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정기토요산행기
[1391회] 도봉산 송추계곡 산행기
1933.01.01 Views 19 황보태수
찜통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린다. 회사에 들렀다가 12시에 사무실을 나섰다. 망원역까지 5분 거리인데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다.
`아, 오늘 땀 좀 빼겠구나.`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잠이 오는 대신 잡사들이 의식 속에서 난무한다. 온갖 잡사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가운데 ‘산에 왜 가니?’라는 기기묘묘한 질문이 의식 속에 똬리를 틀었다.
`아, 잠들기 글렀구나!`
산이 거기 있으니까, 라는 고전적인 답부터 산이 좋아서, 건강을 위해서, 취미생활이니까, 세상살이에 도움이 되려나, 삶이 고단해서, 정상에 올랐을 때의 희열 등등 바른생활 멘트가 줄을 잇는다. 왜 사니? 만큼 난해한 질문에 말려든 꿀꿀한 기분이다.
에라, 모르겠다. 갈 데까지 가보자.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니까.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천장의 광고판이나 두리번거리는 것보다야 백번 낳겠지.
저질체력에다 의지박약이다 보니 산의 오르막은 언제나 두렵다. 산악회에 매인 몸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다.
하나 위안이 있다면 오르막을 오를 때는 세속의 잡념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육신의 고통에 집중하느라 잡사가 비집고 들어올 한 뼘의 틈도 없다. 무념무상이다. 육신의 고통이 정신을 정화한다고나 할까. 산 오르기를 禪 수양하듯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산이 아직은 내게 좀 불편한 상대다. 그래도 약속 없이 불쑥 찾아가도 내치지 않으니까 좋다. 산은 늘 거기 있으니까. 삶의 통증을 느낄 때 작은 위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 물론 오래 묵은 친구로 만드는 것은 순전히 나한테 달렸겠지만.
12시20분경 열차가 도봉산역에 도착했다. 몽롱한 인셉션 상태에서 깨어나 후덥지근한 역사를 빠져나왔다. 작열하는 정오의 햇살에 눈이 아프다. 육교 건너편에서 천 회장님과 오 부회장님께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반갑게 수인사를 나누고 나무 그늘을 찾았다.
천 회장님께서 “오늘 대장이니까 마음대로 하라고!”라며 덥석 완장을 채워주신다. ‘이게 웬 떡! 아이고, 감사합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완장값을 톡톡히 하려고 다짐했다. 완장이란 게 원래 오버의 상징이니까. 오늘은 마음껏 오버하는 날이다.
오랜만의 산행인데다 날씨까지 죽여준다. 그래, 일단 산행 코스를 내 맘대로 마사지하자! 천 회장님과 상의해 도봉산 입구의 지도입간판 앞에서 오르막도 계곡, 내리막도 송추계곡으로 원래 코스를 적당히 마사지해버렸다. 선심성 공약도 남발했다. 오늘은 산행 30분에 휴식 30분! 도봉산이 내 것도 아니고, 오래 있다고 돈도 더 낼 일이 없다. 그리고 도봉산 가져가실 분 마음껏 떼밀고 가세요.
푹푹 찌는 날씨에 천 회장님과 최 명예회장님을 비롯해 모두 10명의 회원이 산행에 참가했다. 더운 날씨만큼이나 회원님들의 산행 열기도 뜨겁다. 날씨가 더울 때는 체온을 입빠이 올려버리는 게 상책이다. 이열치열이다.
그늘진 계곡 길을 따라 걷는데도 땀이 온몸을 적신다. 1차 도봉산 입구에서 쉬고 천축사 오르는 계곡에서 2차 휴식을 가졌다. 회원들이 삼삼오오 흩어져 물을 마시고 간식을 즐기는데 갑자기 천 회장님의 외마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천 회장님께서 꺾어진 나뭇가지에 미간이 찔렸다. 얼굴을 돌리면서 옆의 나뭇가지를 못 보신 것이었다. 처음에는 얼굴에서 피가 많이 흘러 깊이 팬 줄 알았다. 그나마 다행인 게 손톱 길이만큼 긁혔을 뿐 상처가 깊지 않아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땀이 흐르면서 상처가 덧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소금기가 있어서 소독에 도움이 될 거라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렸다.
최 회장님께서 선두에 서서 산행을 이끄는 데 정말 쉴 만한 장소를 기막히게 찾아내신다. 조금 가다 쉬고, 조금 가다 쉬고. 산마다 빼어난 쉼터를 한곳도 놓치지 않는 오랜 산행 경험과 힘든 회원들을 배려하는 마음씀씀이는 정말 산행 리더의 본보기이라 할 만하다.
