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호남정맥

제 목 호남정맥 마지막 제32~33구간 (한재~토끼재~망덕포구)완주 <첫째 날> 한재에서 토끼재까지 ...............언 제 ; 2013년 5월 17일 (24~

2013.07.02 Views 77 피아트

제 목   호남정맥 마지막 제32~33구간 (한재~토끼재~망덕포구)완주

<첫째 날> 한재에서 토끼재까지

...............언 제 ; 2013년 5월 17일 (24~25도 ,약간 흐림)
...............누구와 : 김유영,박찬익,부길만,이정일,전형기,조은상,주성필,허영심,홍사룡 (9명)
...............산행시간 ; 7시간 55분
...............휴식, 식사 ; 58분

<06;30> 합정역
<06;50> 남부터미널
<08;30~09;00> 동탄~오산 국도
<10;20>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정체되어 진입하지 못하고 직진
<10;35~10;48> 옥산휴게소에서 휴식
<13;40~13;55> 오수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차했다가 너무 복잡하여 다시 승차
<15;05~15;35> 유정식육식당(옥룡면사무소 앞, 옥룡면 운평리 271-3. 061-763-6077 번)/한우육회 비빔밥

16;05 한재 출발
16;33 헬기장
16;54 전망 바위
17;00~17;10 신선대 조망
17;30~17;40 백운산(1222.2m)
17;42 매봉, 억불봉 갈림길/좌(매봉쪽)
17;57 폐 헬기장
18;23 폐 헬기장
19;00~19;23 매봉(865.3m)/저녁 식사 겸 간식
19;25 일몰 감상/야간 등산/랜턴 준비
19;49 쫓비산 남은 거리 7.7km 지점 통과
20;20 512.3봉/우
20;55 외회재/움푹 파인 안부
21;00~21;05 게밭골/간식
21;30 갈미봉(530m)/급하게 우측으로
22;45~22;55 쫓비산(536.3m)/어둠에 휴식/랜턴불만 반짝반짝
23;18 청매실농원 2.8km, 토끼재 2.3km 표지목이 있는데, 토끼재 방향을 막고 훼방/우
24;00 토끼재 도착/땅주인이 이곳 통행을 못하도록 훼방/2차선 아스팔트

<00;30~02;00> 식당에서 간식을 하고 양주, 맥주
<02;30> 취침

<산행기>

사월 초파일 새벽이다. 주섬주섬 6시 30에 맞춰놓은 떡을 찾아 남부터미널 근처 김밥집에 도착하는데 전화벨이 요란하다. 길이 너무 막혀 7시쯤은 되어야 도착될 것 같다는 허공주의 전화이다. 6시 50분에 출발 할 예정이었으나 그럭저럭 7시 10분을 넘기면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는데 정체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기흥, 동탄 IC에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전형기 님,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30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도 죽을 지경일게다.

기왕에 고속도로를 벗어나 기흥, 동탄 IC를 빠져 나왔으니 이번엔 국도를 달려보자고 하여 국도에 진입하였는데 지체는 더욱 심하다. 다시 오산 IC를 통하여 고속도로로 진입, 답답한 흐름은 계속된다.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도 너무 정차되어 곧 바로 직진, 옛 호남고속도로 진입하는데 갈수록 태산이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정오를 보내고, 오후 1시 40분이 넘어 순천간 고속도로인 ‘오수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려 하차한다. 그러나 이 또한 인산인해이다. 할 수 없이 다시 승차하여 광양시내로 들어가니 오후 3시가 넘었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늦은 점심을 옥룡면사무소앞 ‘유정식육식당’에서 모처럼만에 한우 육회비빕밥으로 식사를 끝낸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편도 승합차로 서울에서 4시간 30분정도 예상했던 시간이 9시간 30분이 걸렸으니 2배가 걸린 셈이다.
오전 11시 전후로 산행 출발을 예상하였는데 이는 완전 빗나갔다. 오후 4시가 넘어 겨우 한재에 도착, 오늘은 야간산행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호남정맥에서 제일 높은 백운산을 향해 가는 동안, 전망바위를 지나고 신선대에 오르니 늦은 오후 5시가 넘었다. 그러나 천하가 한 눈에 조망된다. 계절의 여왕 5월의 신록이 한창이고 날씨마저 상쾌, 햇볕 또한 싱그럽다. 이왕 늦게 출발한 산행, 자연을 만끽하며 즐기기로 했다.

