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백두대간
백두대간 6기 13구간(죽령 ~ 도래기재) 산행기
2008.09.29 Views 37 채호기
*9월 27일(첫째날): 죽령-제2연화봉-천체관측소-제1연화봉-소백산 비로봉-국망봉-상월봉-늦은맥이고개-마당치-1,032미터봉(헬기장)-고치령 [총거리: 24.83킬로미터; 총시간: 10시간 53분]
*9월 28일(둘째날): 고치령-미내치-1,096.8미터봉(헬기장)-마구령-갈곶산-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옥돌봉-도래기재 [총거리: 26킬로미터; 총시간: 12시간 5분]
*참석: 박연총무, 박종관, 김재수, 박홍재, 김유영, 진성민, 채호기
9월 26일(금요일)
19:00 합정역 출발.
이원발 대원은 촬영 때문에, 장은숙 대원은 회사 행사 때문에, 옵저버로 늘 참석하던 홍사룡 사장은 이사 때문에 부득불 빠졌다. 이번 구간은 외롭고 단촐한 산행이 될 뻔 했는데, 다행히 진성민 사장이 동참해주어 여간 반갑지 않았다. 집에서 짐을 꾸려 약속한 장소로 칼님을 픽업하러 갔다. 금요일 저녁 시간이라 차량 정체가 심해서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갔더니, 칼님이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산행은 날씨가 좋아서 소백산 전망이 썩 괜찮을 거라는 얘기를 나누며 도착하니 박연총무와 진성민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곧이어 박홍재와 양귀비가 도착하였고 이장은 하남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합정역을 출발했다. 강변북로는 주차장처럼 차량으로 가득 찼으나 한강의 야경은 여유롭고 고적했다.
20:30 하남 만남의 광장
도착하자말자 이장을 만나 휴게소 식당에서 전주콩나물해장국과 돈가스로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이 늦어 시장하던 터라 평소보다 맛있게 먹었다.
22:57 죽령휴게소 도착
숙박과 다음날 아침식사, 점심 때문에 여러 경로로 알아보던 중, 결국 가까운 죽령 휴게소에서 자기로 하고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맞췄다. 그런대로 깨끗한 편이어서 위치상의 장점 때문에 다음 기도 이곳을 이용하는 게 좋을 듯 했다. 다만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라니 유의해야 할 것이다.
9월 27일(토요일)
04:00 기상
어느새 잠이 들어 박총무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짐을 챙겨 식당으로 내려갔다.
04:30 아침 식사
식사 시중을 들 수가 없으니 보온 밥통에서 밥을 푸고 국도 데워 먹어야 한다고 하더니 주인 아줌마가 시중을 들어줬다. 물과 도시락을 챙기고 출발 지점으로 걸어서 갔다.
05:03 죽령 출발
출발 지점에서 송기사에게 부탁하여 기념 촬영을 하고 출발했다. 날은 아직 캄캄하고 헤드랜턴의 불빛이 갈 길을 밝혔다. 길은 시멘트 포장길이라 지루했지만, 초생달이 떠 있어서 신비로운 밤이었고, 서울에서 보기 힘든 별들이 하늘에 가득했다. 새벽빛으로 사위가 훤해지고 물마루처럼 굽이치는 능선들이 발아래 펼쳐졌다.
06:14 중계소 갈림길 도착
헤드랜턴도 빛을 잃어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칼님 얘기로는 여름 낮에는 지열과 더위 때문에 이 코스를 단숨에 오르기 힘들어서 세 번 정도 쉬면서 오른다고 했다.
06:27 중계소 갈림길 출발
후미로 오던 진성민이 왜 여기서 쉬느냐 전망 좋은 곳이 있는데 하며 우리를 지나쳐 갔다. 칼님이 그곳은 추울텐데 하며 뒤따랐다. 아닌 게 아니라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져서 쉴 동안 윈드점퍼를 걸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웠다.
06:36 제2연화봉 도착
새벽 하늘의 색깔은 말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느낌이 있다. 온화하면서 가슴 한쪽을 벅차게 하는 잔잔한 감동,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자각하게 하는 그런 느낌.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06:40 제2연화봉 출발
07:14 연화봉 도착
새벽의 조용한 천체관측소 옆을 지나 연화봉에 올랐다. 천체관측소 건물 창에 화분이며 물뿌리개 등 자잘한 일상 도구들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높은 지대에 그들의 생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화봉에는 귀여운 빨간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었다. 자연과 인간의 묘한 부조화가 현대적인 미를 느끼게 해줬다.
07:54 제1연화봉 도착
휴식
08:05 제1연화봉 출발
지금까지 우리 외에는 사람을 전혀 만나지 못했다. 소백산에서의 이런 경험은 특이했다.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아니었던가.
08:55 비로봉 도착
바람이 많이 불어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는 정상 지대의 넓은 초원을 지나면서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조망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었다. 먼저 와 있던 서너 사람들이 한적한 비로봉 정상을 지키고 있다가 우리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났다. 진성민이 올라오다 계단참에 주저앉아 있는 것을 소리쳐 불러 사진을 찍고 바람 때문에 일찍 자리를 떴다.
09:25 비로봉 출발
10:27 국망봉 도착
국망봉 바위를 풍벽 삼아 점심 먹을 자리를 만들었다. 늘 이것저것 맛있고 따뜻하게 해주던 장군의 빈 자리가 그리웠다.
