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7기 지리산 대종주

2014.01.27 Views 122 정민영

백두대간 7기 지리산 대종주
 

1) 산행일정: 2014년 1월 17일(금)~19일(일)

2) 출발일시: 2014년 1월 17일(금) 오후 10시

3) 출발장소: 동대문

4) 출발인원: 허진, 황보태수, 채호기, 이동준, 신응섭, 정민영, 윤형식


성삼재~노고단~화개재(6,3km)~토끼봉(7,5km)~연하천(10,5km)~벽소령(14,1km)~세석산장(20,4km)~장터목(23,8km,숙박)~천왕봉(25,5km)~중봉~치밭목산장(29,5km)~삼거리(31,3km)~유평리~대원사(35,7km)~주차장(39,2km)


아마추어 산악인에게 꿈의 종주로 불리는 지리산 대종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 8경의 하나이고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구월산과 함께 우리나라 5대 명산 중 하나로서 웅장하고 경치가 뛰어나다.




























 

① 1월 17일(금) 오후 22:00 동대문 출발

2013년 송년 산행으로 준비했으나 기상악화로 연기했던 지리산 대종주!!

이번 달에는 눈이 녹아 출발지인 성삼재까지 버스가 올라가고 어느 정도 산행이 가능하다는 통보에 따라 1무1박3일의 산행을 실행하게 되었다.

동대문에서 5명 탑승, 양재에서 2명 탑승하여 우리팀 총 7명과 다른 팀 몇 명 등 총 이십 여 명이 28인승 버스에 탑승하여 지리산으로 향한다.
 

한 줄에 3명 씩, 28인승 버스는 널찍하여 몸이 편하다.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23시, 새벽 3시경에 아침을 먹기로 했으니 4시간 동안 좀 자두어야 한다. 여기서 잘 자두어야 산행이 편할텐데, 아니면 밤을 꼴딱새고 산을 올라야 하는데...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양도 세어 보고, 별도 세어봤지만 정신만 말똥말똥하다. 옆자리에서 코를 골고 있는 신응섭 회원이 얄밉기도 하다.


어느덧 남원 근처 뱀사골에 도착하여 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이른 아침을 먹었다. 밤을 새고 새벽에 출발하는 무박산행을 여러 번 해보았지만 역시 무박산행의 성패는 조금이라도 잠을 자두었느냐와 화장실을 해결했느냐의 문제다. 화장실에서 용을 써보았으나 결과는 실패!!

“내 몸아~ 나를 좀 도와다오. 하루종일 그놈들을 뱃속에 넣고 뿡뿡거리며 가야 하겠니? 주인님, 저는 정해진 시스템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따라 움직입니다. 왜 새벽부터 난리를 칩니까? 다음부터는 편하게 사세요.”

다시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고개길을 돌아 산행 출발지인 성삼재(1,090)에 도착했다. 오늘 토요일 하루 약 24킬로미터의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눈이 많이 쌓여 있어도 장터목산장에 터치하고 쓰러져야 한다.
 

② 1월 18일(토) 오전 04:00 성삼재 출발

아무리 날이 풀렸다고 해도 해발 1,000미터 이상은 추울 수밖에 없다. 고도가 100미터 올라갈 때 마다 기온이 0.65℃씩 내려간다고 하니 고지대의 칼바람과 합쳐지면 평지보다 영하 10℃는 더 춥다.

헤드랜턴을 켜고 산행이 시작되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비교적 넓고 편안한 경사길로 이루어져 있어 워밍업을 하기에 좋은 코스이다.

새벽 5시경 노고단에 도착하니 대피소에서 숙박했던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다. 노고단 돌탑을 돌며 소망하는 것을 빌어 본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데 눈도 제법 쌓여 있어 아이젠과 스패츠를 하고 출발한다.
 

백두7기팀 대원 7명은 보통 산행 순서가 정해져 있다.

1번 허진(대장) - 대장답게 선두에서 길을 개척하고 팀을 이끈다. 매같은 눈으로 가끔 질책성 레이저를 날리기도 한다. 독설은 기본!