오늘따라 뾰족하게 올려다보는 주봉 암능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조개구름이 마냥 촘촘하다. 언제나 흰 구름이 머물러 있는 곳, 가히 1222.2m의 백운산(白雲山)이란 이름에 걸맞은 정상 표지석이다. 오후 5시 30분, 여기서 서부장은 하산을 서두르고 우리는 백운산의 절경을 마냥 만끽한다.

우리나라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중의 하나요, 호남지방에서 지리산, 덕유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또한 백운산은 원래 흰 닭이 벼슬을 세운 채 두 발을 딛고, 날개를 펴서 북쪽을 향해 포효하는 형국이라 하여 백계산(白鷄山)으로도 불렀다고 한다.

또한 식생이 다양하여 자연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희귀식물 900여 종의 식생하며 특히 옥룡면 동동마을의 고로쇠수액은 약수로서도 유명하여 ‘약수제’까지 올리고 있단다. 남쪽 산기슭에는 고려 초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옥룡사는 설법 장소가 협소하다 하여 다시 백운사(白雲寺)를 창건하였고, 근래에는 백운산 자연휴양림이 유명하다. 울창한 원시림을 끼고 4대 계곡인 성불계곡, 동곡계곡, 어치계곡, 금천계곡엔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넘치는 곳이다.

그러나 백운산은 6.25전쟁 때에는 빨치산 활동의 무대였던 어두운 역사도 지니고 있다. 마냥 머무를 수만은 없는 아쉬움을 남기고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정맥 코스는 매봉쪽을 향해 좌로 튼다.

오후 7시가 넘어 매봉에 올라선다. 속세라면 저녁이라도 먹어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간식만 취하고 밤 자정시간까지 걸을 각오로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우측으로 트는 순간 좌측 산봉우리부터 일몰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저 해가 산속으로 숨어 버리면 금방 어두워지리라’ 야간 산행에 대비하여 준비해온 랜턴을 꺼내고, 어둠속 선그라스는 배낭 속으로 집어넣는다.

어둠과 낯선 코스, 해가 떨어지니까 기온도 함께 떨어진다. 알바를 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서로가 가급적 멀리 흩어지지 않고 팀웍을 이룬다. 그리고 얼마를 갔을까 어둠속에서도 움푹 파인 고개를 보니 ‘외회재’임을 짐작한다. 이어서 게밭골 표지목 앞에 도착, 잠시 목을 축이고 나니 밤 9시가 넘는다.

한 밤 중에 이렇게 온갖 고행을 하며 걸어서 무엇을 얻겠다는 걸까. 돈 주고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경비를 써가며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누구를 원망할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내 자신을 성취해 가는 것이다. 등산은 아무래도 내 자신을 담금질하여 성취해 나가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다시 일어선다.

오르고 또 오른다. 고개를 넘고 다시 오른다. 표지목이 앞을 가로 가리기에 랜턴을 비쳐보니 530m의 갈미봉이다. 다시 급하게 우측으로 내려선다. 어둠속에서도 암능구간이다. 길이 더욱 험하다. 그리고 얼마를 더 간다. 밤 10시를 넘기고 보니 이젠 졸리기도 한다. 서부장에게서 전화가 온다. 토끼재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무섭기까지 하단다.

밤 11시가 가까워 올쯤에야 536.3m의 쫓비산에 이른다. 어둠 속에서도 수많은 선행자들이 이곳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리도 이곳에서 배낭에 든 간식을 털어 먹는다. 사방은 더욱 적적하고, 우리들 스스로가 비친 랜턴 불빛이 마치 유령처럼 떠다닌다.

그른데 산 이름이 참 흥미롭다. 한자로 쓸 수 없는 순수 우리말이기 때문이다. 산이 쫓빗(뾰족)하다고 해서 쫓비산이라고 했다는데 어두워서 정말 뾰족(쫓비)한지는 견주어 볼만한 곳이 없다. 한편으론 정상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물결이 쪽빛이어서 그렇다는 해석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산 이름 하나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호남정맥의 마지막 코스 길이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20분쯤 지났을까. 우측으로 토끼재 2.3km, 직진하면 청매실 농원 2.8km 표지목을 만난다. 광양의 ‘청매실’이라면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홍쌍리의 매실 농원이 아닌가.

매실의 원산지가 중국이라고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이미 약 1500년 전에 들여와 수백 년 전부터 이 열매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사용하여 왔다.

