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제4회 낙동정맥 제7~8구간 (한티재~왕릉봉~검마산 자연휴양림~갈미산~백암산까지)

2014.12.26 Views 120 산누리

제4회 낙동정맥 7~8구간 (한티재~왕릉봉~검마산 자연휴양림~갈미산~백암산까지)

<첫째 날 ; 제7구간> 한티재~왕릉봉~덕재~검마산 자연휴양림까지

...............언 제 ; 2014년 12월 20일 (-10~8도, 맑음)
...............누구와 : 박종관,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황성자, @구본영
...............산행시간 ; 총 7시간 30분
...............(정맥 산행 7시간 10분+갈림길에서 휴양림까지 20분)
...............휴식, 식사 ; 포함

05;30 남부터미널
06;30 하남 만남의 광장
08;30~09;08 단양휴게소/아침식사
11;10 한티재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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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한티재 출발
11;42 묘 1
11;44 묘 2
12;03 무명봉
12;45 진성이씨 가족 묘 (3기)
12;50~13;02 우천재
13;25 청주 한씨 묘
13;27 좌측 자작나무 군락
13;44 묘
13;50~14;25 추령/점심 식사/미역국
14;58 간벌지 봉우리
16;05~16;15 왕릉봉(631.4m)
17;00~17;05 덕재
17;12 죽파봉(600.5m)
17;40 랜턴 사용
18;10 검마산 자연휴양림(054-682-9009)임도에서 산행 종료/휴양림으로 하산/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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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18;50 검마산 자연휴양림 숙박 예약
19;20~20;30 수비면 시내 ‘별미식당’에서 저녁식사(오리 주물럭)
20;50~23;10 검마산 자연휴양림‘은하수’ 입실/부길수님의 아카시아 꽃술 음미 후 취침

<산행기>

사흘 전인 18일에는 서울의 날씨가 영하 -14도까지 떨어져 올 들어 제일 추운 날씨였고, 어제와 오늘의 기온이 조금 올랐다고는 하지만 영하 -7,8도에서 낮 최고 기온도 0도 이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지인 경북 북부지방의 추위를 감안 한다면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이하의 추운 날씨가 되지 않을까 적이 걱정이다. 게다가 눈까지 내려 도로의 사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4륜 자동차 `싼타페`를 대여한다.

새벽 5시 30분 남부 터미널을 출발하여 6시 30분에 ‘하남 만남의 광장’에서 두 대원을 태우고 중부고속을 달리는데, 이른 아침부터 나들이 차량이 꽤나 분주하다. 감곡 IC에서 제천으로 가는 세상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 그림 속의 동화 같다. 도로는 완전 빙판이고 차량통행도 이따금 한두 대씩 거북이 운행을 할 뿐 고요하고 적막하다. 우리는 4륜 자동차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8시 30분에 ‘단양휴게소’에 도착하니 이젠 함박눈까지 펑펑 쏟아진다.

이구동성으루 전국 휴게소 중에서 단양휴게소의 음식이 단연 깔끔하고 맛있단다. 마늘 돌솥비빔밥과 콩나물 해장국, 갈비탕으로 식사를 하고난 뒤부터는 자동차 키를 버럭도사에게 건넨다. 영주를 거쳐 꼬불꼬불 빙판길을 차분하게도 달린다. 무료하거나 졸음이 올 때쯤이면 여지없이 대령하는 바아낭자 표 건강 대추차. "역시 분위기 업엔 `비아`가 최고야!"