2번 윤형식(이하 “윤박”) - 철학박사 출신으로 백두대간 7기에 뒤늦게 합류. 체력은 훌륭하나 산행 경력 부족. 무리하게 대장을 따라잡으려다가 이번에 큰 사고 침

3번 황보태수 - 7기 최고령 중 한명으로 선두와 중간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 종종 이상한 기합을 질러 주위를 놀라게 함. 항상 밥해 먹은 후 설거지에서 재능 발휘

4번 이동준 - 중간에서 묵묵히 팀을 지탱하는 역할. 산행 전날까지 감기몸살로 고생하였어도 링겔 투혼 발휘

5번 정민영 - 매달 먹을거리 사고 경비 부족할까봐 몇 번씩 배낭 속 지갑을 확인하느라 피곤한 총무. 바로 뒤 같은 40대인 6번과 떠드는 낙으로 산행

6번 신응섭 - 7기팀 전속 사진작가로 그 좋은 사진에 항상 자신이 빠져있어 아쉬움. 족저근막염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최근 일취월장하여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

7번 채호기 - 항상 팀의 후미를 자청하며 길 잃고 낙오된 양을 챙기는 역할. 배낭의 각을 중요시하는 스타일리스트


성삼재, 노고단, 임걸령을 지나니 어느덧 날이 밝아 오고 삼도봉(三道峰)에 도착하였다. 날이 흐리고 연무가 가득하여 일출을 볼 수가 없었다. 삼도봉은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등 3개의 도가 만나는 곳이다. 삼각형 모양의 작은 철탑 앞에서 기념촬영 후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갈등 및 좌파와 우파의 이념갈등 해소를 소망해 본다.




점심을 먹을 벽소령대피소를 향해 계속 산행한다. 최근 지리산은 입산시간지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산행로 중간중간에 플랜카드가 걸려 있는데 가령 벽소령에서 세석대피소 방향으로 가려면 1시까지 벽소령을 통과해야 하고, 세석에서 장터목 방향으로 가려면 세석대피소를 2시까지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팀은 장터목대피소에 숙박예약이 되어 있으므로 2시간이 추가되어 세석을 4시까지는 통과해야 한다.
 








너무 늦지 않게 장터목에 가면 되겠지 하다가 막상 시간이 지정되니 마음이 바빠진다. 대장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춥고 눈도 제법 많이 쌓여 생각 외로 산행이 더디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새벽 3시에 먹은 아침은 이미 다 소화되어 다음 밥을 부르고 있다. 연하천에 도착하여 잠시만 쉬고 벽소령을 향해 가야하는데 춥고 배고파서 점심을 해먹기로 한다. 바람만 막아주는 대피소의 취사장은 밥해먹는 사람들도 돗대기시장이다. 겨우 자리를 잡고 햇반과 라면 등을 먹고 시간에 쫓겨 바로 벽소령으로 향한다. 벽소령에 도착해서는 잠시 쉰 다음 샘터에서 물만 먹고 바로 출발해야 했다.






세석까지는 약 6킬로미터 남았다. 도중 형제봉에 들려 지리산의 산세를 굽어 본다. 어머니의 품처럼 모든 것을 품어주는 온화한 기운이 느껴진다. 지리산이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우는 이유이다. 확실히 명산은 이름값을 한다. 수도권의 잘잘한 산을 감히 비하할 이유는 없지만 가끔씩은 큰 산, 명산에 와서 산악인임을 뿌듯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석을 향해 전진한다. 윤박의 무릎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 아이젠을 차고 발을 딛는 것이 무릎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음이다. 장터목까지는 같이 가야 할텐데. 지리산 속으로 빠져 들어갈수록 경치가 죽여 준다. 점입가경이다!










 

윤박이 조금씩 뒤로 처지면서 팀을 둘로 나누었다. 앞 팀 4명이 먼저 세석으로 향하고 뒤 팀 3명은 윤박을 보조하며 오기로 했다. 앞 팀 4명이 3시반경 세석에 도착하여 뒤 팀을 기다리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아야야~”도 전화도 모두 소용 없다.

어찌할고? 세석에서 장터목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공단 직원들이 강경하다. 4시 이후에는 장터목 방향으로 갈 수 없단다. 더욱이 부상자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4시가 넘어도 윤박 일행이 오지 않는다.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다 세석에서 거림 방향으로 하산하거나, 아님 모두 세석에서 자거나. 그런데 세석에 잘 자리가 없단다. 지금 윤박의 무릎 상태로는 거림으로 하산하기도 힘들다.

다행이 버스를 인솔해 온 유명산우회 대장님이 본인이 윤박을 세석에서 재우고 돌볼테니 우리들은 장터목으로 가라고 한다. 동료가 같이 못가서 안타까운 상황이기는 하나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되어 윤박을 위로하면서 장터목으로 향했다.






