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제8회 낙동정맥 제14~15구간 (용덕2리~왕거암갈림길~양설령~피나무재~질고개까지)

2015.04.18 Views 147 산누리

제8회 낙동정맥 제14~15구간 (용덕2리~왕거암삼거리~갓바위전망대~주산재~양설령(우설령)~벌바위봉~피나무재~질고개까지)

<첫째 날> 제14구간 (용덕2리~왕거암삼거리~갓바위전망대~양설령까지)
...............언 제 ; 2015년 4월 18일 (8~14도, 맑음)
...............누구와 : 박종관,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임순재, 황성자, @구본영
...............산행시간 ; 총 7시간 (휴식, 식사, 알바 ; 포함)

05;30 서울 남부터미널
06;00 하남 만남의 광장
07;40~08;30 단양휴게소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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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용덕2리 출발
11;50~12;06 무명봉 휴식
12;12~12;30 기암봉 (1). (2). (3). (4) / 부처손 군락
12;34 솔숲 너럭바위 쉼터
12;55~13;45 대궐령/점심/낙동정맥 본 코스에 복귀하였으나 너무 질러 와 왕거암삼거리로 되돌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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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0 왕거암삼거리
14;40 좌측으로 목책 (1), (2) / (좌측 낭떠러지)
14;46 층층바위
14;52 제단바위
14;53 대궐령에 다시 복귀
14;56~15;05 갓바위 전망대
15;35~15;50 798봉(청운봉)
15;59 정부인 경주김씨 묘
16;06~16;10 산수골 안부/돌무지
17;20~17;55 주산재 삼거리/이정표 없음(참나무 고사목이 넘어져 있음)/알바 조심/앞 팀 세 명은 벌바위봉까지 다녀 옴(알바)/좌측으로 하산하면 우설령(또는 양설령)/정맥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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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 양설령(우설령)/끝
(18;40 수부정 도착
(20;00~21;20) 토종 달 백숙으로 저녁식사


<산행기>......................................................................

오늘은 오랜만에 임순재 사장이 낙동정맥에 합류하는 날이다. 백두대간과 한남금북정맥을 함께 완주하고, 호남정맥을 일부 하다가 무릎(관절)을 수술하는 관계로 그동안 등산을 하지 못했었다. 옛 전우(?)가 다시 합세하였으니 만점 팀웍을 이룬다. 승합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 남부터미널을 출발하여 하남 만남의 광장을 거치고, 아침 7시 40분에 단양휴게소에서 조식을 취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요란한 비가 내렸는데, 비도 그친 오늘아침 공기는 더욱 신선하고 상쾌하다. 차창 밖 나목에선 연록의 새싹들이 더욱 선명하고, 국도를 따라 펼쳐진 과수원 밭엔 복사꽃, 사과 꽃, 배꽃이 한창이다. 화사한 꽃길이 눈부시게 펼칠 때면 운전대를 잡은 깔끔씨나 조수석에 앉은 비아의 감탄이 동시에 쏟아진다. ‘어쩜 저렇게 호흡이 잘 맞을까.’ 두 사람의 감정표현은 호흡까지 척척, 할 말을 잃은 버럭님은 ‘임사장! 다음부턴 게스트가 아니고, 정식 멤버로 매월 꼭 참석해야 돼!’ ‘알겠심더’

청도 진보사거리에서 미리 예약한 대리운전 기사 이천봉씨가 동료 한 분과 함께 기다린다. 황장재를 지나고 영덕군의 지품면에 들어와 용덕 2리 방향으로 다시 우회전하니 70년대나 볼법한 농촌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울긋불긋 복사꽃과 새하얀 배꽃이 農家를 주위로 꽃 대궐을 이룬다. 몇 번이고 승합차를 정차시켜 카메라에 담아 보았으나 인위적으로 만든 기기는 꽃 향이 머무는 그대로의 감정을 담아내지 못한다.

‘임사장님, 차가 못 오를 때까지 올라갑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본 정맥 코스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걷는 것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1시 10분, 승합차는 드디어 막다른 길 위에 허름한 농가 주택 한 채 앞에 정차한다. 그러나 이 집에는 사람이 사는 건지 빈집인지 구분조차 어려운 두메산골 오두막이다. 11시 20분이다. 이 코스로는 낙동정맥 꾼들이 올라갔다는 흔적을 인터넷 상으로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처음이다. 다음 주자들을 위해 꼼꼼히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출발한다.

