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백두대간
백두대간 7기 송년 산행 월악산~주흘산
2013.12.31 Views 163 정민영
백두대간 7기 송년 산행 월악산~주흘산
1) 산행일정: 2013년 12월 20일(금)~22일(일)
2) 출발일시: 2013년 12월 20일(금) 오후 10시
3) 출발장소: 천호대교 입구
4) 출발인원: 허진, 황보태수, 채호기, 이동준, 신응섭, 정민영, 윤형식
백두대간 7기팀은 2013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12월 지리산 대종주를 계획하고 지리산에 정통한 유명산우회를 통해 예약을 마쳤다.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노고단~화개재(6,3km)~토끼봉(7,5km)~연하천(10,5km)~벽소령(14,1km)~세석산장(20,4km)~장터목(23,8km)에서 숙박하고 천왕봉(25,5km)~중봉~치밭목산장(29,5km)~삼거리(31,3km)~대원사(35,7km)~주차장(39,2km)으로 이어지는 약 40여 km의 긴 여정이다.
아마추어 산악인에게 꿈의 종주로 불리는 지리산 대종주!!
여정이 길기도 하지만 한겨울의 한파 속에서 또 눈이 많이 쌓여 러셀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걱정이 들어 2주전부터 대장님과 함께 대원들을 들볶기 시작했다.
집에서 계속 운동하시고, 토요산행에 참석하여 컨디션 조절하시고, 산행 며칠 전까지는 술 많이 먹기 마시고, 중간에 퍼지면 놔두고 간다, 알아서 하산해라 등등...
총무도 불안한 마음에 1인당 핫팩 왕창, 초콜릿 잔뜩, 건전지 여분 등을 준비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산행집결을 준비하던 중 금요일 오후 3시경 전화가 울린다.
유명산악회다.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렇지 않아도 지리산국립공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성삼재까지 차량 통행이 불가하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수하던 차였다.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지리산에 눈이 많이 쌓여 탐방로가 통제되었다는 소식이다. 노고단에서 출발했던 팀들도 이미 되돌아오고 있단다, 결국 오늘 지리산 산행은 불가 판정!
허진 대장에게 전화해 이를 어쩌나 상의해보는데 일곱명이 금요일부터 2박 3일을 빼두었는데 취소하기도 그렇고, 설악산, 덕유산 등 다른 큰 산을 알아보아도 모두 불가다.
밤 10시에 모일 기대를 하고 룰루랄라 하고 있는 대원들에게 연락을 취하니 급실망하는 분위기, 다른 어디라도 가자고 한다. 산꾼들이 아무데다 갈 수는 없고 서울에서 두 세시간 거리에 있는 산을 찾다보니 월악산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① 12월 20일(금) 오후 22:00 천호대교 출발
늦은 시간에 대중교통을 구할 수 없어 신응섭 회원의 카니발 리무진을 타고 출발했다. 오랜만에 자가차량을 이용하니 훨씬 더 아늑하다. 더군다나 리무진 아닌가! 차체가 넓고 천장이 높은데다가 빵빵한 오디오까지... 갑작스런 계획 변경에도 흔쾌히 차량봉사를 해준 신사장님 정말 고마워요!
수다란 여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 사오십대 아저씨들이 쉴새없이 떠들어댄다. 출판, 정치, 사회, 경제 등등. 우리 백두대간 7기 대원 일곱명은 사십대 후반부터 오십대 후반에 걸쳐 촘촘히 박혀 있는데 이들의 대화 속에 세상의 모든 진리가 다 숨어있는 듯하다.
인터넷으로 월악산 근처 민박집을 찾아 예약을 하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예상보다 길이 한가하여 한시간 반 정도 후에 충주호에 도착했다. 여기부터는 군데군데 눈이 보이고 길도 좀 얼어 있다. 네비를 따라 한적한 시골길에 접어드니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 나타난다. 정말 조용하다. 이런 곳에서 살고 싶은데... 위층 발소리,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듣기 싫은데... 내 솜털들을 짓누르며 무감각하게 살기 싫은데..
12시가 다 되어 민박집에 도착했다.
방이 왜 이렇게 추워! 9시부터 방에 전기를 넣었다는 주인아주머니를 의심의 눈초리로 째려보지만 별 방법이 없다. 일단 준비해간 삼겹살과 라면, 소주 등으로 야참을 먹고 또 히히덕거리다가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취침. 내일 월악산 산행은 7시간 정도라 8시에 일어나도 된다는 대장의 배려에 감사하며 누웠지만 바닥이 차다. 어두운 방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문득 같이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동지애를 느낀다. 나와 함께했던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도 나와 함께할 사람들이다.
② 12월 21일(토)
월악산
지광사 - 송계삼거리 - 영봉- 송계삼거리 - 마애불 - 덕주사
햇반을 끓여 아침을 먹고 지광사로 이동하여 월악산 산행을 시작한다. 별로 춥지 않고 바람도 없어 겨울산행 최고의 날씨다. 저 멀리 눈덮힌 월악산 정상이 우리를 설레이게 한다.