광양 매실이라고 하면 김오천 선생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김오천 선생은 1902년생으로 광양시 다답면 도사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1931년 일본에서 밤나무 묘목과 함께 5,000주의 매화나무 묘목을 들여오고 부터 광양의 매실의 역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1952년부터 매실을 상품화하는데도 앞장섰다고 한다. 그래서 광양에 오면 인물자랑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그가 광양의 ‘청매실’ 농원을 처음으로 상품화한 것도 1994년이란다.
섬진강과 광양만이 만나 쪽빛 물결을 이루는 모습도 바로 눈 옆에 다가온 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가야할 길은 토끼재쪽 인데, 막대기로 가로 막아 놓았다. 길도 더욱 험하다. 긴가민가하여 잠시 머뭇거리다가 40분 정도 내려가니 밤 12시, 드디어 토끼재에 도착한다. 아마 이곳은 사유지 땅으로서 주인이 일부러 길을 막아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은 것으로 생각된다.

깊은 밤 12시, 무슨 대단한 일이나 해 낸 것처럼 의기양양하여 눈앞에 뵈이는 것이 없다. 그것도 남들이 하산할 시간에 출발하여 8시간의 야간 산행을 무사 마쳤으니 대견하고 당당하다. 이 여세를 몰아 광양 진상면 조그마한 시장바닥의 어느 식당을 찾아 여장을 푼 다음, 부교수께서 가져온 양주 한 병에 맥주를 추가한다. 모텔이 없어서 갈 곳도 잘 곳도 없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면서, 새벽 2시를 넘기고서야 이 식당 싸늘한 2층 방에서 칼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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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토끼재에서 망덕산까지

...............언 제 ; 2013년 5월 17일 (24~25도, 약간 흐림)
...............누구와 :김유영,박찬익,부길만,이정일,전형기,조은상,주성필,허영심,홍사룡 (9명)+우정산행;
이병덕.허진,정민영,채호기,김호중,김경미,박종관,강주연,황보태수,신응섭 (10명)=19명
...............산행시간 ; 9시간 20분
...............휴식, 식사 ; 3시간 45분

<05;00~07;00:> 기상. 식사, 토끼재 도착~토끼재 출발

07;05 토끼재 출발/사유지로서 통과 불가하여 좌측 길 따라 300m쯤 가면 산행 진입로/우
07;46~08;05 불암산(431.3m)/산불 감시초소
08;32~08;48 탄치재/표지석/2차선 아스팔트/진입로 입구 캡스 비상 벨/김유영 하산
09;14~09;17 안부 사거리/국사봉 2.8km지점
09;18 송전탑 No.45
09;38~09;48 너럭바위에서 휴식
10;00~10;20 국사봉(445.2m)산불 감시초소
10;56 송전탑 No.37
11;03 송전탑 No.38
11;04 상도재/시멘트 임도/매실 농장
11;09~11;16 후미 기다림
11;27 정박산(167.2m)/삼각점
11;40~12;17~13;10 배암재~후미도착/우정 산행팀과 함께 점심~배암재 출발/김유영, 허 영심, 홍사룡
님은 망덕산으로 단축 산행을 위해 하산
13;23 잼비산(117m)
13;35~13;45 삼정치 삼거리/사유지 밭, 길 막아 놓음/독립가옥을 보고 우측
13;55 밭에 곰인형
14;04 중산마을/우측으로 300m쯤 가다가
14;14 남해고속도로 굴다리 통과 후 언덕으로 직진
14;40~14;55 천왕산(228m)/암봉/전망 좋음
15;40 4차선 도로/좌측으로 5분 후 지하도 횡단
15;53 지하차도로 횡단
16;00~16;08 정맥길 복귀 후 휴
16;25~16;50 망덕산(197.2m)도착/호남정맥 종료(9정맥 중 7정맥 종료)

<14;55~17;10> 전망바위(浮石亭)
<17;30~17;45> 보해슈퍼/막걸리/샤워
<17;50~20;00> 망덕횟집(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23-3. 061-772-0625) 만찬
<20;10>~<01;30> 망덕포구 출발~서울 양재역 도착

<산행기>

새벽 5시, 알람시계가 여지없이 울린다. 부스스 잠을 깨니 3시간 남 짓 잔 듯 만듯하다. 수도꼭지도 고장이 나 원활하지 않고, 식당 주인할머니도 건강이 썩 좋지 않은 듯 한데, 청결상태도 맘에 들지 않는다. 겨우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식당을 빠져 나오니, 그래도 싱그러운 대자연만이 향기를 뿜어내며 우리를 맞는다. 오늘이 호남정맥 완주의 끝봉우리에 서는 날이다. 라고 생각하니 신록은 더욱 새롭고 풍요롭다.

밝은 아침에 보는 토끼재는 온통 사유지로서 정맥 정상코스까지 통제하였다. 할 수 없이 좌측 도로를 따라 200~300m를 내려가니 우측으로 산행 진입로 발견, 사진 촬영을 끝내고 7시 5분에 본격 산행에 든다. 오늘은 500m를 넘는 산은 그리 없으나 거리는 만만찮다.