그런데 산중에 안개까지 살짝 끼었는데 스마트폰에 있는 낙동정맥 앱이 터지지 않는다. 어제 새 버전의 스마트폰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감의 산행으로 능선을 치고 오르며 왕거암 갈림길을 향한다. 기암절경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마다 부처손이 다닥다닥 군락을 이룬다. 왼쪽 편 능선엔 ‘갓바위’가 넘어질 듯 다가오고 아랫녘 산 중턱으로는 산 벚꽃, 복사꽃이 장관을 이룬다.

솔숲의 너럭바위 쉼터를 지나 용덕2리 출발 1시간 35분 만에 본 정맥 코스인 대궐령에 올라선다. 그러나 지난달에 왕거암 삼거리에서 산행을 종료했으므로 그곳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 지름길로 와서 고민이 될 줄이야. 다시 왕거암까지 갔다 오려면 한 시간 정도는 걸릴 터인데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질 않는다.

일단은 이곳 대궐령에서 점심을 먹고 본다. 이번 달부터는 점심을 각자가 싸오기로 했는데, 그래도 비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지 오곡밥 도시락을 3인분이나 준비해 왔다. 김밥과 맨밥, 쑥떡, 가래떡 메뉴도 다양하다. 상추와 곰치를 손바닥에 놓고 볶음 고추장을 듬뿍 넣어 한 입에 넣으니 산해진미 산중쌈밥이다.

배부른 뒤의 심기는 뱃심까지 두툼해 지는 법이다. 왕거암까지 그렇게 가지 않으려고 발뺌을 하더니만 식사 후에는 모두가 불평없이 흔쾌히 나선다. 만약 주왕산 입구를 출발하여 본 코스에 접속하려면 빨라도 3시간 이상은 걸렸을 텐데, 용덕으로 코스를 잡는 바람에 시간도 그만큼 단축 되었겠다 이제 마음까지 넉넉해 졌기 때문이다. 용덕2리에서 왼쪽능선이 아니고 오른쪽 능선으로 붙었더라면 왕거암삼거리까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을 텐데, 왼쪽 능선으로 붙은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그때는 스마트 산행 앱까지 말썽을 부렸으니 실수를 하려면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지난달에 산행을 종료하던 왕거암 삼거리에서 오후 2시 17분을 맞는다. 새삼스럽게 맞아주는 갈림길 이정표를 향하여 한 컷 누르고 보니 계절의 변화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아래 새하얗던 벚꽃은 어느새 연록의 새싹으로 갈아 움트고, 진달래꽃은 연분홍 나래를 펼친다.

왕거암갈림길 출발 20분 만에 왼쪽으로 목책선을 따르고 층층바위를 지나 제단바위를 올라서니 조금 전에 점심을 취하던 대궐령이다. 왕복 1시간 8분이 걸렸다. 널찍한 산 능선이에 대궐이라도 지을 만큼 크다는 의미일까. 전해지는 얘기로는 중국의 주왕 周鍍가 이곳에 성을 쌓고 피신하였다는 전설에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또한 갓바위 전망대에 올라서서 사방을 바라보니 자연의 풍광에 흠뻑 빠져든다. 갓바위를 冠巖이라고도 부르며 옛사람들이 액운퇴치와 소원성취를 빌던 암봉이란다. 여기서 오후 3시가 넘긴다.

이렇게 늦잡다가는 오히려 하루가 저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798m 청운봉에서 쉬고, 돌무지가 있는 산수골 안부에서 또 쉬고 보니 주산재 삼거리까지는 아직 1시간 이상은 잡아야 될 텐데 시간은 벌써 오후 4시 10분을 넘긴다. 하기야 세월 좋고 날씨 좋은데 일찍 속세에 내려간들 무엇 하랴. 때 좋다 벗님네야 山川景槪 구경하며 가자구나. 花亂春城에 萬化方暢이라 山遊歌도 부르고, 悠悠自適에 한 폭의 산세도 카메라에 담으며 세월아 네월아 하며 걷는다.

런데 주산재삼거리 능선까지는 빡세게 올라야 한다. 유유자적도 잠시이고 목에서 단내가 나도록 올려쳐야 한다. 한 능선을 오르고 나면 또 한 봉이 앞에서 기다리고, 죽기 살기로 마지막 정상에 올라서서 地圖를 펼쳐 보니 아차! 주산재삼거리를 지나 별바위봉까지 오른 것이 아닌가. 서둘러 뒤 팀에게 연락을 하고 전화를 하여 주산재 삼거리에서 기다리게 한 뒤 다시 주산재삼거리로 되돌아와 마지막 간식을 같이한다.