천축사에서 최 회장님께서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는 사이 또 한 번의 긴 휴식, 그리고 관음암 너머 우이동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조망터에서 또 한 번의 긴 휴식을 가졌다. 멀리 보이는 우이암에서 헬기가 공중에 정지해 구조작업을 하는 듯 했다.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기를 속으로 빌어주었다. 어쨌건 회원들은 잦은 휴식에 기분 만땅이었다. 잦고 긴 휴식은 산에서 오래 머물 수 있기에 산을 정말 사랑하는 산꾼들만이 누릴 수 권리라 해도 무방하리라.
이윽고 도봉 주능선을 넘어 송추계곡에 접어들었다. 무려 3시간 만에 도봉산 능선에 올라섰으니 오늘은 거북이 산행이었다. 계곡 식당가까지 2시간을 예상한 내리막길도 만만디 산행이었다. 하산길 중간에 땀을 씻고, 족탕을 하면서 온몸에 찌든 열기를 어느 정도 식힐 수 있었다. 물론 알탕을 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계곡산행 수준에서 만족해야한 했다.
탐방안내소를 벗어나면서 송추계곡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1차선 차도는 내려가는 차와 올라오는 차들이 뒤엉켜 꼼짝달싹을 못하고 있었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 식당까지 지겨울 수 있는 마무리 하산길 내내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희희낙락이었다.
계곡식당에서 닭도리탕에다 막걸리로 찜통더위 산행의 뒤풀이를 하면서 산행기를 스스로 낙점시키는 만용을 부렸다. 완장을 찬 인간이 부릴 수 있는 단말마적인 허세였다. 물론 완장의 뒤끝에는 고통이 따르기는 하지만 오버와 허세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념이기도 하다. 단맛에 취했다가 나중에 비록 쓴맛을 보기는 할지라도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천 회장님께서 연신내 오뎅집에서 2차로 뒤풀이를 마무리하자고 제안을 하셨다. 마다 할 일이 없잖은가. 차고 넘치는 게 시간뿐이고, 늘 아쉽고 부족한 게 술이라고나 할까..
천 회장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빨리 쾌차하시구요. 회원님들과 함께 한 산행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아, 오늘 땀 좀 빼겠구나.`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잠이 오는 대신 잡사들이 의식 속에서 난무한다. 온갖 잡사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가운데 ‘산에 왜 가니?’라는 기기묘묘한 질문이 의식 속에 똬리를 틀었다.
`아, 잠들기 글렀구나!`
산이 거기 있으니까, 라는 고전적인 답부터 산이 좋아서, 건강을 위해서, 취미생활이니까, 세상살이에 도움이 되려나, 삶이 고단해서, 정상에 올랐을 때의 희열 등등 바른생활 멘트가 줄을 잇는다. 왜 사니? 만큼 난해한 질문에 말려든 꿀꿀한 기분이다.
에라, 모르겠다. 갈 데까지 가보자.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니까.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천장의 광고판이나 두리번거리는 것보다야 백번 낳겠지.
저질체력에다 의지박약이다 보니 산의 오르막은 언제나 두렵다. 산악회에 매인 몸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다.
하나 위안이 있다면 오르막을 오를 때는 세속의 잡념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육신의 고통에 집중하느라 잡사가 비집고 들어올 한 뼘의 틈도 없다. 무념무상이다. 육신의 고통이 정신을 정화한다고나 할까. 산 오르기를 禪 수양하듯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산이 아직은 내게 좀 불편한 상대다. 그래도 약속 없이 불쑥 찾아가도 내치지 않으니까 좋다. 산은 늘 거기 있으니까. 삶의 통증을 느낄 때 작은 위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 물론 오래 묵은 친구로 만드는 것은 순전히 나한테 달렸겠지만.
12시20분경 열차가 도봉산역에 도착했다. 몽롱한 인셉션 상태에서 깨어나 후덥지근한 역사를 빠져나왔다. 작열하는 정오의 햇살에 눈이 아프다. 육교 건너편에서 천 회장님과 오 부회장님께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반갑게 수인사를 나누고 나무 그늘을 찾았다.
천 회장님께서 “오늘 대장이니까 마음대로 하라고!”라며 덥석 완장을 채워주신다. ‘이게 웬 떡! 아이고, 감사합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완장값을 톡톡히 하려고 다짐했다. 완장이란 게 원래 오버의 상징이니까. 오늘은 마음껏 오버하는 날이다.
