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6회] 낙남정맥 : 걷다 보면 언젠간 끝이 보이더라

2014.02.22 Views 23 황성자

등록날짜   2014-03-07 오후 3:34:37
제 목   [6회] 낙남정맥 : 걷다 보면 언젠간 끝이 보이더라

[6낙남정맥 걷다 보면 언젠간 끝이 보이더라

 

 

일 시 : 1일차-2014. 2. 22(토요일)

참석인원 이정일부길만박종관박찬익구본영황성자

산 행 길 오곡재-여항산-한치재-무학산-마재고개

날 씨 맑은 햇살과 미세먼지







산행한지 열흘 정도 지나고 보니 도통 어딜 다녀왔는지 기억의 절반은 지워진 듯 하다사진과 회장님 산행기를 참고로 써보기로 한다아침식사 점심식사 모두 준비해 오겠다는 구미호 언니의 전화에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 길에 나선다강남 역에서 창원 행 버스를 탄다.

  

새벽임에도 미세먼지가 운무처럼 뒤덮여 시야가 흐릿하다선산 휴게소에 들러 구미호 언니가 준비해온 바나나 샌드위치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단잠에 취해 달리다 보니 창원역이다장기사님 만나 지난번 하산지점인 오곡재를 향해 달린다.

   

구비구비 돌고 돌아 오르는 길정신이 잠시 흩어지면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 같은 아찔함과 마치 수묵화를 펼쳐 놓은듯한 비경에 비명 같은 탄성이 쏟아진다지난번 눈길에 진퇴양난 눈물이 났었다는 장기사님 말 완전 실감난다.

   

 

 

오곡재에 이르니 햇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족발에 소주한잔 걸치며 세월 가는 줄 모르는 나그네들이 여유롭다차 안에서는 봄인 듯 내리쬐는 햇살에 눈이 부시더니 옷깃을 여밀 정도로 바람이 차다여항산이란 이정표를 따라 오른다허리가 아파 치료 중이라는 박총무님과 구미호 언니가 염려스럽다.

 

  

 

작은 체구에 바리바리 짊어진 배낭이 걱정스러워 짐 좀 덜어드리려 해도 극구 사양하는 언니행여나 다칠까 싶어 무건 발걸음 뒤를 따라 걷는다아련한 햇살 속으로 빠져드는가 싶더니 못내 아쉬워 보내지 못하고 서성이는 겨울의 흔적들이 곳곳에 흰 눈으로 남아 있다평범한 듯 착한 길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수직으로 펼쳐진 계단은 절로 한숨을 토하게 한다대체 하늘은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런지~이젠 정말 더 이상 못 오르겠다 싶을 즈음 능선이 보인다.

  

 

초반부터 선두를 치고 달리시던 박회장님께서 산행기에 이 말은 꼭 쓰라신다.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가 나온다숨이 끊어질 것 같을 즈음이면 능선이 보이더라” 명언이다^^

 

 

 

오늘은 산행 내내 조망이 좋아서 지루하지 않을 거란 회장님 말씀처럼 능선에 올라서자 시원하고 담대하게 펼쳐진 산자락이 속세에 찌들어 뭉쳐 있던 마음을 헤쳐 놓는다배능재를 지나니 헬기장이 보인다여유 있게 경관을 즐기며 걷는 길 사이로 봄 앓이를 하는 나무들과 목청 돋워 노래하는 새들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마치 하늘로 날아오를 듯 두 팔을 치켜들고 기이한 탄성을 지르는 남정네들이 서 있는 저곳하늘아래 수천 길 낭떠러지 사이로 우뚝 서있는 바위 하나.

 

  
 

 


여항산이란다해발 770m! 잠시 한눈 팔면 황천길로 데려갈 듯 깍아지른 듯 날카롭게 서 있는 바위를 끌어안고 기다시피 해서 도니 

 아래 펼쳐진 속세의 그늘이 아주 작은 점으로 다가온다햇살은 맑아도 미세먼지 탓에 시원하게 조망되지 않는 경관이 옥에 티라고나 할까.

 

   

 

침묵으로 즐기는 경이로운 풍경은 잠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멀미가 난다갈 길이 바빠 눈으로 마음으로 풍경을 담고 여항산을

뒤로 한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산양 배설물이 널려있고 능선으로 내려서자 넓다랗게 펼쳐진 평상이 보인다깊은 산중에 평상이라~~간식으로 배를 채워주는데도 점심 달라 보채는 위장을 달래며 구미호 언니 표 도시락을 펼친다갖은 정성으로 만든 찰밥과 나물들에 포만감과 노근함이 동시에 몰려온다커피야채과일,빵 골고루 나오는 요술 배낭만일에 언니가 빠지면 이 백성들 어이할꼬늘 고맙고 놀라울 뿐이다.

 

  
   



살짝 위험한 암릉을 몇 개 지나 서북산을 향해 걷는다. ‘서북산전적비라니 뜻밖이다자세한 묘사는 회장님의 산행기로 대신하고 치열했던 전투에서 몸바쳐 지켜낸 장병들의 넋을 잠시나마 위로해 본다이 편안함이 모두 이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피 흘리며 죽어간 장병들의 덕분이리니

  

 

 

 

대부산을 지나 봉화산을 비껴 걷는다매주 하던 산행을 한 주를 걸러서인지 힘이 든다회장님께서 만일에 대비해 탈출지점을 계산하고 계시다가 허리 아프다는 구미호 언니가 날아다니는걸 보시더니 곧바로 한치재를 향해 오르신다.

 

 

 

 

아프신 분들은 말이 없는데 정작 멀쩡한 난 체력의 한계와 씨름하며 탈출하고픈 강렬한 유혹을 느낀다왼쪽 다리가 시큰거리며 칼로 베어내는 듯한 통증이 밀려 온다한치재까지 0.8km, 어서 빨리 내려가 온몸으로 달려드는 피곤함을 녹이고 싶다.

 

 

   


한치재 진고개 휴게소에 내려서니 장기사님이 아닌 다른 분이 픽업을 나오셨다

창원으로 오면 한턱 쏘시겠다는 장기사님 생각이 간절했지만 내일 산행일정 관계로 반경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기로 하고 숙소와 식당을 찾아 헤맨다. ‘낙동강 오리집으로 들어서니 꼬리를 흔들며 달려 나오는 녀석아기강아지 이다어찌나 상냥하고 귀여운지 애교가 십 단 쯤 될 것 같다녀석 덕분에 피로가 살살 녹아든다.

 

 

     
 

생오리 구이도 맛있지만 고추장으로 양념한 주물럭은 감칠맛이 도는 게 환상이다내일 아침 식사까지 부탁을 하고 숙소로 향한다오늘 만찬은 부교수님께서 쏘셨다잘 먹었습니다 교수님!

 

 

   

그린파크 호텔에 여장을 푼다부교수님께서 미국여행길에 사오신 와인으로 여독을 푼다고급와인인데 사진을 세커트나 찍었는데 도통 흔적이 없다.

   

일반와인과는 다르게 떫은 맛도 덜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세잔 이나 마셨다취할 듯 정신을 훔치는 듯 어지럽히다 제자리로 던져버리는 붉은빛 와인은 주체할 수 없는 졸음의 나락 속으로 이끈다.(교수님와인 이름 잊었어요고급 와인인데..죄송해요후다닥 우리방으로 건너 온다허리 아프다는 구미호 언니는 바닥에 누워 자고 난 침대에서 밤새 가위눌림에 시달리며 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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