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토요산행기

[1373회] 고려산~혈구산 순환종주 산행기/갤러리

2010.04.17 Views 23 이석범, 김형재

자동차는 사람보다 느리다.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자동차의 성능은 몇 달에 한 번씩 쏟아져 나오는 신차들만 봐도 짐작가게 한다.
제아무리 잘 뛰는 사람이라도 차량의 속도에는 어림도 없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축제를 겸한 1373회 출판인산악회 등산길에서는 자동차가 사람의 발걸음보다 훨씬 늦은 상황이 전개되었으니,

작년 겨울 빙판길에서 넘어지면서 심한 발목부상은 가뜩이나 추위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선뜻 겨울산행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어 5개월여 동안 산행을 하지 못하였다.
500여 미터도 되지 않는 만만한 숫자와 진달래 축제라는 잿밥에 현혹되어 금년도의 첫산행지로 결정하고 바로 참가등록을 하였다.

아침 8시 10분 약속장소인 합정역에 도착하니 눈에도 잘띠는 노란색 25인승 버스가 제과점 앞의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우리를 기다린다.
등록한 14분이 모두 도착하고 40분경 출발한 버스는 자유로를 지나 김포대교를 건너 강화도로 향했다.

주말이면 언제나 밀리고 있던 터라 그리 새삼스러운 길이 아님을 알고는 있지만 김포 시내를 지나고 강화대교를 먼발치에 두고 움직이던 버스는 강화도 고려산 축제에 참석하는 많은 상춘객들이 몰고 온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뒤섞여 커다란 주차장을 방불케 하였다.

겨우 한대씩 그것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소독약을 뒤집어쓰면서 통과해야하는 관계로 많은 시간이 소비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강화대교 입구에 설치된 구제역 방제소를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강화대교 바로 앞의 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시간을 재촉하여 목적지로 향했다. 강화시내에도 여러 군데의 구제역방제소가 설치되어있었고 시내를 통과하여 우측으로 들어서 호젓한 저수지를 지나고 산길을 따라 고천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승용차가 빽빽이 주차되어 있다.

배낭을 챙겨 하천을 건너면서 고려산을 바라보니 진달래축제라는 거창한 구호와는 다르게 온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꽃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 덜 피어서 가까이 가면 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앞선 분들을 열심히 따라잡았다.
처음부터 가파른 콘크리트길을 만났다. 위험하므로 승용차이용을 자제해달라는 푯말이 무색하게도 몇 대의 승용차가 가파른 언덕길을 숨차게 오르는 등산객들 입에 시커먼 매연을 선사하며 오른다.

돌을 높게 쌓아 올린 축대 때문인지 적석사라 명명된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한달여 뒤면 부처님오신 날 축제와 작금의 고려산 축제가 무색하게도 대웅전 앞의 넓은 마당에서 부처님오신 날 연등행사를 위한 접수대가 가뜩이나 찌푸린 흐린 날씨와 함께 을씨년스럽다.

화려한 진달래가 만발하여 온산을 붉게 물들여 놓았더라면 그나마 다행일법 한데 연일 기상대의 기록을 경신하는 이상기온은 양지바른 언덕에 몇그루의 진달래꽃이 살랑대는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등산객을 위로하게 만든다.

대웅전 앞에서 자라는 커다란 느티나무에 많은 분들의 시선이 집중되기에 카메라를 들이미니 썩어서 잘라버린 한쪽의 나뭇가지 틈을 콘크리트로 메우고 그 자리에 사람 얼굴크기의 돌을 다듬어 올려놓고 목에는 염주까지 걸어놓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 여성의 가슴처럼 생긴 나무옹이가 봉긋하게 솟아있고 그 아래쪽은 배꼽형상이 돌출되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10여 년 전 천주교로 개종하기 전만해도 평소 사찰에 들러 108배를 올리고 언젠가는 모 사찰에서 삼천배와 천팔십배를 하던 나로서는 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물론 힘겹게 오른 등산객들에게 웃음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까지 인위적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강요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개운치 않은 생각이 들었다.
언덕을 오르느라 땀이 흐른 몸이지만 금방 한기를 느끼게 하는 날씨 탓에 작은 생수 한통을 준비해간 물이 그대로다. 대웅전 우측 옆에서 샘물을 표주박에 떠서 몇모금 마시자 마음이 평온해진다.

좌측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니 낙조대가 보인다. 낙조대 밑의 양지쪽으로 진달래가 곱게 피었다.
낙조대에 올라서니 우리가 올라온 길이 손에 잡힐 듯 닥아 온다. 좌측으로는 호수가 보인다. 좌청룡우백호 풍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딜 가나 모든 사찰은 명당을 차지하고 있다 것을 느끼게 한다. 많은 사람들의 순서를 기다려 포즈를 잡고 기념촬영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산길을 우리끼리만 호젓이 걷고 있는데 진달래꽃 대신 산수유 꽃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것은 산수유가 아니라 생강나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왜 생강나무라 하는지 궁금하여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아보니 하얀색속살이 들어나면서 영락없는 생강향이 묻어난다.

만약 진달래꽃이 피었다면 가장 아름다웠을 진달래능선을 내려다보면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침에 나누어 받은 김밥에 각자 준비해온 음식과 과일을 나누어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양지바른 쪽인데도 땀이 식으니 추위가 느껴져 방한복을 꺼내 입었다.

고려산 정상으로 향하니 진달래 군락지 근처에 많은 분들이 전망대와 나무계단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지만 어디하나 진달래꽃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도 다음 주나 그 이상 되어야 만개할 것 같은 날씨다.