오랜만의 산행인데다 날씨까지 죽여준다. 그래, 일단 산행 코스를 내 맘대로 마사지하자! 천 회장님과 상의해 도봉산 입구의 지도입간판 앞에서 오르막도 계곡, 내리막도 송추계곡으로 원래 코스를 적당히 마사지해버렸다. 선심성 공약도 남발했다. 오늘은 산행 30분에 휴식 30분! 도봉산이 내 것도 아니고, 오래 있다고 돈도 더 낼 일이 없다. 그리고 도봉산 가져가실 분 마음껏 떼밀고 가세요.
푹푹 찌는 날씨에 천 회장님과 최 명예회장님을 비롯해 모두 10명의 회원이 산행에 참가했다. 더운 날씨만큼이나 회원님들의 산행 열기도 뜨겁다. 날씨가 더울 때는 체온을 입빠이 올려버리는 게 상책이다. 이열치열이다.
그늘진 계곡 길을 따라 걷는데도 땀이 온몸을 적신다. 1차 도봉산 입구에서 쉬고 천축사 오르는 계곡에서 2차 휴식을 가졌다. 회원들이 삼삼오오 흩어져 물을 마시고 간식을 즐기는데 갑자기 천 회장님의 외마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천 회장님께서 꺾어진 나뭇가지에 미간이 찔렸다. 얼굴을 돌리면서 옆의 나뭇가지를 못 보신 것이었다. 처음에는 얼굴에서 피가 많이 흘러 깊이 팬 줄 알았다. 그나마 다행인 게 손톱 길이만큼 긁혔을 뿐 상처가 깊지 않아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땀이 흐르면서 상처가 덧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소금기가 있어서 소독에 도움이 될 거라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렸다.
최 회장님께서 선두에 서서 산행을 이끄는 데 정말 쉴 만한 장소를 기막히게 찾아내신다. 조금 가다 쉬고, 조금 가다 쉬고. 산마다 빼어난 쉼터를 한곳도 놓치지 않는 오랜 산행 경험과 힘든 회원들을 배려하는 마음씀씀이는 정말 산행 리더의 본보기이라 할 만하다.
천축사에서 최 회장님께서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는 사이 또 한 번의 긴 휴식, 그리고 관음암 너머 우이동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조망터에서 또 한 번의 긴 휴식을 가졌다. 멀리 보이는 우이암에서 헬기가 공중에 정지해 구조작업을 하는 듯 했다.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기를 속으로 빌어주었다. 어쨌건 회원들은 잦은 휴식에 기분 만땅이었다. 잦고 긴 휴식은 산에서 오래 머물 수 있기에 산을 정말 사랑하는 산꾼들만이 누릴 수 권리라 해도 무방하리라.
이윽고 도봉 주능선을 넘어 송추계곡에 접어들었다. 무려 3시간 만에 도봉산 능선에 올라섰으니 오늘은 거북이 산행이었다. 계곡 식당가까지 2시간을 예상한 내리막길도 만만디 산행이었다. 하산길 중간에 땀을 씻고, 족탕을 하면서 온몸에 찌든 열기를 어느 정도 식힐 수 있었다. 물론 알탕을 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계곡산행 수준에서 만족해야한 했다.
탐방안내소를 벗어나면서 송추계곡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1차선 차도는 내려가는 차와 올라오는 차들이 뒤엉켜 꼼짝달싹을 못하고 있었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 식당까지 지겨울 수 있는 마무리 하산길 내내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희희낙락이었다.
계곡식당에서 닭도리탕에다 막걸리로 찜통더위 산행의 뒤풀이를 하면서 산행기를 스스로 낙점시키는 만용을 부렸다. 완장을 찬 인간이 부릴 수 있는 단말마적인 허세였다. 물론 완장의 뒤끝에는 고통이 따르기는 하지만 오버와 허세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념이기도 하다. 단맛에 취했다가 나중에 비록 쓴맛을 보기는 할지라도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천 회장님께서 연신내 오뎅집에서 2차로 뒤풀이를 마무리하자고 제안을 하셨다. 마다 할 일이 없잖은가. 차고 넘치는 게 시간뿐이고, 늘 아쉽고 부족한 게 술이라고나 할까..
천 회장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빨리 쾌차하시구요. 회원님들과 함께 한 산행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부상으로 중단된 일부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상처를 입힌 문제의
사진이 있어 올립니다. 신응섭 사장 바로 머리위 뾰죽한 나무임.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 거의 나았으며,
안전사고에 항시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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