원래 ‘악(岳)’자가 붙은 산은 험하다고 하는데 그런 연유인지 산에 사람이 없다. 눈 밟는 소리, 밟을 때의 지글거리는 느낌, 눈의 흰 색감을 즐기며 겨울산을 품에 안는다. 올려다 본 하늘은 왜 이리도 푸른지 눈꽃과 어울려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송계삼거리에 이르니 눈이 발목까지 올라온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하고 계속 산에 오른다. 악산답게 커다란 바위 봉우리가 눈앞에 떡 버티고 있다.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 가지를 서리꽃이라 불리는 상고대가 감싸고 있다.(상고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안개 등의 물방울이나 기체 상태의 수증기가 바람에 날려 나뭇가지에 닿아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생긴다.)
정상인 영봉은 마치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험난한 바위 봉우리이다. 봉우리를 우회하면서 올라가는데 계단의 경사가 높고 간격도 멀어 잠시도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긴장하면서 오르기를 몇십 분, 정상 영봉에 도착했다.
어느 산이든 정상에서 보는 경치는 일품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고생한 것에 대해 자신이 내리는 상이리라. 오르던 길을 거슬러 내려와 송계삼거리 부근 작은 초소 앞에서 점심을 먹었다. 초소에는 숫자로 여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필요시 연락하라는 전화번호가 써있는데 혹시나해서 전화번호 뒷자리를 맞춰보니 자물쇠가 열렸다. 전화가 안되는 비상시에는 전화번호 뒷자리를 맞춰보시기 바란다. 하산길에 영봉을 바라보니 기가 막힌 배경이 된다. 기념사진 찰칵!
스틱을 찍으면서 조심스레 내려오던 중 목탁소리가 들려 둘러보니 마애불이 있다는 덕주사가 보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빌게 뭐 그리도 많은지 자연스럽게 마애불 앞으로 향한다. 자상한 미소가 보이는 월악산 마애불은 신라 말기의 덕주공주가 헤어진 오빠 마의태자가 그리워 오빠가 있는 남쪽을 향하여 멀리 미륵불을 바라보기 위한 자화상이란다.
산악회에 발딛은 지 벌써 칠년째인데 이러저러한 기도가 사고없이 오늘의 나를 지켜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산하니 어둑어둑하다. 유명하다는 ‘여주 박상궁 맛집’에서 매운탕과 백숙을 먹었다. 어제 자면서 추위에 떨던 기억 때문에 다들 따뜻한 온천에 가자고 하여 수안보로 향했다. 식당 주인아주머니의 소개로 저렴한 가격으로 수안보 로얄호텔에서 온천하고 넓직한 방에서 편하게 잤다. 우리 팀은 세속적인 여흥에는 별로 익숙치 않은데 오늘은 총무의 생일과 채교수님의 스페인어 시집 출간이 겹쳐 노래방에서 약간의 음주가무를 즐겼다.
③ 12월 22일(일)
주흘산
제1관문 - 혜국사 - 주봉 - 영봉 - 꽃밭셔틀 - 제2관문 - 제1관문
호텔 식당에서 올갱이국으로 아침을 먹고 문경새재로 향했다. 문경새재는 경상도 지방에서 한양을 가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고개로 새도 넘기 힘들다하여 조령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중 1위를 했다는데 입구부터 넓직한 것이 잘 단장되어 있었다. 제1관문을 지나 주흘산 정상을 향한 산행이 시작되었다. 날씨는 어제보다도 더 화창하여 겉옷을 벗을 정도였고 눈도 적당히 쌓여 있었다.
두 시간 정도를 올라 주흘산 정상인 주봉에 도착했다.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부담없이 버너를 키고 라면과 햇반을 삶아 점심을 먹었다. 식후 커피까지 한 잔.
내친김에 영봉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몇 달 전 지나왔던 소백산 봉우리와 백두대간 능선들이 펼쳐져 있다. 저곳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백두대간이구나! 마치 곰이 웅크리고 있는 듯, 강인한 팔뚝에 굵은 힘줄이 솟아 있는 듯하다.
영봉에서 부봉으로 가는 코스는 백두대간에 포함되어 다음에 가기로 하고 꽃밭셔틀이란 곳으로 하산했다. 내리막 급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해발 1000미터에서 200미터까지를 단숨에 내려오니 제2관문(조곡관)이 나타난다.
제2관문부터 제1관문까지는 넓직한 평지길이다. 평소에는 맨발로 산책을 즐기는 곳이라는데 중간중간 폭포나 표지석, 주막, 정자 등과 궁예나 왕건의 유적지 등이 있다.
산행 마무리를 편안한 유람으로 장식하며 3~4km 정도롤 걸어 내려왔다.
문경 시내로 이동하여 온천에서 목욕하고 한우타운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한우를 내키는대로 먹을 경우 그 후유증을 걱정하는 차에 우리 대장님이 총무 속을 알았는지 본인이 내겠다고 한다. 미안함 반, 고마움 반으로 저녁을 먹고, 불빛이 가득한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이번 월악산 - 수안보 - 문경새재 -주흘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지리산이 막히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는데 그 느낌과 코스가 너무 좋았다. 이게 다 대한민국의 산과 명승지가 머릿속에 박혀 있는 허진 대장 덕이다. 그 머릿속 덕에 우리 백두대간 7기 2014년 계획표가 이미 발표되었는데 글 읽은 분들이 배 아파 기절하실까봐 차차 밝히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