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백두대간
백두대간 7기 특별산행 영남알프스
2013.11.24 Views 111 정민영
백두대간 7기 특별산행 영남알프스
1) 산행일정: 2013년 11월 15일(금)~17일(일)
2) 출발일시: 2013년 11월 15일(금) 오후 17시
3) 출발장소: 서울역
4) 출발인원: 허진, 황보태수, 채호기, 이동준, 신응섭, 정민영, 윤형식
표충사 - 고사리분교터 - 재약산 - 천황산 - 사자봉 - 샘물상회 - 능동산 - 배내고개 - 배내봉 - 간월산 - 간월재 - 신불산 - 영축산 - 함박재 - 백운암 - 극락암 - 통도사
이번 백두대간 코스인 소백산국립공원 일부가 산불경방기간으로 통제됨에 따라 영남알프스 산행으로 변경
“영남 알프스란 영남 동부지역에 위치한 해발 1,000m 이상의 산악군을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태백산맥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며, 낙동강과 평행을 이루며 형성되어 있다. 경상북도 경주와 청도,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밀양과 양산의 5개 시군에 걸쳐 형성되어 있다.“
① 11월 15일(금) 오후 17:00 서울역 출발
밀양행 ktx를 타기 위해 전 대원 서울역에 집결하니 다들 금, 토 이틀 야영을 위한 텐트, 침낭, 버너, 햇반 등으로 배낭이 가득하다.
밀양행 신형 ktx 산천을 타고 출발~~
신형이라 그런지 앞뒤 공간도 넓고 쾌적하다. 1인당 기차비가 거의 5만원이다.
2시간 30분 후 밀양역에 도착하여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택시 두 대에 나누어 표충사 앞 야영장으로 이동한다.
11월이지만 남부지방이라 기온이 높을거라 예상하고 가을옷으로 준비해왔더니 웬걸? 예상외로 날이 쌀쌀하다.
표충사 앞 야영장은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야영장인데 시설도 좋고 깨끗하다. 쌀쌀한 날씨에도 캠핑족들이 많아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한다.
텐트를 4기, 3기씩 두 줄로 마주보고 설치하고 있는 옷을 다 껴입고 취침 준비
그냥 잘 수야 있나! 라면 몇 개 끓여서 소주와 함께 늦가을 정취를 즐겨야지!
② 11월 16일(토)
아침 5시에 기상 후 텐트 정리하고 밥해 먹고 이것 저것 준비하니 벌써 7시다. 춥다. 그래도 산에 올라야 하니 잘 때 입었던 내복을 벗어 놓고 가을 바지로 갈아 입는다.
전열을 갖추고 표충사로 출발한다.
이른 아침의 한적한 표충사는 뭔가 묘한 맛을 풍긴다. 표를 받던 눈웃음의 보살님도 그렇고. 각자 원하는 바를 기도한다. 부모님 건강, 사업 성취, 수능시험 본 아들, 군에 간 아들, 입시가 다가오는 딸 등등
해가 뜨니 기온이 올라 완연한 늦가을 풍경이다. 7인의 건각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천천히 산에 오른다.
고사리분교터를 지나 이번 산행의 첫 번째 봉우리 재약산에 오른다.
영남알프스는 일단 봉우리에 오르면 큰 오르내림 없이 탁 트인 평지가 이어지는 느낌이어서 시야가 좋고 산행이 편하다.
광활한 억새밭을 지나 쉼터에서 점심을 준비한다. 햇반과 밑반찬, 라면을 먹고 식후 커피까지.. 천국이 따로 없다.
저 멀리 천황산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이 보인다. 그 옆에는 얼음골에서 올라오는 케이블카도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줄을 지어 우리쪽으로 향해 온다. 케이블카는 환경을 파괴한다는 단점과 산에 오르기 힘든 사람들에게 산악인과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 산이 제발로 오를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되어야 할까?
천황산을 지나니 샘물상회라는 조그만 가게가 나온다. 저 멀리서 보이던 파란색 지붕이 눈 앞에 나타났다.