11시 8분에 영양군 일월면과 수비면을 이어주는 88번 국도변의 썰렁한 벌판, 한티재에 내린다. 해발 430m에 위치한 큰 고개(大峴)라는 뜻을 가진 한티재는 원래 `찬물래기`였다고도 하고, 남사고와도 연관된 이야기가 있지만, 임진왜란 당시에는 의병들이 일어나 치열한 전투를 치르던 곳이였다, 지금도 비만 오면 바위틈에서 핏물이 흘러나오고, 반석위에는 말발굽 자국도 선명하게 남아 있단다. 그러나 오늘은 흰 눈으로 덮여 확인할 수가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오늘따라 거칠게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은 싸늘하다 못해 따갑다. 스패츠를 채우고 털모자를 눌러 쓴 다음 정맥 길 들머리에 들어서니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 러셀이다. 시간은 벌써 11시 20분, 내일이 冬至이고 보면 오늘이 일 년 중에서 낮의 길이가 가장 짧기 때문에 부지런히 걸어야만 내일코스를 단축할수 있을 텐데 하며 신경이 쓰인다.

묘 1, 2기를 지나 깔끔하게 정돈된 ‘진성이씨 가족묘’에서 아랫마을을 내려다보니 평화롭기 그지없다. 출발 1시간 30분 만에 우천재에 내려선다. 눈길이어서 일까, 10여분 늦어졌는데 자칫하면 어두워서 하산할 것 같다는 예감이 자꾸 든다. 愚川재의 우천마을은 해발 600m에 자리 잡은 분지에 물이 마을을 감싸고 어리게 흐른다는 뜻의 명당으로서 춘천박씨 여덟가구가 살고 있단다.

다시 임도를 따라 건너편의 이정표대로 우천재 출발 20여분 쯤 청주한씨 묘 옆을 지난다. 이어 좌측으로 자작나무 군락을 지나는데, 자작나무 껍질과 눈발, 햇빛이 어우러져 반짝반짝 빛이 난다. 색다른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연신 셔터를 눌러보지만 역시 화면으로는 그 느낌을 담을 수 없다.

오후 1시 50분에 도착한 楸嶺(추령)은 일월면 가천리와 수비면 오기리를 잇는 해발 500m의 고개이다. 이곳 사람들은 순수 우리말로 ‘가릿재’라고 한다는데 왜 추령이라고 부를까. 이곳에 가래나무(楸)가 많다는 뜻을 가진 아름다운 순수 우리말을 두고 굳이 한자식으로 쓰는 연유를 모르겠다.

이곳에서 비교적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임도에 눈을 쓸어낸 다음 보자기를 편다. 먹는 시간만큼은 항상 즐거운 것. 비아낭자는 오늘도 각자의 수저를 새로 준비하여 일곱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건강식 잡곡밥에 미역국을 끓여 보온통에 담았다. 오늘 같은 싸늘한 날씨에 뜨거운 국물이라니 남정네들의 립 서비스가 가관이다. 이제부터는 비아낭자를 ‘여왕’으로 받든다나.

간벌지 봉우리를 지나 오후 4시가 지나면서 631.4m의 왕릉봉에 올라선다. 지금까지 걷는 동안 봉우리 이름 있는 곳은 처음 같다. 왕릉봉, 멀리서 보면 마치 왕릉처럼 생겨서 일까. 4시 15분에 왕릉봉을 출발하여 5분쯤 지났을까, 이번엔 능선길 왼쪽으로 철조망을 친 구간을 만나는데 아마 산삼, 장뇌삼 재배? 아니면 다른 값진 약초재배라도 하는 곳일 거다.

빨리 도착하고픈 덕재를 오후 5시에야 내려선다. 어둠이 내려앉는 아스팔트 위로 화물차 한 대가 바삐 지나가며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인다. 아마 이 깊은 산중에서 날씨는 어두워지는데 어떡하려고 여기 있느냐며 염려스러운 눈치이다. 그러나 우리는 내일코스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더 가야 된다는 것을 모르나 보다. 오후 5시 5분, 어둠이 깔려앉는 시간이지만 한 시간 반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자연휴양림 갈림길’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어둑해진 산길을 따라 6~7분 정도 걸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600.5의 죽파봉이다. 정맥 길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앞 뒤, 좌 우 어디를 둘러봐도 산으로 꽉 막힌 요새 같다. 더구나 숲속에 들어서면 사방도 캄캄하여 만약에 대비한 비상 탈출로조차도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어느 봉 몇 개를 더 넘어야 목적지에 도착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랜턴을 켜고 겨우겨우 토끼길 같은 소로를 비추며 봉우리를 더듬어 내려오니 비포장도로의 자연휴양림 갈림길이다. 저녁 6시 10분이다.

