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한남금북정맥
남녘 봄을 마중나간 한남금북정맥 3구간(바리가든 ~ 돌고개)
2009.03.25 Views 70 박찬익
3월 21일 아침 7시 합정역에 도착했다. 어느새 해가 길어져 합정역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임순재 총무는 점심 준비를 위해 넉넉하게 김밥을 구입하여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오늘 참석자는 천승배, 김현호, 허영심, 홍사룡, 장정화, 박연, 임승규, 김유영, 임순재, 박찬익 10명의 회원이 합정역에서 출발했고, 남부터미널에서 이정일, 조은상회장이 합류하여 12명이다.
한강 옆에는 겨우내 잠들었던 개나리와 수양버들이 봄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오늘 코스는 충청도 음성군 부근이니 남쪽에서 올라오는 봄을 마중 나가는 설레임을 갖게 했다. 날씨도 좋고 교통도 원활하여 8시 20분쯤 음성입구 청진동 해장국집에서 아침식사를 든든히 했다. 오늘 산행시간은 열 시간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발점에 내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곧장 출발했다.(9시 30분)
아! 그런데 이것이 웬 일인가? 음성과 대소 사이에는 공장지대가 조성되고 있어 리본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건설현장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이 길 찾기가 막막했다. 우리는 준비한 지도를 더듬이 삼아 사방을 탐색하다가 공동묘지를 조성하는 주차장에서 산등성을 향해 산행했다.
등산로는 없었고 간벌한 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다. 간간이 가시 덩굴이 자신을 공격할까봐 방어하는 일침을 가했다.
산등성에 오르자 소속리산으로 향하는 길이 나왔고 소나무 사이로 간간이 핀 진달래와 생강나무의 꽃내음이 봄 등산의 맛을 돋웠다.
소속리산 가는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한쪽은 공장지대 건설을 위해 뚱땅 뚱땅 기계소리와 굴삭기 소리가 들렸다. 다른 한쪽은 봄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밭갈이 모습이 보여 대조적이었으나 이미 산과 동화된 마음으로 보니 둘 다 정겹게 느껴졌다.
저 아래 백야저수지에서도 봄을 준비하는 수초와 물벌레들이 분주하게 하루를 맞고 있으리라.
‘소속리산 정상 431.6미터’라는 리본이 펄럭일 뿐 주위의 그만그만한 산봉우리 때문에 정상은 확연히 구별되지 않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한 일행이 모두 정상에서 합류하여 간식을 먹으며 봄을 이야기했다.
다음 목표지인 보현산을 향해 또 걸음을 옮겼다. 보현산 가는 길은 완만한 산등성이 이어졌으며 S자형의 길이라 금방 지나온 길을 다시 가는 듯 낯익은 길이었다.
산행은 계속되고 회원들은 겨우내 등산을 덜 해서 조금은 지친 기색이었다. 오후나 저녁에 비가 올 것으로 예보 했으므로 충분한 옷은 준비 했으나 물을 많이 가져오지 않아 갈증과 함께 물 걱정이 시작됐다.
승주고개에서 황기사에게 연락하여 물 공급을 받으려고 했으나 산 속의 길을 정확하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 그대로 전진하기로 했다.
다행히 산등성을 오르자 산불감시초소의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물을 내주어 목을 축일 수 있었다.
물은 어디서나 동식물의 생명의 근원이며 위대한 원천임을 다시금 느꼈다.
“산에는 가끔 약수터가 있지만 믿어서는 안 된다”라는 등산 가이드북의 내용이 새삼 생각났다.
다음 목적지는 돌고개다.
몸은 지쳤으나 목적지가 가까워졌음을 인식한 우리는 4대사찰과 주지스님을 공부하면서 더욱 여유롭게 걸었다.
혼외정사에는 불륜대사가 살고 있다고 했던가....
돌고개에 도착했으나 돌은 보이지 않았고 음성에서 감곡을 잇는 새로운 길이 보였다. 오후 5시 40분경에 하산하였으니 오늘 산행은 8시간쯤 한 것 같다.
음성 농어민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한우 축산마을에서 맛난 고기와 반주를 곁들이며 등산의 피로를 잊었으며 조회장님의 정성어린 고기선물과 더불어 서울로 오는 고속도로에 감성적인 유행가를 수놓으며 모두 흥에 취했다.
며칠 후 천부회장님이 나와 신발이 바뀌었다고 연락이 왔으니 그날 누군가는 술의 효과를 단단히 본 것 같다.
(박찬익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