사람의 걸음이 참으로 대단함을 느낀다. 우리가 반나절 지나온 능선이 저 뒤로 한아름 펼쳐지고, 또 앞에 놓인 수많은 봉우리와 능선들도 곧 우리 뒤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능동산을 우회하는 임도를 5~6킬로 정도 한참 걸었다. 오늘 저녁 야영을 어디서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원래 계획은 우리나라 최고의 야영지 중 하나라는 간월재이지만, 앞으로 서너 시간을 더 가야해서 오후 7시경 도착할 것 같고, 중간의 배내고개는 도로가 있어 한적한 맛이 없을 것 같고..
배내고개에서 간단히 요기하고 간월재로 가자는 대장의 결정에 따라 배내고개 휴게소에서 막걸리와 파전으로 요기 후 충분히 쉰 다음 출발한다.
배내고개에서 간월산으로 향하는 끝없는 나무 계단을 오른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사이 날이 저물어 어둑어둑하다.
어느덧 달이 왼편에 떠 있다. 봉우리를 향해 갈수록 달이 계속 따라온다. 아! 이래서 간월산(看月山)이란 이름이 붙었구나.
간월산에 이르기 전 배내봉 정상에 서니 언양 시내가 불을 반짝이고 있다. 중년 남자 7인은 하늘의 달과 도시의 중간 지점에 서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과 성공을 위하여!
한국출판인산악회를 위하여!
백두대간 7기를 위하여!
글로 쓰니 좀 유치하기도 하고, 멧돼지 잠을 깨워 미안하기도 하고...
간월산 2.3킬로라는 표지판을 한참 전에 본 것 같은데 좀처럼 나타나지를 않는다. 길은 험해지고 헤드랜턴은 갈수록 약해지고, 춥고 배고픔이 밀려온다.
표지판이 잘못되었다는 불평이 쏟아진다. 오르내림을 고려하지 않은 직선거리라는 것이다. 서로의 간격도 벌어지고, 무거운 배낭은 어깨를 짓누르고, 앞사람의 불빛을 믿고 가는 수밖에...
간월산 정상에 도착하니 저 밑에 간월재가 보인다. 내리막 1.5킬로가 남았는데 바람이 세고 추워서 만만치가 않다.
간월재에 도착하니 나무데크가 잘 설치되어 야영하기에 좋다. 그런데 바람이 세차 너무 춥고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텐트칠 곳이 마땅치가 않다. 세상에! 이 날씨에 자리가 없다니. 정말 캠핑 열풍인가 보다.
억지로 자리를 구해 텐트를 치는데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바람에 텐트가 날아가고 메트리스가 날아가고. 겨우 바람을 막고 저녁을 해먹었다. 라면에 꽁치를 넣어 끓이고, 햇반으로 죽을 끓이고, 더운 음식을 먹으니 몸이 조금 훈훈해진다.
가지고 간 옷을 모두 입으니 위 4겹, 아래 3겹이다. 그래도 춥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라 침낭을 덥고 누우니 발이 시렵다. 준비한 핫팩을 침낭안에 붙이고 바람 소리를 벗 삼아 잠이 들었다.
③ 11월 17일(일)
요란한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다. 후두둑 후두둑 텐트에 부딪치는 소리, 윙윙대는 바람 소리. 불안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 어쩌나! 텐트를 걷고 철수해야 하나? 비가 새어들지는 않고 있지만 바닥은 축축해지고 있다. 오래 견디지 못할 것 같은데...
다행히 비가 멎어 다시 단잠을 청한다. 오늘은 7시 기상이니 시간이 좀 더 있다.
자리를 정리한 후 아침을 먹고 신불산으로 향한다. 어제 야영했던 간월재가 아득하게 보인다.
신불산을 지나 영축산으로 향한다. 광활한 산 정상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어제 넘어온 산 능선이 그림처럼 뒤쪽에 남아 있다.
영축산에서 함박재, 백운암을 거쳐 극락암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낙엽이 쌓인 하산길은 올해의 마지막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방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맛집 찾아가기인데 언양 시내에서 목욕하고 맛집을 찾아 언양불고기 등을 먹었다. 배가 고파서인지 아니면 정말 맛집인지 하산 후의 식사는 언제나 꿀맛이다.
영남알프스는 명불허전이었다.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고 1년에 한 번씩 계절을 바꿔가며 또 오기로 했다.
오후 7시 30분 울산역에서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잠깐 눈 붙이니 벌써 서울이다. 예전 같으면 한 잔 더 했겠지만 20킬로 이상의 배낭을 메고 이틀 산행한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다들 바아바이하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