주산재삼거리는 아무런 표시도 이정표도 없다. 오히려 좌측 양설령(우설령)쪽으로는 넘어진 참나무 둥굴(그루터기)이 가로막혀져 더욱 헷갈리고, 우측으로는 별바위봉이 우뚝하게 솟아있어 자칫 방심하기 쉽다. 주산재삼거리까지 25분, 오늘은 이래저래 보너스로 걷는 시간이 더 많은 7시간 산행을 오후 6시 20분에 양설령으로 내려서면서 마무리한다. 그런데 雨雪嶺은 兩雪嶺의 ‘兩’을 ‘雨’로 잘못 읽어 표기한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한 지명이 아쉽기도 하다.

택시 한 대와 함께 기다리던 대리기사 두 분이 얼음골 水浮亭까지 대려다 준단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대리운전 대가로 30만원을 요구한다. 자기네들 편리위주로 택시 한 대와 운전기사 한 사람을 더 데리고 와서는 그 사람의 일당까지 요구하니 억지에 바가지요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번쯤 따져보고 싶지만 비아와 팀원들이 너무 점잖아서 그냥 지불하자는 눈치이다. 순간적으로 마지못해 지불하였지만 두고두고 찜찜하다. 관광 청도에 이런 파렴치한 택시기사들이 있는 한 ‘밝은 미래 역동적인 청도’는 요원해 보이는 단면이다.

오후 6시 40분에 얼음골 水浮亭에 도착한다. 천혜의 절벽에 폭포수가 힘차게 내려꽃이는 절경을 보니 눈이 회동그래진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니’. 청도군에서 인공 폭포로 만들었지만, 우리나라 최대의 아이스 클라이밍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폭포 높이만도 62m나 된다. 겨울이면 매년 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하는 빙벽대회가 열리고, 여름이면 폭포에 얼음골의 물이 좋아 주차할 틈도 없단다.

이곳 얼음골은 옛 부터 시원한 지세에, 물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20여 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하니 물은 점점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水浮亭 또한 물 위에 떠있는 정자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지만 지금은 걸맞지 않다. 수부정 젊은 여성주인장께 토종 닭 백숙을 주문 해놓고, 옥계계곡 입구에서 양설령까지를 한 바퀴 드라이브를 하는데, 7시 30분을 넘긴 날씨는 니엇 니엇 어둠이 찾아들고 있다.

어둠이 막 짙어지려는 순간 조그마한 마을 한 사거리를 지날 때이다. 새로 구입한 신차 앞에다 절을 하고 고사를 올리는 모습을 본다. 아들이 올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보너스기념으로 구입해준 승용차란다.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기념촬영을 하고, 시루떡은 여럿이 나누어 먹어야 좋다기에 마침 내일 산행할 때 먹을 간식으로 얻어 비닐봉지에 넣는다. 모쪼록 아들의 장래에 건승과 무사고 운전을 함께 기원하며 수부정으로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되었다.

푹 삶은 닭백숙에 각종 산나물 반찬이다. 젊은 여주인아낙의 친절과 이모님의 요리솜씨이다. 찬님이 가지고 온 마가주의 맛과 함께 혀끝을 감친다. 그러나 닭 두 마리를 6명이 먹다먹다 다 먹지도 못하고 음식물 찌꺼기로 나간다. ‘여기 나온 반찬과 음식은 다 버리나요?’ ‘우리는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물은 재활용하지 않고 모두 버려요. 저도 다른 음식점에 갔을 때 재활용 반찬이 나오면 무척 기분 나쁘더라 구요. 우리가 먼저 버려야죠.’

별채 숙소에 들어서니 인상 좋은 할아버지 한 분이 별 방을 쓰고 계시고, 우린 큰 칸막이 방 2개를 사용한다. 이 할아버지 알고 보니 젊은 주인장 아낙의 친정아버지이시다. ‘할아버지 참 인상이 좋으십니다. 늘 웃으시고,’ ‘그럼, 사람은 늘 웃어야 되는 기라요.’ 역시 그 아버지의 그 딸이시다. 내일 아침 양설령까지 대리운전해줄 사람 좀 구해달라고 부탁하니 전화 몇 군데를 하면서 방문을 두어 번 들락날락 하시더니, 내일 아침 대리운전 약속 받아 놓았다며 ‘하하’ 웃으신다.