출발 40분 만에 불암산을 넘고 또 30분 후에 탄치재에 내려선다. 탄치재 표지석과 함께 어느 농원 진입로에 들어서는데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요즘 농촌에도 경비 비상벨을 설치하여 출입을 감시한다.
여기서 김유영 님은 이틀째 연이은 등산으로 관절에 무리가 왔다기에 승합차를 호출하여 하산시키고, 허공주도 절뚝거리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허공주는 가는데 까지 가보겠다며 일행을 따라 나선다.

이제 부턴 자신과의 싸움과 고통을 스스로 감내해야만 한다. 호남정맥 완주의 성취는 남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이루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445.2m의 국사봉을 넘고 송전탑 서너 개를 지나니 시멘트 임도가 나타난다. ‘상도재’이다. 매실 농원을 가로 지른 후 후미 팀을 기다리다가 주렁주렁 매달린 매실을 따서 이빨로 물어뜯는다. 아직은 시고 풋풋하다. 허공주는 여기에서도 하산을 하려다 말고 망설이더니 다시 일행과 함께하겠단다. 독하게 마음을 먹었나보다. 하고 배암(뱀)재를 향한다.

167.2m의 정박산을 지나 배암재에 내려섰는데, 30분 가까이 기다려도 허공주 일행이 도착을 않는다. 상도재에서 이곳까지는 30~40분 거리인데, 갈 길은 만만찮고 시간은 자꾸 흐른다. 혹시 허공주에게 탈이 생긴 걸까. 그러나 후미는 든든한 홍사룡 원로가 맡고 계시니까 큰 걱정은 안 되지만 신경은 쓰인다.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한 서부장도 보이지 않는다.

급히 전화로 서부장 위치를 확인하니 광양 진월중학교에서 서울의 우정산행팀과 함께 있단다. 서부장을 다시 이곳으로 호출하고, 이래저래 12시 20분을 넘기면서 후미까지 도착, 모두가 승합차에 오른다. 그리고 10여분 후 진월중학교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정산행팀과 ‘재첩 백반’으로 점심 식사를 함께한다.

오후 1시 10분, 배암재 출발지, 뱀(배암)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일까. 우정산행팀과 함께 19명이 단체 사진을 찍을 때는 도로까지 가득 메운다. 여기에서 김유영, 허영심님은 무릅 관절 통증으로 홍사룡 님의 안내를 받아 차량에 올라 종착지인 망덕산으로 바로 가고, 나머지 17명이 오후 정맥산행에 본격 들어간다.

잼비산을 지나 삼정치를 넘는 코스엔 매실농원이 많다. 설익었지만 따가운 햇살에 매실이 주렁주렁, 그 중 어떤 놈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과연 매실의 고장임을 실감한다. 괜찮은 한 개를 따서 한 입 물어뜯으니 시큰 달콤하다. 이때 이 프로 왈 ‘농약을 많이 쳐서 매실을 먹으면 안 된단다’ 고 한다.

중산 마을에 내려와서 우측 300m쯤, 남해고속도로의 지하를 통과한 후 228m의 가파른 천왕산 암봉을 치고 오르니, 광양만 일대의 전경과 섬진강의 푸른 물이 한 눈 아래 들어온다. 어떻게 우리나라 남쪽 반도에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놓았을까. 가쁜 숨을 고르며 흩어진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좌측으로는 호남정맥의 최종 목적지인 망덕산이 손에 잡힐 듯 와 닿는다.

망덕산까지의 거리를 직선으로 친다면 1km정도도 채 되지 않을 듯 한데 앞 능성을 따라 빙 돌아가게 되어 있다. 천왕봉을 출발하여 40여분을 지나 4차선 도로에 내려서니 중앙 분리대가 버티고 있어 무단 횡단하기도 위험하다. 할 수 없이 왼쪽 노견을 따라 6분쯤 진행하다가 지하 차도를 횡단하여 정맥길에 복귀하니 오후 4시이다. 이제 마지막 망덕산을 치고 오를 준비를 하며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갈증을 푼다.

오후 4시 25분, 대망의 망덕산(望德山;197.2m)정상이다. 2011년 4월 16일에 금남호남정맥을 출발하여 그 해 9월 17일에 완주를 하고, 연이어 호남정맥 첫 코스인 주화산을 출발, 이제 그 끝자락에 섰다. 망덕산! 최종 목적지이다. 이곳에 서기 위해 백두대간 다음으로 긴 호남정맥을 이제 완주하였다. 주화산에서 이곳까지 도상거리 431km를 소33구간으로 나누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천후 걷고 걷지 않았던가.

