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토요산행기

[1392회] 조경동계곡(아침가리골) 트레킹을 다녀와서

2010.07.10 Views 33 이석범

7월 10일1385회 운길산 산행을 다녀 온 후 꼬박 8주 만의 산행이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기획이니 편집이니 잘 돌아가지도 앉는 머리를 쥐어짜며 책상머리에 빌붙어 지내던 지난 20여년을 뒤로하고 나이 들수록 복잡하기 보다는 단순하게 그리고 머리보다는 몸을 사용해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동조해야한다는 거룩한 사명감으로 시작한 출판물류를 시작한 작년 봄, 여기에도 비켜갈 수 없는 머피의 법칙은 나를 괴롭힌다.

미처 더위도 느끼지 못하고 창업시기로 정신없이 지냈던 지난여름에 이어 수확의 계절 가을을 달콤하게 넘기는가 싶더니 100년만의 혹독한 추위로 독감과 비염에 빙판길사고로 발목인대를 심하게 다쳐 출판인산악회 토요산행은 고사하고 몇 달간 정형외과와 한방병원을 들락이며 어서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겨울. 하지만 내게 사랑은 너무 쓰듯 내게 봄은 너무 짧았다.
4월의 폭설과 5월 초까지 늦추위가 이어지고 이젠 좀 지낼 만하다 했더니 몇 백 년만의 폭염이 지구촌을 달군다.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위 속에서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사무실과그리고 승용차 안에서만 지낼 수 없는 업무의 특성상 기록적인 폭염을 고스란히 감내해야했다. 평소 너무 많은 땀을 흘린 효과는 지난 7월 12일 운길산에서 여지없이 나타났다. 어느 정도의 산행에도 끄떡없던 체력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오고 현기증까지 나타나기에 올 여름은 현장에서 흘리는 땀으로 대신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잠시 토요산행을 자제하면서 몰래 산악회 홈피를 클릭하며 다른 분들의 산행사진으로 대리만족 하였다.

그러던 중 박연사장의 몇 주간에 걸친 유혹에 넘어가 몇 년 전에 참석해서 좋은 기억을 간직했던 조경동 계곡트래킹에 참석키로 했다.
전날 퇴근하는 길에 박연사장과 통화를 하면서 준비물을 다시 체크했다. 참석을 망설였던 내게 무조건 참석을 종용했던 박연사장이 고맙기만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그만큼 스릴과 재미를 만끽했던 올여름 마지막 산행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오늘 참석한 36명의 회원들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45인승 버스가 강변북로와 88도로를 거쳐 새로 개통한 춘천고속도로를 통해 목적지로 향했다.
처음오신 분들도 있기에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간단한 통성명을 나누었다.
어느새 버스는 목적지를 한 시간 정도를 남겨둔 거리의 한 휴게소에서 5대째 100년의 전통을 지켜왔다는 간판 앞의 홍보와는 사뭇 다른 솜씨의 청국장과 소머리국밥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다시 1시간여를 달려 차가 갈 수 있는 최종목적지인 방동약수터에 도착하였다.
다시 미리 예약을 해놓은 두 대의 1톤 트럭 화물칸에 나누어 탄 우리는 덜컹이는 도로를 달려가면서 걸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신세가 되었다. 2년여 전에 참석했을 때는 노약자만 한 대의 트럭에 타고 나머지는 1시간 반 정도의 거리를 걸어서 이동했는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모두 트럭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 필리핀 스쿠버다이빙 투어를 갔다가 이와 비슷한 화물차 뒤에 장비와 사람을 태우고 산길을 달리다가 차가 언덕으로 미끄러지면서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사고를 경험한 나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조금 더 일찍 아니면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안전한 산행을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사고는 항상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고는 반드시 생길만한 행위와 장소에서 생기는 인연의 법칙을 어기지 않는다.

좁은 도로를 교차하는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이 이어지고 산을 사랑하며 산을 즐기는 많은 분들에게 먼지와 차량매연을 선사하면서 다음번엔 버스에서 내려 2시간정도 산을 올라 땀을 낸 뒤에 계곡 투어를 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여곡절 끝에 본격적인 계곡트레킹이 시작되는 조경동교 다리위에 도착하여 각조를 편성하여 조별사진과 단체사진을 찍고 천천히 아침가리골이라 불리는 조경동 계곡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지난주에는 물이 적었다는 정보와는 달리 이번 주엔 비가 적당히 내려 많은 수량의 맑은 물이 힘차게 소리 내어 흐르고 있었다.