이젠 안심이다. 여기서 검마산 자연휴양림까지는 20분이 걸린다. 계곡을 따르는 임도를 걷다보니 하늘의 별들이 무수히 반짝이며 쏟아진다. 6시 30분,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실에 도착하여 숙소를 알아보니 마침 예약을 취소한 사람이 있단다. 우리는 ‘은하수’라는 객실을 예약하곤 저녁식사를 먹으로 시내로 간다.

이일만씨의 택시로 면사무소 근처의 별미식당이란 곳을 소개받아 오리주물럭을 주문 한다. 그런데 젊은 주인장 아줌마의 무뚝뚝한 말투에 잠시 긴장이 흐른다. 그래도 찬박사는 본인의 고향인 예천보다는 낫다며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을 옹호하고 소맥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저녁 8시 50분에 자연휴양림 ‘은하수’란 객실에 입실할 즈음, 캄캄한 밤하늘에서도 은하수의 별빛이 강을 이룬다. 5인실 객주의 수다는 만만교수가 가져온 아카시아 술 꽃향기에 취해 가는데, 비아는 내일 아침에 먹을 닭백숙을 2마리나 요리하느라고 무척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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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 제8구간> 검마산 자연휴양림~갈미산~차단기 임도~백암산까지

...............언 제 ; 2014년 12월 21일 (-14~-8도쯤, 맑음)
...............누구와 : 박종관,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황성자, @구본영
...............산행시간 ; 총 8시간 10분 (휴양림에서 정맥 길까지 30분+산행 5시간+‘백암산갈림길’에서 ‘백암산매표소’까지 2시간 40분)
...............휴식, 식사, 알바 ; 포함

05;00~06;50 기상 및 아침 식사
07;00 검마산 자연휴양림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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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0 검마산 자연휴양림 갈림길(임도)도착 후/출발
07;40 임도와 만남
08;17~08;40 갈미산/헬기장
08;54 임도삼거리(/신원 4km, 휴얄림 4.5km, 상죽파 10.7km)/
09;00 검마산 1km 이정표
09;08 우측 내려와 임도로 진행/강추위와 적설에 박찬익 님 손이 얼고 지려
10;20~10;30 임도사거리에서 휴식/사냥꾼 만남
10;30~10;38 사냥꾼 차에 도움
10;38~10;45 차단기 있는 임도/사냥개들 풀어 놓는 장면 구경
11;04~11;09 779.8봉
12;30~12;40 백암산 갈림길(평일산행친구들 팻말) 낙동정맥 제8구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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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 백암산(1004)정상/정상석/헬기장/삼각점
13;40~14;00 점심식사
15;10 백암산 매표소 도착
......................................
15;35~16;10 온천욕(태백장)
17;05~18;05 후포항/동해식당에서 저녁식사
19;00~19;10 검마산자연휴양림 도착/출발
21;25 풍기IC에서 운전교대(버럭도사)
23;45 남부터미널 도착/해산(중부고속도로 곤지암IC와 상일동에 들려오느라고 도착 예상시간보다 1시간 지체)

<산행기>.......................

곤하게 잠든 이른 새벽에 알람은 여지없이 5시를 알린다. 그러나 화장실의 변기 고장으로 물이 내려가지 않아 모두들 난감하다. 할 수 없이 야외 변소를 이용해야 하는데, 어둠은 아직 칠흑이다. 급하게 관리 사무실에 연락하여 가로등 불빛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니 불을 켰다가 다시 끈다. 다른 객실에서 항의가 들어와 불을 밝힐 수가 없단다.