만덕산, 추월산, 강천산, 무등산, 제암산, 일림산, 조계산, 백운산 등 70여 봉의 수많은 명산을 찍고, 애환과 전설이 서린 고개를 넘고 넘었다. 때론 선조들의 삶의 현장을 탐색하고, 여느 때는 훼손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찾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현지의 인심에 동화되어 함께 웃고, 먹거리 문화에 매료되어 비틀거리기도 하였다. 선조들이 걷던 길을 흉내 내어 보기도 하고, 풍각쟁이의 삶을 부러워도 했다. 오늘 이렇게 성취했다는 만족감에 지나온 만상이 스쳐진다.

박찬익 본회 총무께서 이곳까지 준비해 온 현수막을 내 걸고 단체 인증샷을 누른다. 배암재에서 곧바로 온 허공주, 김유영 님도 망덕산 표지석을 배경으로 완주의 보람을 함께한다.

망덕산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상제봉조형(上帝奉朝形)의 군왕지지(群王之地)가 있어 국내 10대 혈을 간직한 명당이라니 이것은 언젠가 제왕이 탄생할 길지의 의미란다. 망덕산의 본래 이름도 성덕산(聖德山)이었던 것을 보면 풍수학적으로는 역시 제왕의 지지를 암시한 것은 아닐까.

부석정(浮石亭)위 전망바위에 앉아서 광양일대의 사방을 조망하는데 갑자기 광양, 망덕, 백운 등 선인들의 예언성 지명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른편으로 바라보이는 ‘광양제철소’ 일대가 원래는 금섬, 즉 ‘쇠섬’이라고 불렀던 것을 보면, 이는 화기(火氣)가 솟아오를 예측이나 하였는지, 제철소의 용광로를 염두에 둔 지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백운산도 그 흔하디흔한 흰 구름만 마냥 머물다 가는 ‘흰구름뫼’로 볼 것이 아니라, 통일 신라 말에 뛰어난 고승이자 한국 풍수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도선국사가 백운산 옥룡사에서 35년간이나 수도하면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고 입적한 곳이기에 한 번 더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대목이기에 더욱 그렇다.

오후 5시가 넘는 전망 바위, 광양만 물결위에 햇살이 반사되어 수없이 스러진다. 광양제철소의 연무는 쉼 없이 뿜어내고, 섬진강을 사이에 둔 화개장터도 저만치에서 손짓한다.

망덕산을 내려서는 발걸음은 어느새 저녁노을 드리우는 외망포구에 닿는다. 인심 좋은 ‘보해슈퍼’ 아줌마는 땀에 젖어 곤죽이 된 우리들이 안스러워 보였던지 수도 호스를 내어주며 등목까지 허락한다. 그리고는 우린 급한 대로 이곳에서 막걸리 축배의 잔을 부디 친다.

저녁 6시가 가까워오는 ‘망덕횟집’, 호남정맥 완주의 보람과 성취감으로 들어선 회식 장소엔 각종 자연산 회거리에 소, 맥, 막을 쉼 없이 주문한다. 진수성찬, 이러다간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다. 이 식당 주인도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일게다. 1대간 7정맥을 완주한 박 총무 님은 작심이나 한 듯 신입 회원들에게 연신 폭탄주를 따른다. 전형기 님, 강주연 님은 주는 대로 완샷 분위기를 돋운다. 모두들 흥이 났다. 노래도 부른다. 이렇게 저녁 8시를 넘기고서야 상경을 서두르는데 아니나 다를까. 신입 회원들이 그만 분위기에 휘말려 과음을 하신다.

여기서, 채호기 내외, 허진 내외, 정민영 님은 오늘 광양만의 절경과 모처럼만의 여유를 더 즐기기 위해 하루 더 1박하기로 하고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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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동거동락 함께하신 대원들에게 감사드리고, 오늘 우정 산행을 함께 해주신 본회 우리 회원님 들, 그리고 그 동안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께 호남정맥 완주의 보람을 함께 하고자 한다. 1대간 9정맥 중에서 이제 낙남정맥, 낙동정맥 등 2정맥이 남아 있다. 앞으로도 많은 동참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김유영기나긴 호남정맥도 마무리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2013-07-31 오전 10:38:00) 
허영심

정맥에 또 한획을 그었습니다. 2005년 5월에 백두대간을 밟아 만 8년의 시간을 함께한 대장님과 대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3-07-22 오후 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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