고려산 정상은 이미 초만원이다 대형 식당에 온 것처럼 많은 분들이 자리를 펼치고 족발보쌈에 통닭에 소주와 맥주, 강화도 인삼술 등 푸짐하게 준비한 산해진미를 맛보고 있다.
산에 까지 와서 이렇게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할까, 김밥 한줄과 각자 준비해간 약간의 과일로 요기를 하는 우리 산악회의 정신이 새삼 마음에 들게 하는 광경이다.

군부대의 우측으로 들어섰지만 팬스를 설치하여 빤히 보이는 다음코스를 뒤로하고 좌측으로 새로 뚫린 길을 따라가니 몇몇 분들이 팬스를 넘어서 지나오고 있다.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만 막상 좀 전의 그곳을 보니 구태여 이렇게 반대쪽으로 멀리 빙둘러 새 길을 뚫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상을 벗어나자 더욱 많은 사람들과 가파른 하행길에 초행자들이 뒤섞여 많은 정체현상이다. 이젠 어딜 가나 정체현상이 대세인 모양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니 어느 집안에서 가꾼 묘소인지 양지바른 언덕에 잘 정돈된 묘역이 눈에 들어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한쪽엔 돌아가신 묘소와 다른 한쪽엔 “194X년 生 2 년 卒”이라는 비석을 보아 가묘가 분명하다. 아직 돌아가시지 않은 분의 가묘까지 준비되어있는 것을 보니 자신이 묻힐 가묘를 준비하면 오래 산다는 어릴 적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배고팠던 시절 넉넉지 못한 삶속에서 죽은 사람들 공간도 어려운판에 산 사람을 위한 가묘까지 준비할 정도면 손에 꼽힐 집안이었을 터다.
가묘다 첩이다 갑론을박 논쟁을 뒤로하고 위치로 보나 거리로 보나 많은 등산객들의 휴식처로 조용한 안식은 어려운 터라 여겨진다.

고비고개를 지나니 훌쩍 3시간이 지났다. 혈구산코스는 또다시 2~3시간 코스라 한다. 자신 없는 사람들은 길을 따라 쭉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는 김형재 사장님의 말씀에 순간 간만의 등산으로 시큰거려오는 발목 때문에 망설였지만 천천히 뒤를 따랐다. 다행히 사람들은 고려산을 끝으로 하산길에 올라 혈구산으로 가는 길은 한적했다.

1봉 2봉 3봉을 지나 혈구산에 오르니 앞서가던 분들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올라 우측에서 소리가 나서 보니 앞서가던 김형재 사장님 일행이 다른 쪽에서 올라오신다. 갔던 길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고 원래의 계획했던 산행코스를 고집하며 원칙산행을 고수하시는 김형재 사장님의 의견에 따르면, 능선을 따라 걸어서 정상을 밟은 6명은 완주를 못한 셈이다.

혈구산 푯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남아 있던 오이를 꺼내 나누어 먹으니 한결 배낭이 가볍다. 그래도 덥지 않은 날씨로 작은 생수병엔 물이 반이나 남아 있다.
하행길은 마치 우리가 처음 걷는 길처럼 많은 솔잎과 잣잎이 쌓여 눈속을 헤치며 걷는 기분이다. 한참을 내려가니 양지바른 곳에 마침 진달래가 제법 많이 피여있는곳이 발견되어 오늘의 산행 진달래축제의 메인사진으로 삼기위해 앞서가던 분들을 다시 불러 단체사진을 찍었다.

고려산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많이 피었었다는 암묵의 약속에 김치나 치즈가 필요 없이 입가엔 웃음이 새어나온다.
어느새 가축구제역 영향인지 텅빈 우사를 옆으로 하며 하산하니 반쯤 열린 목장입구엔 관계자외 절대출입금지라는 붉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개인사도로인 것 같다.

유달리 많은 카메라가 보였던 오늘 산행에서 고려산 진달래축제는 즐기지 못했을 지라도 5시간 30분의 간만의 산행에 별탈없는 발목에 감사했다.
버스에 올라 저녁 예약이 되어있는 식당으로 향하여 주도로에 접어들자 차량정체는 아침 상황보다 더 심각했다. 아예 서있는 상황이다.

산 밑에서 막걸리를 마신 술에 약한 박연사장이 속이 좋지 않다고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모습에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 둘 내려서 걷던 우리는 30분 즈음 걸어가자 예약했던 식당이 눈에 보인다. 멀리 차를 모았지만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는 실정이다.

차를 타고 오는 나머지 분들에게도 휴대폰으로 연락하여 걸어오도록 하고 식당에 들어서자 4개의 상에 가지런히 음식이 준비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4명씩 한상을 차지하고 나온 횟감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접시를 비우지 않을 만큼 푸짐하게 나왔다.

출판인산악회 단골인 일심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왔으나 아직도 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만했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가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여 초지대교를 향했다. 다행히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방역작업을 하는 초지대교를 지나자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있었다.

창에서 내려 식당까지 30분 거리를 걸어서 오는 바람에 약 2시간의 시간을 벌게 되었다. 오늘의 산행은 5시간 30분 이었지만 차에서 내려 식당까지 걸어간 30분까지 합하면 6시간 산행을 한셈이다.
산에 오르면서 문득 뒤를 돌아보면 언제 내가 이만한 거리를 걸었나 싶다.

아무런 문명의 혜택이 없던 예나 탈것이 넘쳐나는 지금이나 사람의 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고 대단한지 산행을 할 때마다 문득문득 깨닫게 만든다.
오늘 하는 없이 걸었던 식당까지의 대장정.
분명 자동차는 사람보다 느렸다.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진달래꽃 축제는 즐기지 못했지만 발목부상 후 5개월여 만의 멋진 산행을 무탈하게 함께 하신 14분께 깊은 감사드린다


글: 이석범/ 사진: 김형재

아래 우리들의 발자취 사진 갤러리를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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