이쯤에서 아침가리골의 유래를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인터넷을 뒤적이니 많은 글들이 나와 있기에 논문표절로 청문회시비염려가 전혀 없는 나로서는 조금의 미안함도 없이 이곳에 옮겨본다.

<아래 글은 가상공간의 수많은 글들 중에서 임의로 표절한 글임>

“우리나라 대표적인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에, 십승지지(十勝之地)와
연관하여 `삼둔사가리`란 글귀가 나온다.
`둔`이란 둔덕의 준말로 펑퍼짐한 산기슭이란 뜻이다.
방태산 남부 홍천 쪽 내린천 따라 내면의 살둔(생둔), 월둔, 달둔이 그 `3둔`이다.
`가리`란 `갈(耕)이`의 연철(連綴)로 사람이 살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경작지가 있는 곳을 일컫는 말로 인제군 기린면 북쪽 방대천 계곡의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영지거리(결가리) `4가리`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가 가장 유명하다.
옛날 정감록의 풍수지리사상을 신봉하는 함경도와 평안도 사람들이 피난을 와 이곳에 이르러서 화전민으로 20여 가구가 살았다는데 울산의 공비 사건으로 소개(疏開)되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지금은 단 한 가구만 남아 있다.

아침가리마을은 한자로 아침`朝(조)`, 밭갈`耕(경).`朝`耕洞(조경동)이라 쓴다.
이곳은 산과 내와 숲뿐 농사지을 만한 밭뙈기가 너무 좁은데다가 방태산(1,435.6m), 구덕룡봉(1,388.4m), 응봉산(1,155.6m), 가칠봉(1,240.4m) 같은 1천m 이상의 산으로 둘려 싸인 너무 깊은 오지 산골이라서 아침에만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세 져버리는 첩첩산중이었다 해서 생긴 말이다.”

이상의 소개 글에서 보듯 조경동계곡은 깍아 지른 듯한 양쪽의 높은 산을 배경으로 눈이 시리도록 맑고 파란물이 험한 물줄기로 합하여 때로는 격하게 바위에 부딪치고 다투며 무섭게 소용들이 치는 폭포수를 만들기도 한다.




산을 보면 오르고 싶고, 물을 보면 뛰어들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하지만 자연은 잠시 뒤에서 눈으로만 즐겨야함도 가르쳐준다.
이번 계곡트레킹엔 수년 전의 단출했던 트레킹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전날 한반도에 태풍이 지난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계곡을 가득 메우고 내려가는가 하면 올라오는 분들도 만난다. 그러다보니 용기와 만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나타나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든다.

어떤 분은 계곡물이 폭포처럼 떨어지면서 소용돌이쳐 깊이를 알 수 없는 웅덩이에 뛰어들어 헤어나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바닥을 치고 올라와 간신히 목숨을 구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순간은 목격하지 못했지만 방금 전 탈출하여 넋이 나간 상태로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그분의 얼굴과 머리 여기저기에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바위에 부딪치면서 생긴 상처가 얼룩져 있었다.

또 다른 분은 우리와는 반대로 계곡을 올라오다가 넘어지면서 이마를 심하게 다쳐 우리 일행인 허영심 회원이 상비하고 있는 약품으로 응급조치를 해드리는 사고도 목격되었다.

