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백두대간
백두대간 6기 15구간(피재~댓재)산행기
2009.01.12 Views 51 이희정
출판인산악회 백두대간 6기 15구간 종주기
* 첫째 날 - 25.2km , 소요시간: 11시간 23분
피재~건의령~구부시령~덕항산(1072)~지각산(1081)~자암재(장암재)~큰재~황장산(975)~댓재
* 둘째 날
환선굴~동해시 묵호항
2009년 01월 09일 금요일 19시 합정역 2번 출구 집합
참가자: 박 연(부대장), 홍사룡(홍대장), 박홍재(국장), 김유영(양귀비), 김재수(칼), 이원발(장군), 초대손님(노현경, 함인애) 이상 8명
19시 합정역, 14구간 도래기재~피재를 끝내고 11월, 12월 산불예방기간을 피하느라 2개월을 건너뛰고 3개월 만에 만나는 대원들이다. 이번 구간 종주엔 이미 5기 때 시작하여 14구간을 끝으로 종주를 마친 이장(박종관)이 빠졌고, 불가피한 개인 사정으로 대장(채호기) 마저 참석치 못하게 되니 대원들은 내내 서운한 분위기이다.
송기사의 차가 나(장군)를 여의도에서 픽업하고, 이번에 빠진 인원을 채울 겸 홍대장이 섭외한 초대 손님 노현경, 함인애씨는 송파구 성내역에서 픽업하여 출발한다. 금요일 저녁은 역시 차량의 움직임이 많고, 스키 시즌 여서 그런지 고속도로에서 밀리어 9시40분 쯤 되어서야 저녁 식사를 위해 여주휴게소에 도착한다. 냄비우동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바로 출발.
숙소를 어디로 잡아야 하나를 놓고 이야기가 분분하다가 영월로 잡기로 하고 영월로 들어선 시간이 12시10분 쯤, 모텔은 섭외가 되었으나 아침식사와 도시락이 문제였다. 부대장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24시 김밥천국 집을 섭외 놓고 숙소로 들어간다.
1월 10일 토요일 새벽 4시 기상, 4시30분 아침식사.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하다가 다 같이 육개장을 시켜 먹는데 맛이 제법이다. 도시락은 참치 김치찌개 4인분만 주문하고 각자 가지고 온 보온밥통에 밥을 담아 달라고 주문한다. 홍대장이 초대한 초대 손님들의 체력이 첫날 25km가 넘는 긴 산행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판단에 홍 대장은 구부시령(12.8km)에서 하산 시킬 계획을 갖고 도시락을 따로 준비하여 출발한다.
6시14분 피재 도착, 예상 했던 대로 강추위에 세찬 바람으로 인하여 만만치 않은 산행길이 될 것임을 대원 모두는 각오하며 채호기 대장이 늘 하던 대로 배낭 둘러메고 기념사진 찍고 10여분 지체한 뒤 출발한다. 부대장에게 선두를 권했으나 템포를 못 맞춘다며 나보고 앞장서라 하여 내가 선두를 선다. 뒤에는 홍대장이 계시니 항상 안심이 된다.
7시24분 철탑 부근 휴식, 이미 동이 터 있고, 건의령을 향한 능선 길은 무난하였으나 강추위와 함께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은 안면 가리개, 버프 등으로 가릴 만큼 가렸는데도 잠시만 지체하고 서 있어도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정도다. 후미가 궁금하였으나 역시 든든한 홍대장님이 잘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후미가 오는 것을 확인하고 7시34분 출발.
8시28분 건의령 도착, 피재에서 6.3km 지점인 이곳은 차가 진입할 수 있는 곳이기에 송기사 차가 올라와 대기 하고 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혹한의 추위에 낙오가 발생 할 수도 있겠다 싶어 부대장과 홍대장이 송 기사에게 차가 올라 올 수 있는 곳은 모두 올라와 대기 시킨 것이다. 특히 초대 손님 여성 두 분의 대한 배려였다. 여기서 후미까지 기다렸다 출발하기로 하고 차에도 들어가 있기도 하며 기다렸다. 8시50분 쯤 되니까 후미가 도착하였고, 홍대장이 지금부터는 후미는 구부시령(첫날 구간의 중간 지점)에서 하산 할테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라하여 나와 칼 부대장 양귀비, 국장이 먼저 출발한다.
9시17분 푯대봉(1009)에 도착 바로 출발하였고, 한내령에 도착한 시간이 9시58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간식도 꺼내 먹고 길게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뒤에 양귀비와 함께 도착한 부대장이, 국장이 강추위와 세찬 바람에 힘들어 하며 홍대장과 초대 손님들과 함께 구부시령에서 하산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다.