11:26 국망봉 출발
11:43 상월봉 도착
12:00 늦은맥이재 도착
이곳부터는 조망이 끊어지고 잡목 지대의 나무 터널을 걸어서 갔다.
12:21 휴식
12:35 출발
13:42 휴식
따뜻한 해가 반가운 계절이 어느새 왔다. 양지 쪽에 앉아 땀을 말리고 해바라기를 했다. 벌들이 달콤한 과일 냄새를 맡고 주위를 선회 비행했다.
13:55 출발
14:24 마당치 도착
이제 고치령에 가까이 왔다. 그러나 1,032고지와 863고지가 남았다. 다 왔다고 방심하면 남은 길이 심리적으로 몹시 힘든 길이 된다.
14:55 휴식
후미를 기다리며 느긋하게 휴식을 했으나 통 오질 않았다. 박총무가 남아 기다리기로 하고 먼저 출발했다.
15:30 출발
15:56 고치령 도착
송기사 차가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는 길에 산 포도라며 내놓는데 당도가 무척 높았다. 후미를 기다리는 동안 산신각과 나무 장승들을 둘러 보았다.
16:30 후미 도착
17:10 코리아나모텔 도착
부석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방값이 너무 비쌌다. 다른 데로 옮기려다가 주말이라 그나마 방을 잡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자기로 했다. 모텔 1층에 딸린 목욕탕에서 샤워를 했다.
18:09 저녁 식사
근처 숯불나라에서 삼겹살과 청국장찌개로 술과 식사를 했다.
21:00 취침
9월 28일(일요일)
04:00 기상
04:30 숯불나라에서 아침 식사
점심과 물을 챙기고 차로 고치령으로 출발했다. 시골이라 어둠은 어둠답게 캄캄했다. 진성민은 볼일이 있어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이곳까지 따라와 배웅해주는 그의 마음이 고마웠다.
05:38 고치령 출발
카메라 앞에서 잠깐 포즈를 취하고 오늘은 어제보다 더 긴 구간이라 출발을 서둘렀다.
06:32 휴식
06:45 출발
06:50 미내치 도착. 조그마한 고개였다. 령과 재와 치의 차이가 궁금했다. 집에 가서 사전을 찾아보리라. (령: 재나 산마루의 이름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재: 길이 나 있어서 넘어 다닐 수 있는 높은 산의 고개, 높은 산의 마루를 이룬 곳, 치: 이 글을 쓰기까지 치의 정확한 말뜻을 알아내지 못했다)
07:47 헬기장(1,086.6미터) 도착
휴식.
08:00 헬기장 출발
08:28 마구령 도착
마구령은 옛날 보부상들이 물물 교환하던 장소로 꽤 넓고 잘 조성되어 있었다. 옆으로 포장된 도로가 있어 이곳을 산행 기점으로 삼아도 될 듯 했다.
09:05 휴식
09:25 출발
늦은목이까지 가서 점심을 먹고 밥심으로 선달산을 오르는 게 좋을 것 같아 휴식 시간을 뒤로 미루고 욕심을 내보았다. 그러나 무리한 욕심이었는지 배에서 쪼르록 소리가 나고 몹시 배가 고프고 지쳐 힘이 들었다. 결국 늦은목이 못 미처서 뒤에 오는 대원들에게 여기서 밥을 먹고 갈까 아니면 내친 김에 늦은목이까지 갈까 의중을 물어 보았다. 그런데 다들 늦은목이까지 진행을 하자고 했다. 내심 쉬어 가기를 원했는데 할 수 없이 길을 재촉했다. 몸이 점점 힘들어졌다. 곧 나타날 것 같던 늦은목이는 쉽게 모습을 내보이지 않았다.
10:58 늦은목이 도착
1시간 40분 정도를 쉬지 않고 왔다.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데 생달 쪽에서 올라온 남녀 한 무리의 약초 캐는 사람들을 만났다.
11:38 늦은목이 출발
12:41 선달산 도착
아까 무리를 해서 그런지 콘디션이 좋질 않았다. 정상까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올라왔다.
13:00 선달산 출발
13:52 휴식
높낮이가 있는 길이어서 어제보다 훨씬 힘든 길이었다.
14:10 출발
14:57 박달령 도착
이제 옥돌봉만 오르면 이번 산행의 힘든 구간은 마칠 수 있다. 그러나 옥돌봉이 이번 구간 중 가장 높은 산이다.
15:20 박달령 출발
16:17 옥돌봉 도착
나는 선달산에서는 힘들었으나 컨디션을 회복하여 옥돌봉은 그런대로 쉽게 올랐다. 우리 몸의 상태는 이런 주행 중에는 순식간에 변하기도 한다. 칼님과 이장은 상당히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양귀비는 올라오면서 “이 고통에서 어서 헤어나게 해주소서”라는 기도까지 했다고 했다.
16:43 옥돌봉 도착
17:40 도래기재 도착.
어제보다 힘든 구간이었다. 도래기재에 도착하니 2년 전에 이곳에서 대간을 출발한 기억이 선명하고 새롭다. 나 개인적으로는 오늘이 백두대간을 완주한 뜻 깊은 날이었다.
19:30 소백산풍기온천 도착
목욕.
20:15 출발
21:54 풍기인삼갈비 도착
맥주와 소주에다 육회비빔밥, 돼지갈비를 먹었다.
24:20 강변역 도착
24:50 합정역 도착
송기사의 배려로 전철이 끊어진 양귀비는 미아리까지 직접 태워다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