단잠에서 일어난 버럭님과 만만교수는 조금만 더 누워있으면 안되겠냐고 애원하다시피 하는데, 머리맡으로는 어느새 밥상이 차려진다. 공기밥에 푹 삶겨진 닭백숙 2마리, 어제 저녁 식사하던 ‘별미식당’에서 가져온 김치와 마른 반찬 3~4종이다. 다섯 명이 아무리 먹어도 절반가량 남은 닭백숙은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망설이다가 결국은 살처분(?)한다. 그러나 남은 반찬과 과일은 누가 먹어도 기분 나쁘지 않게 깔끔히 정리하여 메모와 함께 남겨둔다.

정각 7시, 아직은 랜턴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러나 먼 산으로부터 天地萬物은 밤과 낮이 서로 교차하는 大役事를 진행한다. 주섬주섬 방한복을 차리고 객실을 나설 때만해도 그렇게 추운 줄을 몰랐는데 웬 걸, 산 능성이가 가까워질수록 날씨는 점점 사나워지고 바람도 거칠다. 7시 30분에 ‘자연휴양림 갈림길’에 도착하여 정맥길 능선을 다시 이어가는 데 살을 에는 듯 한 칼바람과 눈은 점점 쌓여 무릎까지 잠긴다.

15분 후 작은 봉우리 하나를 치고 난 후에 우측의 임도를 만난다. 임도로 내려와서 잠시 따르다가 다시 좌측 갈미산 들머리로 진입하니 정상을 올려치기가 만만찮아 보인다. 산이 높아 목을 젖혀야만 바라볼 수 있는 가파른 가풀막이다. 더구나 능선의 칼바람은 더욱 차갑고 눈길 러셀은 5분만 걸어도 기진맥진이다.

갈미산 정상을 오르는 데는 검마산자연휴양림을 출발해서 1시간 17분간이나 초죽음이 되도록 급경사를 올라야 한다. 그러나 온 힘을 다해 도착한 갈미봉은 쉬어가기도 마땅찮은 918.5m의 좁은 헬기장이다. 그래도 찬박사는 체감 영하 -15도 이하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 정상을 기념하기 위하여 장갑을 벗고 스마트폰 셔터를 겁 없이 누른다. 나도 덩달아 장갑을 벗어 찬박사 셔터만 눌러주고 얼른 장갑을 낀다.

오늘따라 더욱 힘들어하는 만만교수는 갈미봉 정상에서 20여 분간이나 기다리며 구호를 외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날씨가 너무 춥고 손발이 시려서 다른 대원들은 먼저 출발하고 나는 왔던 길을 후진하여 만만교수에게 신호를 보내니 그제 서야 50m 전방에서 겨우 대답을 하는데 무척 힘겨워 해 보인다.

갈미봉 정상에서 23분을 보내고 8시 40분에 왼쪽 응달 길을 따라 급하게 내려선다. 눈은 쌓여 허벅지까지 닿고 미끄러운데 바람은 이런 사정을 봐 주지 않는다. 가다 쉬다 만만교수와 보조를 맞추는데 이렇게 걷다가는 오늘 목적지까지 갈수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

이어서 8시 54분에 임도삼거리에 서게 된다. 감마산 정상까지 1km지점이다. 30분 정도면 검마산 정상에 오를 것을 예상하고 능선에 진입하니 이곳의 눈들은 등산길로 모두 몰려서 허벅까지 차오르고, 칼바람은 더욱 날카로워 살을 엔다. 모두들 손발이 시리어 호호 불고 있는데 찬박사는 결국 손이 시리다 못해 지려온다며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그 봐! 영하 -10도 이하가 되면 장갑을 함부로 벗지 말랬지,’ 갈미산 정상에서 왠지 장갑을 겁 없이 벗더라. 혼자 중얼거린다.

검마산 정상 쪽의 나무들은 추위에 얼어 눈꽃으로 하얗고, 칼바람은 고도를 높여 갈수록 점점 강하게 분다. 더구나 만만교수의 걸음걸이도 예사롭지가 않다. 이제 무슨 결단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따뜻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곤 일단은 임도로 내려서 본다.