11시37분 구부시령에 도착 했으나 점심 먹을 바람이 없는 곳을 찾기 위해 봉우리로 올라서니 동쪽 방향으로 50m 아래 바람 없는 적당한 장소가 있어 자리 잡는다. 후미로 쳐진 양귀비가 올라와 지나칠까하여 수시로 불러 가며 새벽에 김밥천국 집에서 포장해준 참치 김치찌개를 뎁힌다. 양귀비 몫을 덜어 놓고 칼과 부대장, 나 먼저 식사를 한다. 부대장이 봉우리로 올라가 뒤늦게 도착한 양귀비를 안내해 내려오고 찌개를 다시 뎁혀 주니 맛있게 먹는다. 점심 식사 후 출발한 시간이 13시13분, 양귀비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여 점심시간이 꽤 길어진 셈이다.
13시35분 덕항산(1072m) 도착, 환선굴 쪽에서 올라 왔다는 남자 등산객 4명을 만난다. 사진 부탁 하길래 찍어 주고 우리도 덕항산 표지석 앞에 포즈를 취한다.
14시17분 지각산(환선봉: 1081m) 도착, 아래를 내려다보니 환선굴 올라오는 시멘트 길이 훤히 보인다. 10분의 휴식을 취한 뒤 출발. 여기서 부터는 고랭지 배추 밭에 대기하고 있는 송기사 차를 향해 부대장이 앞서 가고, 칼이 양귀비를 앞세워 후미에 서고 나는 양귀비의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길을 잡는다.
14시58분, 자암재(장암재)에 도착, 휴식을 취한다. 사과도 깍아 먹고, 간식으로 원기 보충 후 15시19분 자암재 출발.
16시18분 고랭지 배추밭 도착, 1000고지가 넘는 곳에 배추 재배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밭을 만드느라 벌판처럼 휑해져있는 밭을 지날 때는 그 세찬 겨울바람이 한층 더하였다. 고랭지 배추밭 백두대간 길 아래 시멘트 길에 서있는 송기사의 차로 가니 홍 대장을 비롯한 국장, 초대 손님 노현경, 함인애씨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여기서부터 댓재까지는 배낭을 놓고 가기로 하고 배낭을 풀었으나 칼은 메고 가는 것이 편하다며 그냥 짊어지며 먼저 출발했고, 양귀비가 옷을 다시 챙겨 입느라 준비가 거의 끝난 모습을 보고 16시30분 먼저 출발한다.
16시40분 큰재에 도착하여 부대장과 양귀비를 기다리는데, 양귀비가 추위에 위축되기도 했고, 주력 좋은 세 남자 따라가는 것이 부담되어선지 남겠다고 했다한다. 댓재까지 남은 거리는 4.8km, 1시간4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인데 마지막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16시40분 큰재 출발, 이미 칼은 배낭을 짊어지고 한 참을 앞서가고 있었고, 배낭 없는 나와 부대장의 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큰 재까지는 눈길을 거의 볼 수 없었으나 큰재부터는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길이 있어 조심하며 스틱을 양손에 거머쥐고 치고 가는데 얼마 쯤 가니까 앞서간 칼을 만나고 어차피 선수들이다 싶어 칼을 앞서 치고 가니 황장산에 17시40분에 도착하였고 600m 아래의 댓재에 도착한 시간이 17시48분, 큰재에서 댓재까지 1시간 8분 걸렸고, 전체 산행 시간이 11시간 23분 걸린 셈이다. 다행히 난 어둠이 깔리지 전에 도착 되었지만, 뒤의 칼과 부대장은 렌턴을 켜야 되겠구나 생각했으나 20여분 뒤에 도착한 부대장과 칼에게 물으니 마침 보름달 빛이 좋아 그냥 내려 올 수 있었단다.