KBS대하드라마 징비록에선 신립의 탄금대 방어선이 무너지고, 선조는 평양으로 피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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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제15구간 (용덕2리~왕거암삼거리~갓바위전망대~우설령까지)

...............언 제 ; 2015년 4월 19일 (9~15도, 흐리고 11시 이후부터 비)
...............누구와 : 박종관,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임순재, 황성자, @구본영
...............산행시간 ; 총 5시간 20분 (휴식, 식사, 알바 ; 포함)

04;40 기상
05;30 조식
06;15 수부정 출발
06;30 양설령(우설령)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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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0 양설령 낙동정맥 출발
07;08 주산재 삼거리
07;28~07;38 벌바위봉
07;43~07;46 통천문
08;20~08;28 간식(휴식)
09;07~09;20 피나무재/개구멍통과 후 휴식
09;39 평해황씨 묘(1)~(2)
09;41 임도삼거리(우)/이정표/부남 화장 방향, 시멘트 길(오르막)
09;45 임도 우측 들머리
09;54 좌측 임도 접근
09;59 무포산갈림길(표시 없음)/좌
10;05 임도횡단
10;19~10;29 무명봉 휴식
10;31~11;35 자작나무 군락지 통과
10;45~10;58 622.7m/삼각점
11;03 폐헬기장/좌
11;47 묘
12;00 질고개/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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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0~15;00 강구항 동광어시장/영덕대계 시장
16;30~17;40 讚慶樓 및 松韶古宅 탐방
22;30 서울 남부터미널 도착/해산

<산행기>...................................................................................

새벽 일찍부터 라면에 헷반을 말아 먹고 6시 10분에 방문을 열고나서는 데 옆 가게 ‘한마음농산’ 주인이 ‘보소 보소 이래 와서 오가피 진액 한잔 드시소. 공짜입니다. 빨리 오이소’ 한다. 주는 대로 무턱 마시고 보니, 이 분이 칡즙, 오가피진액 등 각종 즙을 만들어 파는 한마음농산 주인 성창재 사장이시며, 오늘 대리운전을 맡은 기사이시다. 승합차는 새벽공기를 가르며 꼬불꼬불한 국도를 따라 6시 30분에 양설령을 도착하는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아 적이 걱정이다. 손목 발목을 흔들고 허리를 비틀어가며 준비운동을 마친다.

아랫동네보다는 훨씬 기온도 떨어지고 선선한 6시 40분에 양설령을 출발하여 7시 8분에 주산재삼거리를 지나고, 별바위봉에 올라서니 7시 30분이 된다. 그런데 어제 오후에 알바로 별바위봉에 오를 때는 있는 힘을 다 해서 죽어라고 올랐는데, 오늘은 훨씬 수월한 것을 느낀다. 체내의 에너지가 얼마나 소진되고 축적 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체력안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탁 트인 사방의 절경을 바라보고 앞 다퉈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별을 따기 위해서는 이런 높은 봉우리이라도 올라서야 되는 걸까. 이곳의 선비 한 사람이 과거시험을 앞두고 이 봉우리에 올라 치성을 드린 후에 별(장원급제)을 땄다는 전설이 있는 별바위봉이다. 만물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이곳이 오늘의 최고봉이며, 지나온 주왕산 산줄기가 아련히 다가오고 전망도 뛰어 나다.

7시 38분에 별바위봉에서 출발한 좌측 코스는 직하의 내리막이다. 자칫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조심조심 별바위봉 출발 6~7분 만에 암봉 아래 바위가 뻥 뚫린 통천문에 내려서게 되고, 우리는 여기서 잠시 포즈를 취하면서 셔터를 누른다. 산중에서 구멍 뚫린 바위를 만나면 어느 산에 있어도 이름이 거의 통천문이다.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코스는 절고개까지로서 약 12시쯤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산행 다섯 시간정도를 잡는다. 그동안 코스완주에만 급급하여 신체적으로도 무리이고, 문화탐방도 그냥 아쉬워 산행시간을 조정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비아의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비아가 앞장서며 팔팔 날아다닌다. 참 사람의 컨디션이란 알다가도 모른다.