임도로 내려오니 한결 바람도 잦고 온온하여 걷기에도 편하다. 잠시 임도를 따르다가 다시 좌측 정상으로 올려쳐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조금 만 더,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순간, 아차! 의도적인 것도 아닌데 판단 잘못일까, 온화한 맛에 한 발작 한 발짝 전진 한다는 것이 그만 검마산 정상으로 가는 때를 놓였다. 어느덧 되돌아가기에도 늦은 지점까지 오고 나니 이제는 꼼짝 없이 임도를 따르는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임도를 따라서 걷는 데는 조금 편할는지 모르지만 정상 코스보다 멀고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고 임도를 따라 한 시간 20분쯤 되었을까, 임도사거리에 주저앉아 목을 축이고 있는데 허접한 4륜차 한 대가 다가온다. 잠시 차를 세우고 얘기를 들어보니 사냥꾼들이다. 다짜고짜 우리 일행 다섯 명인데 ‘차단기가 있는 임도’까지만 신세 좀 지자고 사정을 한다. 흔쾌히 태워주는 사냥꾼들이 무척 고맙다. 이런 깊은 오지의 외딴 임도에서 차량을 만나 얻어 탄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또 이렇게 기분 좋은 날도 더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날씨도 춥고 오르막 내리막, 굽이굽이의 잦은 굴곡과 눈까지 깔려 있어서 위험하기도 한 구간이다.

세 명이 타도 좁은 운전석 뒷좌석에 배낭을 껴안고 다섯 명이 포개 앉으니 허리도 꼬이고 머리도 천정에 닿아 죽을 지경이다. 그래도 앞좌석에 앉은 사냥꾼 두 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힘들고 수확도 없는 등산을 왜 하느냐며 자기들처럼 사냥이나 배우라며 의기양양하다. ‘사냥을 하면 살생을 해야 되지 않소?’ 그렇기는 하나 ‘산돼지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순간의 야릇한 쾌감은 어찌 말로서 표현하느냐’며 시시한 등산보다는 백배 천배, 사냥하는 맛이 솔 솔 하다며 재차 권유한다. 8분정도 이들에게 신세를 지고 10시 40분쯤에 ‘차단기가 있는 임도’의 정맥 길에 복위하니 그래도 많이 늦어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참 다행으로 여겨진다.

사냥꾼들이 차를 세워 놓고 사냥개 여덟 마리를 산중에 풀어 놓는다. 비아낭자는 구경거리 하나 더 생겼다며 이 광경을 연신 카메라에 담고, 찬박사는 아직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는지 얼른 출발을 재촉한다. 그러나 검마산 정상과 구절봉, 금장정맥 분기점을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 구간만은 언젠가 별도로 시간 내어 다녀가기로 하고, 10시 45분에 ‘차단기가 있는 임도’를 출발한다.

비록 오늘 정상을 밟지는 못했으나 1017.2m의 劍磨山은 돌산이다. 하늘로 뾰족이 솟아 오른 석골(石骨)이 마치 칼을 빼어 든 劍柄 모습 같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고, 검마산을 지나고 나면 918m봉우리에서 금장지맥(金藏枝脈)이 분기하는 곳이다. 금장지맥은 구슬령(九珠峰)을 지나 금장산(849m)과 현종산(417m)을 거쳐서 망양휴게소를 지나 동해바다로 떨어지는 38.4m의 산줄기를 말한다.

아쉽다는 생각도 잠시이고, 숲길 능선은 오름 내리막을 거듭하며 지겹게 반복된다. 11시를 넘어 779.8봉을 지나 눈길 러셀을 힘겹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말보다 큰 노루(?)가 줄행랑을 친다. 얼른 생각해도 저렇게 큰 노루가 이 긾은 산에 있을까 하고 의아해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하산하여 사냥꾼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노루가 아니고, 목장의 ‘엘카’라는 사슴이 도망을 뛰쳐나와 야생화 된 놈이란다.) 이어 사냥개 두 마리가 쫓고 있는 것이다.