 

장터목이 3킬로 정도 남았는데 다들 많이 지쳤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 혼자 뿐이다. 대원간 간격도 많이 벌어지고 날도 어두워지고 있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윙윙 불어대는데 갑자기 “이놈들”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에 누가 있는 건가? 눈 덮인 나무 뒤에서 불쑥 눈을 뒤집어쓴 괴물이 나올 것도 같다. 바람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고 소름이 돋는다.

저 앞에 장터목 대피소의 불빛이 보인다. 이리도 반가울수가. 도착하니 채교수님이 반겨주신다. 뒤이어 모든 대원들이 무사히 도착하였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방을 배정 받고 취사장에서 저녁을 해먹었다. 소시지에 베이컨, 라면, 김치볶음, 소주에 와인까지,... 문득 세석에 홀로 있는 윤박이 안스러워진다. 어쩔거나...

대피소는 생각 외로 추웠다. 사람이 많아 더울거라 하여 침낭도 안가지고 왔는데. 총무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춥게 자게 됐다며 불평이 나온다. 여러분, 나도 춥소. 핫팩을 4개나 붙이고 모포 2장으로 겨우 잠이 들었다.
 

③ 1월 19일(일) 오전 05:00 장터목 출발

햇반죽으로 아침을 먹고 천왕봉을 향해 출발한다.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 3대가 덕을 쌓아야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데. 학생들도 많이 보이고, 일출을 보기 위한 행렬이 제법 길다. 오늘 지리산 일출은 7시 20분경인데 천왕봉 바로 밑 전망대가 더 조망이 좋을 것 같아 자리를 잡았다. 전망대 우측 반야봉 위에는 달이 떠 있고, 좌측 지평선 위쪽은 점차 붉어지고 있다.








아이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해를 기다린다. 얼마만에 느껴 보는 설레임인가? 붉어진 지평선 중간 부분이 더욱 붉어지고 있다. 점차 진홍색을 띠더니 시뻘건 덩어리가 불쑥 솟아오른다.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지경의 장관이 펼쳐진다. 지리산의 일출을 장엄하게 만난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2014년을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열어 본다. 각자 사진을 찍으면서 일출을 마음속에 간직한다. 나도 지리산 일출 광경으로 카톡 프사(프로필사진)를 장식해야겠다. 해는 어느덧 훌쩍 떠올라 우리의 갈 길을 비추어준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라 굽어 보니 주위의 산들이 모두 발밑이다. 제주도 한라산을 제외하고 남한에서 제일 높은 지리산 천왕봉(1915미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왕봉에서 중산리 방향으로 바로 하산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둘러서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좀 더 지리산에 머물고 싶기도 하고 또 여간하면 오기 어려운 대종주 코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왕봉에서 중봉을 거쳐 치밭목산장으로 하산한다.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 러셀이 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지만 하산길이라 별 부담없이 내려온다. 급경사에서는 아예 엉덩이를 대고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기도 했다. 마지막 대피소인 치밭목산장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사먹었다. 간식이 한참 전에 떨어진 다음이라 초코파이가 꿀맛이다.






완만한 하산길이 이어진다. 날씨는 완전 봄날이고 지리산의 끝자락을 즐기며 천천히 하산했다. 산 아래 마을 유평리에 도착하여 대원들끼리 서로를 치하하며 손을 마주 잡았다. 지리산 대종주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산악회 버스를 만날 지점까지 타고 갈 택시를 부르려 하니 한 아주머니가 자기집 차로 데려다 주신다 한다. 인심이 고마워 그 집에서 막걸리 한통을 시켜 하산주로 마셨다. 봄날 산 밑에 평상을 깔고 하산주를 마시니 기쁨이 배가 된다. 아주머니가 라면도 끓여주시니 그 보답으로 그 집에서 파는 곶감을 8상자 샀다.

덕산삼거리에서 유명산우회 버스를 타고 윤박을 만나니 다행이 무릎도 많이 나았고, 또 산악회 대장을 비롯한 몇몇 산우들과 심심치 않게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다행이었다. 산악회 대장에게 우리 대원을 잘 돌봐준 고마움으로 곶감을 한 상자 선물하니 이 양반이 감격해한다.

생각보다 출발지인 동대문에 일찍 도착하여 대학천 닭한마리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자주 보는 사람들끼리 뭔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아 겨우 떼어 놓았더니 가다가 한잔 더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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