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4구간 육십령 ~ 빼재 산행기

2007.11.08 Views 52 관리자

백두대간 6기 4구간(육십령 ~ 빼재) 산행기

9월 29일 04:29 합정역 출발. 알코올(이은아)은 급한 일 때문에, 된장(박홍재)은 장모님
이 
위독하셔서 빠졌다. 그래서 이번 구간에는 모두 7명의 대원이 출발
한다. 단출하다. 누군가의 입에서 허전하다는 말이 새어 나온다. 모두들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새 정이 들었나보다. 총무 말을 들
으니 송기사도 장모님이 위독하셔서 이번 산행에 우리를 태워다 줄 수 없
을 뻔했단다. “아직 장모님이 살아 계셔요?” 놀라서 물었더니, “그렇게 됐
어” 하고 웃으신다. 송기사님은 일흔이 넘으셨다. 우리를 육십령에 내려주
고 장모님이 계신 광주로 내려가신단다.
 


07:00 덕유산휴게소 도착. 간단하게 아침 식사. 점심으로 김밥을 준비하려고 보니
김밥 한 줄에 2,800원이다. 너무 비싸다. 가다가 김밥을 사든지, 여의치 않으면 라면과 물을 준비하기로 한다. 


07:29 덕유산 휴게소 출발. 희붐하게 날이 밝으면서 동쪽 하늘에 옅은 오렌지색 놀
이 깔린다. 구름이 많지만 높고, 시야도 맑다.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다.
구름 사이로 흐릿하게 둥근 달이 떠 있다. 얼른 이해가 안 되는 풍경을 마주
하며 알 수 없는 신비감을 느낀다. 장수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장계 쪽 방
향 마을로 들어간다. 슈퍼에 들르기 위해서다. 슈퍼 맞은편에 김밥집도 있
다. 그러나 이미 라면과 물을 샀다.
 


08:13 육십령 출발. 지난달에 내려온 그 자리. 세 명의 등산객이 보인다. 삿갓재 가
는 길을 묻는다. 길을 가르쳐 주고 그 중 남자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두 명의
여자는 그 사이 산길로 사라지고 없다.
 


09:02 할미봉 도착. 올라오는 내내 고요함이 우리를 감싼다. 시야는 투명하여 멀
리 잠에서 깨어나는 마을들과 능선들이 훤하게 보이고, 그 풍경이 우리의 마
음을 맑게 씻어낸다. 새벽 산행의 맛은 고요함이야! 그러나 이내 안개가 짙
게 끼기 시작하고, 얼마 후에는 시야마저 가려버린다.
 


09:15 할미봉 출발. 독병(독일병정, 강기준)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후미를 자청

한다.

10:05 덕유교육원 삼거리 도착. 가져온 귤을 대원들에게 나누어 주며 얼른 배낭 무
게를 줄인다. 다들 눈치 챘는지 웃는다.
 


10:25 삼거리 출발.

11:35 서봉(장수덕유산) 도착. 안개가 짙게 끼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이곳 전망이 덕유산에서 가장 좋다는데 아쉽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추위를 느끼며 가져온 윈드자켓을 걸친다.


11:55 서봉 출발. 추위 때문에 후미(독병과 양귀비[김유영])를 더 기다리지 못하
고, 통화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출발한다.

12:30 남덕유산 정상 도착. 안개는 여전히 짙고 바람은 잦아들었다. 영각사 쪽 길
로 리본이 많이 달려 있어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다렸으나, 후미가 영 오지 않는다.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를 않는다.


12:50 남덕유 정상 출발. 점심을 먹기로 한 월성치로 먼저 내려가 식사 준비를 하
기로 하고 내려간다.

13:05 남덕유 밑 갈림길. 점심 먹기에 안성맞춤인 장소가 눈에 띈다. 평평한 바위
들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고 짧은 풀들이 푹신해 보인다. 장군(이원발)이
익숙한 솜씨로 라면 끓일 준비를 한다. 칼(김재수)이 배낭에서 날계란을 꺼
낸다. 깨트리지 않고 이곳까지 가져온 비결은 계란 판처럼 생긴 상자 덕분이
다. 그 세심함에 모두들 감탄한다. 라면에 반주로 소주를 한 잔씩 한다. 한
가지씩 반찬들을 꺼내는데, 푸짐하고 다채롭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독병과
양귀비가 도착한다. 장군이 얼른 두 명분을 끓여낸다.
 


14:10 남덕유 밑 갈림길 출발.