바람도 덜하고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목을 축인다. 비아낭자는 ‘찬박사가 손이 저리고 저체온증 걱정을 하는데 어떻게 하죠?’ 앗! 지나 온 갈미봉에서 장갑을 벗고 스마트 카메라를 마구 눌러대던 모습이 확 떠오른다. 나도 옛날 백두대간 대관령구간에서 영하 -15도 이하의 새벽에 커피를 마시려고 장갑을 벗었다가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사정을 너무도 잘 안다. 기다렸다가 가지고 있던 핫팩을 얼른 찬박사에게 건네준다.

예상대로, 12시 30분에 백암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틀째 힘겨운 고투였다. 이곳에서 정상코스인 우측 삼승령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다음 산행에 부담이 되더라도 백암산을 거쳐 온천마을로 하산할 건지 양자택일만 남았다. 찬박사의 안색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고, 만만교수도 기진맥진하며, 비아낭자까지 조금 전에 넘어진 무릎을 부딪쳐 절뚝거린다. 모두들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30분이라도 빠른 곳으로 하산하자는데 동의한다. 12시 50분이다.

여기서 백암산 오르는 길은 억센 나뭇가지를 헤치며 20분이 꽉 걸린다. 1004m의 白巖山은 정상부에 흰 바위가 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지나왔던 산줄기가 한 눈으로 조망되고 사방으로 탁 터진 경관은 금수강산이다. 힘들었던 기억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잠시나마 명산의 절경에 빠져든다.

그러나 날씨도 춥고 배도 출출하여 많이 머무를 수도 있는 처지가 아니다. 더구나 흰 바위와 고모산성, 할매산성, 백암산성도 확인하지 못하고 인증 샷 몇 컷으로 대신하고는 좌측 능선을 따라 줄행랑을 친다. 오후 1시이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정상석 앞엔 극성 등산객들이 꽤나 많은 편이다.

백암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은 온통 눈 세상이다. 눈이 많은 곳은 허리까지 차인다. 약 40분간을 부지런히 내려와 보자기를 펴고 점심을 먹으려니 말이 점심이지 얼음덩어리 햇반에 뜨거운 물을 부어 대충 마시는 식사로 한 끼를 때운다. 준비했던 김치나 기타 반찬도 얼기는 마찬가지이다.

백암산 출입구 매표소 앞에 도착하니 오후 3시 10분이다. 자주오기도 힘든 곳인데 온천이나 해야 된다며 `태백장`에서 몸을 풀고는 택시를 부른다. 오후 5시에 아침나라 황근식 사장에게 소개 받은 후포항 ‘동해식당’으로 들어선다. 모듬회를 주문했는데 양과 질도 괜찮았다며 기분 좋게 먹고는 오후 6시가 넘어 택시를 대절한다.

택시기사가 年老해 보여서 나이를 물어보니 호랑이띠란다. 60대 중반이 아닌 53세의 호랑이띠, 착박사와 동갑내기이다. 사람은 몸 관리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택시 기사에게 비하면 찬박사는 그의 막내 동생처럼 젊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구주령을 넘고, 검마산자연휴양림에 도착할 때는 저녁 7시이다.

주차했던 산타페에 엔진을 걸고 상경 길에 오른다. 어제보다는 도로위에 눈도 녹아 비교적 순탄하게 풍기IC에 도착, 버럭도사와 핸들을 교대한다. 그러나 차고지인 남부터미널로 직행하지 못하고 곤지암IC로 내려와 만만교수를 하차시키고, 다시 상일 IC를 빠져나와 버스정거장에 찬박사를 내려주니 11시가 넘는다. 10시 40분쯤에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던 내비게이션은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돌어오는 바람에 1시간이나 늦은 깊은 밤 11시 50분, 낙동정맥 제4회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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