통천문 내리막을 지나 좌회전한 후 적당한 봉우리에서 휴식을 취한다. 연록색을 띤 새싹들이 햇병아리처럼 귀엽게 움트고, 진달래는 활짝 피어 바람에 나부낀다. 피나무재 고갯마루 능성이 저만큼 돌아서 손에서 잡힐 듯 하다. 그러나 700~500m를 전후한 봉우리를 두어 개는 더 넘어서야 닿는다. 요즘은 산불감시로 인하여 ‘입산통제’하는 구간이 많아 주왕산 일대가 온통 통제구간이다. 주왕산에서 피나무재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어 2차선 아스팔트도로인 피나무재에 내려선다. 피나무재는 청송의 부동면 이현리와 내룡리를 잇는 도로이다. 맞은편엔 철조망이 쳐져있고 철조망 아래에 조그마한 개구멍으로 통과해야 하는데, 제복을 입으면 체면도 염치도 없기 마련이다. 최대한 낮은 포복으로 개구멍을 통과할 때면 비아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신바람이 났다.

주왕산 통제구간을 무사히 통과하니 마음도 후련하고 상쾌하다. 피나무재 언덕위에 올라서 Y자 갈림길에 자리를 편다. 찬님이 어제저녁 新車 고사떡을 배낭에서 꺼내고, 비아의 삶은 계란과 간식이 펼쳐지면서 산행의 뒷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여기서 봉우리 하나를 넘고 평해황씨 묘를 지나 9시 40분쯤에 임도삼거리에 내려선다. 이정표 표시에 있는 부남 화장 방향인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른다. 길섶의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어오르고, 할미꽃망울이 속내를 드러낸다. 임도와 산을 서너 번이나 들락날락하면서 무포산 갈림길을 만나 좌측으로 길을 튼다. 물론 이정표도 없고 아무 표시도 없는 능선이다. 무포산(舞抱山)은 이름 그대로 안개에 자주 가려 속살을 잘 들어 내놓지 않는 산인가 보다.

10시 5분에 다시 임도를 횡단하고, 길님과 나는 정상적으로 완만한 능선을 따라 산행 코스를 따르는데, 다른 대원 네 사람은 임도를 따라간다. 그런데 앞으로 갈수록 임도의 방향이 멀어졌다 가까워지고 가까워졌다가는 다시 멀어진다. 무명봉에 올라 ‘아이 야야야!’ 하고 구호를 외쳐보지만 응답이 없다. 10시 19분이다.

길님과 함께 나는 배낭을 벗어놓고 도로를 따르는 대원들에게 구호를 외치느라 예상치 않게 10여분이나 휴식을 한다. 뜻하지 않은 휴식으로 한 숨을 돌린 후 좌측으로 틀어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계속 구호를 보내면서 다시 10여분이 흘렀을까, 그제 서야 도로를 따르던 비아가 먼저 따라붙고 이어서 나머지 대원도 함께한다. 산행에는 왕도가 따로 없다. 그런데 좀 더 편하고 쉽게 하려고 잔머리를 쓰다가 공연한 걸음만 더 걸었다고 투덜거린다.

이어 10시 45분에 622.7봉에 올라서니 삼각점과 함께 리본이 주렁주렁, 임도를 따라 돌고 돌아오느라 땀을 흘린 대원들에게는 휴식의 유혹을 받을 만도 하다. 10여분 넘게 휴식을 취하고 난 후 마지막 목적지인 절고개까지는 쉬지 않기로 약속하고 11시 2분 전에 이곳을 출발한다.

순조로운 등산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려했던 보슬비가 제법 굵어지기 시작한다. 배낭커버를 씌우고 우천에 대비한 방수복으로 갈아입는다. 깔끔님이 오랜만에 산행을 해서 인지 우천에 대비한 준비가 부족하다며 안절부절 할 때 버럭님이 여벌로 가져온 판초를 빌려주면서 동료애를 과시한다.
산행의 목적지는 언제나 그랬지만 그렇게 쉽사리 내어주지 않는다. 12시에 산행종료를 예상하고 있으니까 더욱 기대감을 느낀다.

낮 12시 정각에 도로에 내려서니 준,희 님의 ‘여기가 질고개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나타나고 건너편 언덕 컨테이너박스 집엔 50~60대쯤은 될 듯한 5~6명 이상의 남녀가 화투를 치면서 소곤거린다. 아니, 이런 오지에 임시 주택정도로 지어진 듯한 컨테이너박스 집에 5~6명정도나? 이 집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의 식구가 이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고, 하여 궁금증이 더해진다. 더구나 동네에서도 5~6km이상은 떨어진 듯 한데 어찌된 일일까. 차라리 비가 오니까 친구들을 불러 심심풀이로 하는 소일거리겠지, 하며 긍정으로 짐작하고, 이번엔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극구 못 찍게 한다.