30여 년 전 인천월미도 앞의 작약도라는 작은 섬에서 연안부두를 밤새도록 오가며 IBS(고무보트) 페달링훈련(노젖기)을 하면서 강한 조류로 요원6명씩 한조가 되어 아무리 저어도 그 자리를 맴돌다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와 싸우면서 배운 것이 있다.
물은 싸우려고 하지 말고 순응해야 한다고, 아무리 강한 사람도 거센 조류에는 추풍낙엽일 뿐이다. 다이빙장비를 메고 서해바다로 들어가면 어느 지점엔 몸이 그냥 붕 날아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엄청난 조류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 거기에 대항하려다간 저승사자를 만나기 십상이다.
그날도 목적지인 진동리를 얼마 놔두고 깊은 계곡물을 만났다. 그곳을 건너지 않고는 목적지로 갈 수 없는 막다른 길목, 오던 길로100 여 미터 위로 올라가면 조금 더 안전한 곳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그냥 그곳으로 건너가고 있었다. 지형을 살펴보니 남자어른들은 그럭저럭 건널 수 있는 수심과 물살이다. 하지만 여성분들과 노약자는 힘든 상황이다.
굵은 비는 아니지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수심도 깊어지면서 물살까지도 빨라진다. 내가 건널 때만 해도 아랫배에 머물던 수심이 점점 깊어져 어느새 가슴높이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젊고 경험 많은 남자들이 먼저건너가면서 건너편에 줄을 서서 줄줄이 손을 잡고
건너오게 했다. 하지만 일부 용기백배 하신 분들은 폭포 같은 계곡 끝의 종아리정도로 보이는 돌부리를 밟고 건너오려고 시도한다. 반들거리는 돌부리를 제대로 밟기도 어렵거니와 빠른 물살로 발의 중심을 잡기 힘든 상황을 알기에 고함을 쳐서 말리기는 했지만 그 분은 그 정도면 충분히 건널 것 같은데 공연히 말린다는 아쉬움으로 중얼거리면서 다른 사람 틈에 끼어 건너왔다.

조금 뒤에서나 위에서 보면 정말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우매한지 모두가 한눈에 보인다.
마치 여름 장마철에 개미떼가 새까맣게 무리를 지어 냇물을 건너려고 기웃거리는 모습이다. 짓궂은 아이가 검정고무신에 하나 가득 물을 담아 저들의 머리위로 쏟아버릴 태세로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지만 그들은 한사코 빠른 지름길을 가고자 물가를 기웃거리다 개미 역사상 최악의 쓰나미를 만난다.


어느새 마지막 일행이 모두 건너오고 우린 최종목적지인 진동1리 마을회관 앞의 주차장에 안착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은 이번 조경동(아침가리골)계곡트레킹에서 온몸을 흠뻑 적시면서 동행한 우리 일행에는 다행히 한건의 안전사고도 없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여자 남자 교대로 좁은 버스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나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젖은 등산화도 벗어버리고 준비해간 발가락 샌들을 신으니 더더욱 가벼운 마음이다.
서울로 향하다가 들어간 숯불구이 삼겹살집은 중국산이 아닌 강원도산 참나무로 만든 참숯으로 구워진 삼겹살 안주이기에 연거푸 마신 3잔의 폭탄주에도 아쉬운 마음을 들게 만든다.

"왜 한국 사람들은 관광버스만 타면 노래하고 춤을 추는 걸까?"
세계10대불가사의 중에 하나에 속하는 우리의 관광버스노래방은 서울로 달리는 버스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였다. 때론 격한 열창으로 버스 속을 뜨겁게 달구는가 하면 때론 맑고 고운 아름다운 음색으로 마음까지도 차분하게 해주었던 달리는 노래방을 통해서 이번 산행의 멋진 마무리가 다음산행을 기다리게 만든다.
혹시 처음 참석한 분들은 한국출판인 산악회에서는 늘 관광버스 속에서 춤과 노래판을 벌리는 것으로 오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로 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3년 전 나의 쓸데없는 용기가 얼마나 덧없는 만용이었나를 마음속에 짐스럽게 지니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정말 그때 처음이었을까? 요즘 들어 살짝 의심이 간다.

폭염에 지친 올여름, 어름처럼 맑고 차가운 아침가리골계곡물에서 여름의 끝자락을 부여잡을 수 있도록 오래전부터 준비에 고생하신 홍사용사장님과 박연 사장님께 감사드리고 함께 동행하면서 산과 계곡을 만끽한 모든 회원분들께도 늘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하면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갑자기 떠민 산행기에 대신한다.


참석회원: 김호중, 박연, 박찬익, 오상환, 이석범, 이정일, 임순재, 장정화, 정민영, 정봉선, 진학범, 채호기, 천승배, 허영심, 홍사룡, 황보태수, 노현경, 고미옥, 한영문화가족들, 박연회원지인들, 진학범회원지인들(3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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