14:28 월성치 도착. 전망이 좋지 않아 앞에 있는 능선으로 오른다. 안개가 산중턱에
깔려 있어 그런대로 시야가 트인다. 그러나 여전히 지나온 남덕유의 봉우리
는 흰 안개를 복면처럼 뒤집어쓰고 있다.
 


15:33 삿갓봉 도착. 삿갓봉에 오르지 않고 삿갓재 대피소로 우회해 가는 길이 있지
만 대간 길에서는 꾀를 부리면 안 된다. 5기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다.
 


15:55 삿갓재대피소 도착. 우리 팀이 제일 먼저 왔다. 조금 기다리다가 일부는 방 배
정을 받고 일부는 취사장에서 저녁 준비를 한다. 육십령에서 만난 세 명이 동
엽령까지 가서 칠연계곡을 타고 안성에서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이미 버스가 끊겼다는 말을 관리인에게 들었다고 걱정을 한다. 예약이 두 명 비는데, 사용하겠느냐고 물으니 얼굴이 밝아진다. 관리인에게 아홉 명 예약했는데 열명이 오게 됐다고 사정을 얘기하고 방 배정을 받았다. 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손해 볼 뻔했던 두 명분의 숙박비도 건진다. 불고기에 푸짐한 반찬으로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소주를 마신다. 독병을 위해 소주를 다섯 병 준비했는
데, 독병이 컨디션이 안 좋아 마시지 않는다. 장군과 두 병을 나눠 마신다.
안개가 이제는 안개비가 되어 내린다. 게다가 꽤 쌀쌀하다.


19:00 일찌감치 자리를 펴고 눕는다. 몇몇은 설핏 잠이 든 듯했지만, 대개는 그냥 눈
을 감고 누워 있다. 양귀비가 배를 깎아 2층에서(여자는 2층) 내려온다. 두런
두런 얘기하며 배를 맛있게 나눠 먹는다. 예약한 등산객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면서 소란스러워진다. 송기사 장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송기사가 오지 못하겠다는 것을 일단 신풍령에서 만나서 얘기하자고 설득한다.
 


22:00 시간을 확인한 후 나도 모르게 잠의 늪에 빠져든 것 같다.


9월 30일 04:00 기상. 헤드랜턴 불빛을 조명삼아 조용하게 짐을 꾸려 밖으로 나온다.

04:30 칼이 끓인 북어 국에 밥을 먹고, 누룽지 스프까지 맛있게 먹는다. 먹었
는데도 짐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다들 재미있게 투덜거린다.
 


05:15 대피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출발.

06:13 무룡산 도착. 비바지에 방수 자켓으로, 또는 스패치로 중무장을 하고 올랐다.
안개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무룡산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기가 막힌다.
거대한 짐승처럼 엎드린 능선들과 속치마처럼 하늘하늘한 운무들. 게다가 새벽의 신비한 빛이 빚어낸 공기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 같다.
 


06:25 무룡산 출발. 내려가는 길이 시야가 트인 능선이라 걸음을 늦추며 풍경
을 새긴다.

07:52 동엽령 도착. 백암봉을 오르기 위해 행동식을 챙겨 먹는다. 나무로 만든 널찍
한 전망대가 비박을 하기에 적당하다. 만약 삿갓재대피소 예약에 
실패한다면

동엽령에서 비박을 해도 좋을 것이다. 


08:20 동엽령 출발.

09:03 백암봉(송계사 삼거리) 도착.

09:25 후미를 기다렸다가, 모두 같이 신풍령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10:10 횡경재 도착.

10:37 횡경재 출발. 송계사로 갈라지는 길이라 후미를 기다렸다 같이 간다.

11:06 못봉 도착. 숨가쁘게 올랐다. 누군가 장군을 알아본다. 장군은 못내 쑥스러
운 모양이다.
 


11:29 월음령 도착.

11:36 월음령을 조금 지난 아늑한 장소에서 점심 식사. 장군의 역할이 크다. 뱃속을
찌르르 울리는 소주 한잔을 곁들인다.

12:35 점심을 마치고 출발.

12:53 대봉 도착.

13:14 갈미봉 도착. 이제 거의 다 왔다. 그러나 세 개의 봉우리가 남아 있다고 대원들
에게 예방 주사를 놓는다. 힘든 것은 심리적인 게 크니까.
 


14:22 빼재(신풍령) 도착. 총무가 송기사를 달래, 저녁을 먹지 않고 일찍 출발 하기
로 하고 서울까지 가기로 한다.

14:34 후미 신풍령 도착.

16:17 간단히 샤워한 후 무주 출발.

17:30 천안삼거리 휴게소 도착. 간단하게 저녁식사.

17:52 천안삼거리 휴게소 출발.

18:50 강남 도착.

19:15 합정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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