송기사에게 될 수 있으면 숙소를 둘째 날 들머리인 댓재와 가까운 곳에 잡아 달라고 했으나 마땅한 곳이 없어 삼척으로 갔다. 삼척에 진입하여 첫 번째 눈에 띈 모텔을 잡아 놓고 식사부터 하기로 하여 모텔에서 소개 받은 바로 뒤편에 있는 새은혜식당으로 들어섰다. 한정식으로 유명한 집이라 하는데 실상 유명한 것이 한류스타 배용준이 촬영 왔다가 밥을 먹고 갔다하여 일본 팬들의 관광 코스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라 한다. 식당 벽면에 빽빽하게 낙서해놓고 간 일본 열성팬들의 손길이 이곳을 명소로 만들어 주는 듯하다. 정식(12.000원)을 시켰으나 준비가 안 된다 하여 그 냥 백반(6000원)을 시키고 섞어 해물조림 두개를 시켜놓고 먹는데 제법 맛있다. 소주잔, 맥주잔을 기울이며 둘째 날 산행이야기가 나오는데, 초대 손님 노현경, 함인애씨는 산행을 포기하고 아침에 고속버스로 올라가기로 했다한다. 노현경씨는 출판인 산악회와 함께 산행 경험도 있고 해서 할 수 있다 했으나 같이 온 친구 함인애씨는 산행 경험이 전혀 없으니 자신 없어 했고, 포기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에 대원 모두는 이의가 없는 듯 했다. 그런데, 뉴스에서도 계속 내일 강추위를 예보했고, 내일 강풍으로 인하여 체감온도가 영하 40도는 된다는 식당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양귀비가 제일 걱정인 모양이다. 추위에 약하다는 국장도 그렇고..
둘째 날 새벽 4시 기상, 4시30분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에 모인다. 그런데, 홍대장, 부대장, 칼, 나(장군)만이 나와 있었고, 국장, 양귀비는 물론, 홍대장까지 산행을 포기한다. 그렇다면 가야 될 사람은 부대장, 칼, 나 세 명인 셈이다. 댓재에서 두타산(1335), 청옥산(1403)을 넘어 둘째 날 목적지인 이기령까지는 총 18.5km 도상시간 8시간 30분이 예상 되었으나 세 명이 간다면 지체 할 시간이 줄어들 것 감안하면 7시간 정도면 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잘하면 백복령까지도 갈 수 있겠네‘ 하며 가볍게 던져 본 말이 산행 포기의 결과를 가져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먼저 칼의 입에서 접자는 얘기가 나왔고 부대장이 동조하니 강행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그냥 이기령까지 만이라도 가자며 고집하고 싶었지만, 이미 접은 마음을 되돌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 수의 의견이 원하는 쪽으로 가야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원칙으로 갖고 있는 나도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채호기 대장이 계셨더라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그 순간 채 대장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산행이 취소되었기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들어가 잠깐 눈을 부치고 나온 시간이 8시 30분, 식당에 가보니 이미 모든 대원이 아침식사를 마친 상태, 어찌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나오는데, 환선봉 밑의 환선굴을 갖다가 묵호항 가서 회 먹고 올라가자는 방향으로 정해져 식당 밖을 나왔는데 이게 왠일, 새벽에 그렇게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은 온데간데없고 하늘엔 구름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아닌가. 예정대로 산에 오르지 못함을 후회 하며 안타까워 해보았으나 이미 업질러진 물, 일행은 환선굴을 향한다.
9시30분 쯤 환선굴 도착, 그렇게 바람도 없이 따뜻하던 밑의 날씨와는 상반되게 세찬 바람과 혹한이 살갖에 닿아온다. 나름대로 갖추어 입고 환선굴을 오르는 길도 나름대로 덕항산과 한선봉을 중심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는 경치를 바라보며 걷는 맛도 위안이 되었고, 처음 가보는 환선굴 내부도 놀랍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장엄함을 경험하고 나오는데, 오늘 못간 백두 길에 대한 아쉬움이 어느 정도는 상쇄 된다.
환선굴을 둘러보고 내려온 시간이 11시, 일행은 바로 묵호항으로 향했고 송기사의 단골 횟집인 충청단양 집에 도착해 싱싱한 활어 회에 소주한잔 걸치고 나와 시내의 건어물 상회 잠깐 들려 안주거리 좀 사고, 캔 맥주 한 보따리 사들 들어오는 초대 손님을 제일 반기는 이는 역시 칼이었고, 한 두 캔이 들어가며 분위기 업 되니 자연스럽게 송기사 노래방 시스템이 진가를 발휘하고, 끝없이 노랫가락이 이어지는데, 초대 손님 두 여성분의 노래 솜씨가 기대 이상인 것은 물론, 분위기까지 주도를 하니, 거의 묻지마 관광수준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서울을 향해오는 그 긴 시간동안, 정말이지 지루한 줄 모르고 도착한다.
처음으로 함께하지 못한 채호기 대장의 빈자리가 절실했던 이번 산행에서 나름대로의 교훈도 있었고, 자성도 있었지만, 즐거움은 어느 산행 못지않았던 그런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