질고개의 고갯마루는 932번 지방도로로서 2차선 아스팔트이다. 아랫마을 이름이 이현리(泥峴里)인 것을 보면 우리말로 ‘진흙고개’라는 뜻일까. 보슬비에 젖은 촉촉한 길바닥에 앉아 10여 분 정도 노닥거리다 보니 대리기사 성사장이 도착한다. 오늘은 여기서 5시간 20분으로 마무리하고, 수부정으로 달리는데 10여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수부정에 내려서 짐을 다시 정리한 뒤 승합차에 오른다. 오늘은 깔끔님의 환영식을 겸하여 강구항으로 달린다. 때마침 빗방울도 사정없이 내리고 배도 출출하여 영덕대게의 고장을 가기 위해서이다. 운전대를 잡은 찬님, ‘아무리 빗속이라도 옥계계곡을 지날 때는 좀 천천히 달리소. 감상이라도 하며 좀 더 천천히 갑시다.’

암벽과 암반석을 끼고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기암절벽사이를 갈라 옥계8봉을 이룬다. 37경이란 그 많은 비경을 간직한 玉溪는 경주의 월성 손씨 ‘孫星乙’이 산과 물이 좋고 반석 좋은 이곳 玉溪里를 발견하고는 여기에 침수정(沈漱亭)이란 亭子를 짓는다. 그리고는 깎아지른 절벽에 올라가 ‘山水主人 孫星乙’ 이라는 붉은 글귀를 새겨 이 일대가 모두 자기 땅이라 천명하였다.

이런 골짜기에 누가 감히 숨겨둔 비경이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싶다. 옥계유원지를 지나면 옥색 물빛이 여러 화음을 내며 자연과의 교감을 자아내고 오묘한 걸작을 만든다. 신령스럽기도 하고 아담스럽기도 하다. 1784년에 지어진 沈&#28484;亭은 지금 경상북도 지정 기념물로 보전되고 있다.

비내리는 강구항이다. 유광종 전 회장께 소개받은 박재천(해상공원 앞 010-9323-8945)씨에게 대게 20만원어치를 사서 ‘포항초장집(054-734-2378)’에 자리를 편다. 서빙 아줌마는 ‘이게 얼마칭교’ ‘20만원어치 입니다.’ ‘20만원어치가 왜 이케 만노’ 입담 좋은 아줌마가 발라주는 대게를 먹다보니 다 먹지도 못하고 포장으로 주문한다. 출발을 서두르는 오후 3시이다. 이곳 강구항엔 빗줄기는 세차게 내린다.

강구항을 벗어나서 청송지방에 들어서니 비가 조금 약해진 듯하여 찬경루(讚慶樓)와 송소고댁(松韶古宅)을 탐방한다. 찬경루는 조선 세종 10년(1428)에 부사 하담이 자연적으로 생긴 암반 위에 지은 건물이다. 세종대왕의 처가인 청송 심씨의 시조 심홍부 선생을 위해 지은 집으로서, 숙종 14년(1688)에 수리하였고, 다시 화재로 타버린 것을 정조 16년(1792)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세종의 부인인 소헌왕후 심씨의 시조 묘를 이곳에서 바라보면서 우러러 찬미한다는 뜻의 ‘찬경루’이다. 앞면 4칸, 옆면 4칸인 2층이다. 누각 건물의 ‘송백강릉(松栢岡陵)’이란 현판은 안평대군이 직접 쓴 글씨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송소고택은 중요민속자료 제250호로 지정된 고택으로서, 조선 영조 때 만석의 재산을 가졌던 심처대(沈處大)의 7대손 송소(松韶) 심호택(沈琥澤)이 1880년경 파천면 지경리인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리로 이거하면서 건축한 가옥이다. ‘송소세장(松韶世莊)’이란 현판을 내걸고, 9대에 걸쳐 약 250여 년간이나 만석의 부를 누렸던 주택이다. 그러나 경내의 10채 중 측간(안채·사랑채)과 대문간 채는 개화기 이후의 건물이라고 한다.

민속자료로 지정된 우리문화재 안내실에 있는 여성 한 분은 외국인이다. 그것도 우리 문화에 관해서는 전혀 무관심(?)한 것 같아 왠지 씁쓸한 마음으로 이곳을 나선다.
오후 5시 40분 출발이다. 깔끔님과 버럭도사의 매끄러운 운전 실력으로 곤지암 IC에서 길님을 하차시키고, 하남광장을 들려 서울남부터미널을 밤 10시 30에 안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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