐 더 미안해하고 있어 오리려 우리가 민망할 지경이다. 내친김에 휴식도 취할 겸 ‘제일 유황오리 집’에서 싸준 주먹밥으로 40여 분간이나 여유 있게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7~8분후에 귀복봉 삼거리에 닿으니 경치도 경치거니와 깔끔한 쉼터에 텅 빈 의자가 아까워 또 앉아 잠시 휴식을 한다.
여기서 정맥길은 직진을 하지 않고, 우측 청계산 방향으로 길을 튼다. 지금까지의 방화선 벌목도 귀목봉을 따라 나 있기 때문에 자칫 알바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우리들도 여기에서 선두가 후미가 되고, 후미가 선두로 바뀌는 알바를 잠시 맛본다.
산행 5시간이 가까워 오니 모처럼 참석한 유광종 고문도 선두에서 슬슬 밀리기 시작하고, 전형기 님은 계속적으로 근육경련 때문에 惡戰苦鬪를 하고 있어 보기에도 안타깝다. 그러나 아직 젊고 이 순간을 극복해야 된다는 의지가 강한걸 보면 끝까지 갈수 있겠다는 짐작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그런데 마지막 큰 봉우리인 길매봉은 이곳 돌탑봉에서 급하게 내려갔다가 올려쳐야 하는 암능구간이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전형기 님이 또 갑작스런 근육경련으로 이번엔 아예 주저 눕는다. 나는 여기서 선두는 선두대로 먼저 출발하게 하고 스스로 맨 후미를 자처하여 그와 함께하기로 한다.
이 광경을 보다 못한 유광종 님은 본인이 예비용으로 지참한 비상용 약 한 알을 전형기에게 건넨다. 효과도 효과지만은 심적 안정도 우선 될 듯 하여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그렇다고 우회할 수도 없고 탈출로도 없어 더욱 그러하다. 천천히 천천히, 반보 반보씩 걷는데도 연신 근육통증을 호소한다. 동병상린의 유광종 님은 산행 경력이 풍부하여 요령껏 잘도 가는데, 우린 쉬었다 가다, 앉았다 가다를 반복하며, 세월아 네월아 노랠 부른다. 세상만사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오후 4시가 넘었을 때는 길매봉 정상에 기어이 올랐다. 아직 목적지 노채고개까지는 1시간여를 예상하고 남은 비상용 간식과 생수를 마시며 갈증을 푼다. 그러나 같은 시간이라도 지금까지 왔던 한 시간 보다는 마지막 남은 한 시간이 더 더디고 힘들다. 동료의 고통을 분담할 수도 없고, 아예 쉬엄쉬엄 느림의 여유를 즐긴다. 오후 4시 45분에 노채고개에 내려서니 오늘은 총 8시간의 산행으로 마무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